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크루즈 여행 후기 10 – 바하마 기항지 두 곳: 낫소 & 캐스트어웨이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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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시설과 다양한 이벤트에 대해서 쓰다보니 크루즈 여행 본연의 목적을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

크루즈 배를 타고 여행지까지 가는 시간 동안에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고 맛있는 음식과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것인데, 어쩌다보니 주객이 전도되어 배 안에서 지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여행이었는지에 대해 쓴 분량이 훨씬 더 많아졌다.

뭐, 배에 타고 있는 동안이든, 내려서 보낸 시간이든, 즐거우면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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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마는 수 백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영국 연방 국가이다.

영연방 국가이다보니 형식적이긴 하지만 국가 최고 수장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고, 인구 30만이 조금 넘는 이 작은 나라는 실질적으로는 총독이 그 행정부를 주관하고 있다고 한다.

굳이 인터넷으로 정보 검색을 하지 않아도 바하마의 수도라고 하는 낫소에 내려서 잠시 둘러보기만 해도 이 나라는 관광자원으로 먹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나라 시골 면 단위 마을 정도 되어 보이는 규모에 건물과 거리 풍경이 소박하기가 우리 나라 시골 마을과 다르지 않을 정도인데 반해, 항구에 정박한 대형 호화 유람선은 하루에도 여러 척이 드나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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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아틀란티스 리조트가 저 멀리 보이는데, 전세계의 돈많은 사람들이 놀러온다고 하지만, 그 크고 웅장한 리조트 건물은 항구 근처의 다른 건물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구름 위에 따로 떠 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사시사철 따뜻한 날씨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소비하는 돈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그런 나라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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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크루즈 후기를 공부해보니 낫소 항에 내려서 아틀란티스 리조트를 돌아보거나 기타 다른 관광을 즐기는 옵션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가족은 배 안에 머물면서 배 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낫소 관광을 하기 위해 많이 빠져나가서 배 안이 한산해서 좋았다.

승선한 바로 다음 날이라서 아직 배 안의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여서, '이쪽으로 가면 무엇이 있나?' '저기는 뭐하는덴가?' 하고 호기심으로 돌아다니면 구경을 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다.

하지만 곧 그 호기심은 배 바깥 쪽으로도 이어져서, 잠시 내려서 낫소 항구를 구경해보자고 남편과의논이 되었다.

여권을 가지고 온 해외여행인데 그래도 다른 나라 땅을 한 번 밟아주어야 할 것 같았다 🙂

명색이 외국 입국이라 배에서 내릴 때 출입국 수속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는지 크루즈 직원이 일일이 확인을 해주었다.

우리는 가족 모두가 미국 국적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처음 크루즈에 탈 때 미국 여권에 외국으로 나간다는 확인을 받았고, 낫소에서는 운전면허증만 가지고 나가도 괜찮았다.

16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크루즈에 탈 때는 미국 출생증명서를 보여주었고, 그 이후에는 따로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아이들도 각자 받은 룸키를 스캔하고 하선하게 해서, 나중에 모든 승객이 다시 돌아왔는지 확인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침 아홉시부터 저녁 다섯시 (4시 45분이었던가? 암튼 그 무렵 🙂 사이에는 아무 때고 배에서 내렸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저녁 승선 시간에 맞춰 돌아오지 못하는 승객을 기다려줄 수 없으니 시간을 꼭 지켜달라고 선내 방송으로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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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마는 아열대 지역이라 곳곳에 야자수가 있었고 한여름처럼 더운 기온이었다.

아래는 낫소 시내 다운타운 쯤 되는 거리인데 아담하고 소박한 상점이지만 간판은 구찌, 샤넬, 등등의 명품을 달고 있어서, 돈많은 관광객이 먹여 살리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세상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으니, 가난해 보이는 나라에 구찌 상점이 호화롭게 차려입은 손님들로 붐비는 것에 별다른 생각은 없다.

다만, 오두막에서 십 달러 짜리 밀짚가방 기념품을 파는 아줌마와 목이 터져라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기사가 구찌 상점 주인이나 아틀란티스 리조트 사장과 동등한 의무와 권리를 누리는 나라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나의 고향 나라와 지금의 나라를 완전히 믿지 못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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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보는 관광상품, 아틀란티스 리조트까지 데려다주는 택시, 기타등등의 권유를 거절하고, 오두막에서 바하마 라고 쓰인 모자와 작은 밀짚가방을 아이들에게 기념품으로 사주었다.

바가지가 심하다고 들었던데 반해, 오두막 상점에서 파는 자그마한 기념품들은 그 값이 많이 비싸지 않아서 부담없이 아이들에게 선심을 베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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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짧은 방문을 마치고 다시 배로 돌아가려 하니 우리 가족을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관광상품을 팔려고 호객하던 아저씨 한 사람이 최후의 반격을 했다.

"너 돌아가서 친구들이 바하마가서 뭐했니? 하고 물으면 고작 5분 동안 구경하고 왔다고 말할거야? 네 아이들한테 좋은 구경 시켜주고 싶지도 않아?"

하는 등의 말로 자존심을 긁어서 돈을 쓰게 만드려는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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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사람 잘못 봤수다…

우리가 그 정도 자극에 자존심 상해하며 계획에 없던 소비를 하는, 그런 자존감 낮고 허세 가득한 사람이 아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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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은 색깔의 바다를 직접 보고, 크루즈 배의 외부를 구경하고, 아이들에게 바하마를 기억할 수 있는 작은 물건 하나씩 사준 것으로 낫소 바하마 관광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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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드림 호의 뒷 부분에는 거대한 미키마우스 상이 달려있었다.

배의 왼쪽에는 항구에 잠시 기착하는 동안에 외부 도색을 손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우리가 묵었던 객실도 보인다 – 가장 위의 둥그런 부분과 그 아래 난간은 뷔페 식당과 수영장 등이있는 곳이고, 그 아래 비스듬하게 경사진 곳이 바로 우리 방에 이어진 베란다이다.

 

 

낫소를 떠난 다음 날은 역시 바하마에 속한 무인도 캐스트어웨이 키 섬을 방문했다.

디즈니사가 크루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바하마 정부로부터 장기 임대를 받아 소유하고 있는 이 섬에는 뜬금없이 우체국이 하나 있다.

기념 엽서를 보낼 수가 있는데 우표값은 현금으로만 지불할 수 있다던가? 라고 후기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이 날 아침에 배에서 내릴 때 둘리양의 심기가 불편하시어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보낸다거나 할 여유가 없어 사진만 겨우 한 컷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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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리면 트램이라고 하는 놀이공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기차모양 탈것을 타고 해수욕을 할 수 있는 해변까지 가게 된다.

원하면 산책삼아 걸어서 갈 수도 있는 거리이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는 힘들것 같아서 트램을 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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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둘리양은 이제 곧 만 다섯 살이 되는 나이인데도, 막내 노릇을 톡톡히 하느라 자기 심기가 불편하면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엄청난 목청을 자랑하며 울거나 황소고집을 부려서 부모를 당혹시키는 재능이 있다.

이 날 아침에는 무엇에 틀어졌는지 수영복도 안입겠다, 걷지도 않겠다, 하며 떼를 쓰는 통에 남편과 나는 반쯤 정신이 빠져있다가 마침내 '이런 애를 데리고 휴가는 무슨 휴가냐' 하는 자조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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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바다를 보더니 기분이 좋아져서 물놀이와 모래놀이를 즐기며 잘 놀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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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변은 디즈니사가 모래를 사다 부어서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물이 얕고 맑아서 어린 아이들도 안전하게 놀 수 있어 좋았다.

저 멀리 보이는 난파선 모양의 구조물도 일부러 장식으로 가져다놓은 것인데, 저 부근에서 스노클링을 하면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미키마우스 동상이라든지 보물상자 같은 것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바닷물에 몸이 젖는 것이 싫어서 해변에서 발만 담그고 놀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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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과 가까운 얕은 바닷물 속에도 작은 물고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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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는 파라솔과 의자가 잔뜩 있고 해먹도 있어서 아이들은 놀게 하고 어른들은 낮잠을 잘 수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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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과 마실 것도 무제한 제공되어서 참 좋았다.

이 섬에는 어차피 우리 배의 승객밖에 없기 때문에 구차하게 신분을 확인하거나 하지 않고 타올도가져다 쓰고, 음식도 가져다 먹고, 모래사장에 있는 의자를 바닷물에 반쯤 잠기게 옮겨놓고 앉아 있어도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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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놀이에 빠져서 다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음료수를 떠다 먹여주니, 빈 컵으로 모래놀이를 더욱 신나게 했다.

음식을 제공하는 스탠드 근처에는 모래놀이 도구나 물안경 등의 물품을 팔고 있었는데, 우리 가족 옆에서 놀던 가족은 룸키로 지불하고 모래놀이 도구를 구입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우리 아이들과 나누어 쓰라고 권유했지만, 낯선 사람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우리 애들은 친절한 제안을 사양하고 종이컵으로 재미있게 놀았다.

심지어 그 집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종이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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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에는 세 개의 해변이 있는데 그 중에 두 개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얕은 물에 미끄럼틀이나 놀이시설이 있고, 나머지 하나는 노키즈존 이어서 어른들만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해변 한 켠에는 아이들을 맡겨서 놀게 하는 키즈클럽이 있었는데, 선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이들 손목에 있는 팔찌를 스캔하고 입퇴장을 시켜서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겨놓고 어른들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추가 비용을 내는 것도 아니고, 지도 교사가 아이들과 게임을 하거나 놀이 지도를 하기 때문에 어떤집 아이들은 이 키즈클럽에서 하루 종일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놀기도 했다고 후기에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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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둘리양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해변의 키즈클럽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다른 이벤트에 참석할 수 없었다.

코난군도, 이 해변 말고 저 건너편에는 미끄럼틀도 있으니 한 번 가보자고 아무리 권해도 지금 여기서 하던 모래놀이를 그만두기 싫어서 – 그리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 쪽에 가보지 않았으니 거기가 여기만큼 좋은 곳인지 아닌지 알 수 없고, 지금 당장 여기가 더할 수 없이 마음에 들다보니 굳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가 싫은 것이 당연하다 – 섬 곳곳을 다 돌아보지 못했다.

 

우리 애들도 다른집 애들처럼 부모랑 스스럼없이 잘 떨어지고, 부모가 권하는 것을 좀 잘 받아들이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떠올랐다.

다음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좋은 곳으로 여행을 왔으니 곳곳을 돌아보고 하나라도 더 경험했으면…

다음에 언제 다시 먹게 될지 모를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었으니 이왕이면 매일 다른 음식을 맛보았으면…

이런 욕심을 품은 부모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황소고집을 부리던 우리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야속해서 속상했던 내 부끄러운 마음…

아직 기저귀를 차고 걸음마를 못해서 유모차를 타는 아기를 데려온 가족에 비하면 우리의 가족 여행이 얼마나 수월한 것이었는지 감사해야 할텐데 그러지 못했다.

트램 정거장에서 보았던, 두세살 된 큰 아이와 아직 돌이 안된 것 같은 둘째 아이를 안고, 기저귀와젖병과 온갖 아이들 짐을 담은 가방과 유모차를 매고 가던 가족을 보면서, 카메라와 타올만 들고 다니는 내 팔자가 얼마나 편안한 것인지를 상기하려 애썼다.

우리 옆에서 놀던 – 모래놀이 기구를 나누어주려 했던 친절한 – 가족은 두 아이 중에 하나가 휠체어에 의지하고 서비스 개까지 데리고 왔었다.

그 부모는 혼자서 몸을 가누기 힘든 아이까지 포함해서 두 아이의 물놀이를 감독하랴, 그 와중에 너무 신이 나서 날뛰는 개까지 통제하느라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우리는 개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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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의 황소고집이 언젠가는 좋은 쪽으로 발휘될 날이 오리라 믿으-려 노력하-며 🙂

새해에도 아이들 키우며 직장생활 하며 녹녹치 않은 삶을 살게 될 나자신에게 격려를 보낸다.

 

 

2017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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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하하 앞에 다른 글에서도 봤지만, 사진마다 둘째가 엄마나 아빠에게 꼭 붙어 있는 것만 봐도 짐작이 가네요 ㅋ 산이는 다행히(!) 밖에 나가 놀 땐 낯선 사람들이랑도 잘 섞이는 편인데, 너무 혼잡하거나 시끄러우면 바로 엄마 아빠에게 딱 달라붙어요. 워낙 인구밀도 낮고 조용한데서 만 4년 생애 전부를 살아왔기 때문인지..

 

디즈니 크루즈는 소년공원 님 후기 읽은 것으로 눈요기 다 한 것 같아요. 저는 나중에 꼭 캠핑카 타고 미국 일주, 라든가 모터바이크 타고 남미 일주, 라든가 하는 걸 해보고 싶어서.. 보육교사 일 하게 되면 그 일들을 이루기 위해 돈을 열심히 모을 작정이에요 ㅋㅋ 하아 근데 과연 그것이 가능키나 할는지…겨우 100시간실습에 헉헉대고 있는 지금 처지로는 아직 상상도 안 되네요. 

 

암튼, 여행기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히, 좋은 일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 

소년공원

쿠바 해안선을 모터싸이클을 타고 달리는 이슬님의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ㅎㅎㅎ

조금 더 자리가 잡히고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그런 멋진 경험을 할 날도 곧 오겠죠.

그 때는 이슬님이 여행후기 꼭 써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