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2월 14일 발렌타인스 데이 이지만, 한국 시간으로는 벌써 내 생일인 15일이라서 벌써부터 한국에서 생일 축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풋~ 이 식을 줄 모르는 인기란!
ㅋㅋㅋ
원래 해마다 이맘때를 기점으로 봄방학이 시작되는 3월 중순까지는 가족들의 생일이 연달아 있어서 미국 한국을 오가는 전화 통화를 할 일이 많기도 하고, 케익을 사러 가거나 직접 구워야 하는 일로 분주한 생일 시즌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생일 시즌이 시작되었다 이제 막 🙂
올해에는 작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엄마 생일 선물을 만들겠노라며 집을 잔뜩 어질러가며 들떠있다는 것이다.
학교를 마치고 태권도장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씻고 저녁을 먹으면 이미 늦은 저녁 시간인데 코난군은 진작부터 엄마 선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지 온 집안을 다니며 필요한 재료를 가지고와서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그걸 지켜보던 둘리양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덩달아 온갖 미술 재료를 꺼내다놓고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 저녁을 먹인 다음 설거지도 미뤄두고 내일 연달아 있을 세 시간 짜리 강의 두 개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이 녀석들은 자꾸만, 무슨 색깔이 더 좋으냐, 강아지의 귀가 어떤 모양이었으면 좋겠느냐, 하는 등의 질문을 던져서 내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
퇴근하는 길에 수영장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온 남편은 피곤하다면서 일찌감치 윗층 침실에 올라갔고, 나는 강의 준비하랴 아이들 질문에 대답하랴, 심지어 가위질이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거나 필요한 재료를 찾아 주는 등의 일로 정신이 없다.
하지만, 다 나 좋으라고 하는 일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지 🙂
"엄마는 무슨 동물이 가장 좋아요?"
하고 묻길래 "멍멍이" 했더니 온갖 재활용품으로 멍멍이를 만들고 있다.
둘리양은 선물 포장 가방에 반짝이를 오려 붙여 장식을 하고 그 안에는 오늘 어린이집 친구들한테서 받아온 발렌타인스 데이 트릿을 넣고 (진정한 선물 재활용이다 ㅎㅎㅎ) 카드에 이름을 쓰고 있는 중이다.
내일 – 여기 시간으로 진짜 내 생일 – 은 퇴근길에 온가족이 밖에서 만나 외식을 하기로 했다.
동네 맛있는 빵집에 들러서 발렌타인스 데이에 팔고 남은 케익을 세일하는 것이 있으면 케익도 사다 먹어야지 🙂
내 생일이 발렌타인스 데이 다음날이어서 다행이다.
만일 발렌타인스 데이 전날이었다면 세일하는 케익을 사먹을 수도 없고, 레스토랑도 붐빌테니 말이다.
2017년 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