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1

아직도 엄마가 좋은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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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는 코난군의 학교에 무려 여섯 명의 실습생이 나가고 있어서 거의 매주 그들의 수업을참관하러 가야 한다.

여섯 명 중에 셋은 아직 풀타임 실습이 아닌 오전에만 하는 조기실습을 하고 있고, 나머지 셋은 하루 종일 학교에 머물면서 실제 교사와 똑같이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풀타임 교생실습을 하고 있다.

그 교생중에 두 명이 코난군의 학년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그들의 실습지도를 하려면 어쩔수 없이 코난군이 받고 있는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예전에도 코난군이 킨더학년이었을 때 실습생 지도를 위해서 코난군의 교실을 자주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아직 어려서 뭘 모를 때였고, 지금은 자기 생각이 뚜렷해진 3학년이라, 엄마가 자기 교실에 들어오는 것을 어떻게 여길지 궁금하기도 했고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나는,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우리 학교에 찾아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다른 아이들의 엄마에 비해서 젊고 예쁘고 교양있는 우리 엄마가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서른 다섯과 마흔에 낳았으니, 내가 친구 엄마들에 비해 젊지도 않고, 다들 교수 아니면 연구원, 심지어 의사 등등의 부모를 둔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라서, 내가 남보다 특별히 더 교양있어 보인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미씨유에스에이 싸이트에서 가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부모의 서투른 영어를 챙피하게 여기고, 학교에 찾아오는 걸 싫어한다는 주제로 쓴 글이 올라온다.

굳이 영어 액센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떤 아이들은 (내 어릴 때 친구들 중에서 그런 경우가 있었다) 부모가 학교에 찾아오는 것을 무척 싫어하기도 한다. 부끄러워서인지, 다른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난군의 교실로 실습지도를 처음 나갔던 날, 내가 교실 구석에 앉아있는 줄도 모르고 특별활동 시간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온 코난군은 평소처럼 교과서를 꺼내고 수업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오늘 우리 교실에는 미스 ** (나의 교생) 이 진행하는 수업을 참관하기 위해서 특별한 손님이 와계신다" 라고 말하며 나를 소개하니 코난군은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며 나를 쳐다보더니 쑥쓰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다른 아이들은 "이 분은 닥터 박이 아니라 코난군네 엄마예요!, 야, 코난군, 너네 엄마 저기 계시네!" 하며 나를 보고 반가워 하거나 코난군을 보며 웃었다.

한 학년이 세 반, 60명 밖에 안되는 작은 규모의 학교이고, 킨더 학년때 학부모 자원봉사를 하면서부터 보아온 아이들인데다, 해마다 5월에 트리하우스 파티에 초대받아 놀러온 적이 있는 아이들이라, 나도 그 아이들을 잘 알고, 아이들도 나를 알아보는 것이다.

첫 날의 참관은 코난군과 내가 서로 멀찍이 떨어져서 나는 내 일에 집중하고 코난군도 마치 내가 없는 듯 신경을 끄고 수업에 참여해서 무사히 끝이 났다.

그리고 어제는 두 번째 참관일이었는데, 이 날은 엄마가 너희 교실에 실습지도 하러 갈거라고 하니코난군이 점심 시간에 자기와 함께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자기네 반 친구 누군가도 아빠인지 엄마인지가 학교에 볼일이 있어 들렀다가 점심 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고 갔다며, 자기도 그런 경험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야 좋지…

어차피 아침에 실습생 수업을 참관해야 하고, 코난군을 비롯한 다른 3학년의 교생 참관은 오후 시간이니, 학교 안에 머물면서 점심 식사까지 한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함께 교실로 돌아와 쉬는 시간 동안에 나는 교생과 수업 준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코난군은 무언가 열심히 만들고 그리는 것 같더니만…

수업을 시작하기 직전에 이런 걸 주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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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스 데이 카드와 선물로 접은 종이 모자였다.

이 녀석은 아직도 엄마가 그렇게도 좋을까?

엄마 취향에 맞추느라 핑크색 보라색 하트에 레이스 까지 붙이고…

온갖 정성으로 만든 것을 무심하게 툭 하고 던지듯 전해주고 가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참, 며칠 전에 고열이 나고 아파서 밥도 못챙겨주고 힘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코난군이 담요를 가지고 와서 살포시 덮어주고, 엄마가 아프니까 도시락은 안싸가고 학교 급식을 먹겠다고 자원했던 일도 있었다.

아이들이 더 자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 현재 까지는 나를 좋아해주는 것 같다 🙂

 

 

2017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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