과학하고 앉아있네 라는 팟캐스트에서 이 책의 저자가 초대손님으로 출연해서 진화심리학 이라는 학문에 관해 소개한 것을 들은 이후로 한국에서 공수받은 책이 오래된 연장통 이다.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를 서문에서 읽어보니,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방식이 오랜 진화를 통해서 그리 하도록 정해져 있어서, 무심코 그리 행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벽에 무언가를 걸기 위해서는 망설임 없이 못과 망치를 꺼내서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연장들이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무심코” 당연하게 사용해오다 보니, 요즘 세상과는 맞지 않는 일도 생긴다고 한다.
나무로 된 벽에는 쇠로 된 못을 쇠로 된 망치로 박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집에 사는 세상이 된 지금은 망치보다는 전동드릴이 훨씬 효과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해준다는 것이다.
즉, 우리들이 무심코 하는 행동이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더 불편함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너무 오래 되어서 익숙하기 때문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여전히 같은 패턴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읽어야지 다짐만 하고 매일 들고 다니거나 쌓아두었던 책을 도서관에 도로 반납한 이후로 한동안은 독서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개강 준비로 바빠서 한가하게 책을 읽을 시간이 없기도 했고, 머리맡에 책이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마음의 짐을 느끼는 것을 조금 면해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눈뜨면 일어나고 아이들 밥 차려주면서 나도 먹고, 아이들 재우면서 나도 자고, 출근해서 해야 하는 일을 꾸역꾸역 – 결과가 마음에 들든 말든 개의치 않고 – 하면서 몇 주일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남편이 읽다가 책상위에 올려둔 이 책을 코난군 숙제를 봐주면서 한 두 페이지 읽기 시작했다.
과학책이지만 쉬운 말로 써있는데다, 얼마전에 영어로 읽었던 이기적인 유전자 라는 책의 내용과 비슷한 이론을 한국의 드라마나 광고, 정치, 같은 상황에 접목시켜 흥미롭게 설명해서, 잠시 몇 십분 간의 시간 동안에 많은 페이지를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내 독서가 부진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영어로 된 책을 읽느라 속도를 내기가 어려워서 책 한 권을 너무 오래도록 붙들고 있게 되고, 그러다 지레 질려버렸던 것이었나보다.
이 책 역시 들고 다닌지는 며칠 되긴 했지만 실제로 읽는데 걸린 시간은 다 해도 서너시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집중해야 하는 시공간의 필요도 없이, 술술 읽여내려가면서 유용한 지식을 빨리빨리 습득하게 되니 책을 읽는 행위가 수고롭다기 보다 그저 재미로만 여겨지고, 그래서 더 빨리 더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이젠 한국어로 된 책을 좀 많이 읽어야겠다.
이번 가을 학기에는 매주 금요일은 회의가 없는 시간 동안에 정교수 승진 심사 준비도 하고 연구논문도 쓰기로 작정했는데…
어쩌다보니 학교에 새로 크게 개장한 스타벅스에서 한국인 선생님들과 차를 마시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가, 연구실로 돌아와서는 이 책 읽기를 끝내느라 오늘 오후에는 글쓰기를 전혀 하지 못했다 ㅎㅎㅎ
그래도 오전에 회의 두 개에 참석했고, 책 한 권을 다 읽었으니 보람찬 금요일이었다고 믿고 싶다 🙂
다음 주 금요일 부터 본격적으로 저술활동 🙂 을 해야지.
2016년 9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