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다닥 일어나고 처리되었던 지난 주말의 사건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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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에 둘리양을 데리고 퇴근해 집에 와서 둘리양을 먼저 저녁을 먹이고, 내 저녁으로 라면을 끓이고 있는데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 시간이라면 남편이 코난군의 태권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시간인데 왜 전화를 했을까? 집에 오는 길에 그로서리 쇼핑을 할지 의논하는 전화일까? 하고 받았는데…

바로 우리집 앞 큰 길에서 타고 오던 차가 사고가 났다고 한다.

경찰이 오기를 기다려서 사고 조사를 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나더러 와서 코난군을 먼저 데리고 가달라고 전화를 한 것이었다.

사고의 경위는 이러했다.

남편과 코난군이 집으로 오기 위해 큰 도로의 북쪽 방면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데, 오른쪽의 골목에서 무리하게 좌회전을 해서 큰 도로로 진입하던 차가 우리 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들어오다가 우리 차를 박은 것이다.

직진 도로에서 멀쩡히 잘 가고 있던 우리 차를, 스탑 싸인이 있는 골목에서 좌회전을 해서 큰 도로로 진입하던 차가 박았기 때문에, 누가 뭐래도 상대방 과실이 분명했다.

게다가 우리 차에는 블랙박스가 사고 상황을 녹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분쟁의 여지가 없었다.

(지난 번 내 차 사고 이후로 우리집 차 두 대에 모두 블랙박스를 설치했었다.)

다만, 차가 망가졌는데, 워낙에 나이가 많은 차라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모양으로, 차값보다 수리비가 더 나오게 생겼다는 점이 문제였다.

수리비가 되었든, 차를 폐차시키고 중고차값 만큼의 시세대로 보상금을 받게되든, 상대방 보험사에서 주는 돈이니 우리에게 직접적인 금전 부담은 없지만, 차를 수리한다고 하면 며칠간 렌트카를 써야하는 불편함이 있고, 폐차를 시키게 된다면 당장 타고다닐 차를 새로 마련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참, 다행히도 가벼운 접촉사고라서 사람은 어느쪽도 전혀 다치지 않았다.

차도 보다시피 아주 많이 망가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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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앞부분만 망가졌지 옆이나 뒷모습은 여전히 너무나 멀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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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견적을 뽑아보니 수리비가 거의 5천 달러가 들겠다고 했다.

우리 차가 연식과 마일리지를 고려해서 중고차값 시세를 따져보면 기껏 3천 달러 정도밖에 안되니, 상대방 보험사에서는 이 차를 수리하지 말고 폐차시키고 차값을 주겠다는 결정을 내릴 확율이 아주 높다.

우선은 상대 보험사에서 렌트카를 마련해주어서 토요일에 코난군 축구 연습에 데려다주고, 또 크레이그 리스트 (온라인 벼룩시장 같은 광고 싸이트이다) 에 올라온 중고차를 돌아보러 다니기도 했다.

렌트카는 2017년 최신형 현대 소나타였는데, 어쩐지 요즘 한국차의 품질이 떨어져서 소음과 진동이 너무 심했다.

만약에 우리가 새 차를 산다고 해도 절대 소나타는 사지 않기로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월요일부터는 남편도 나도 출근을 해야 하고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옴에 따라 점점 바빠지는 시기라서, 주말 동안에는 차를 구입하든지 다른 어떤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일단 인근에서 개인이 팔려고 내놓은 중고차를 조금 보러 다녔는데,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차값이 싸면 차가 너무 낡았고, 쓸만한 중고차는 우리 예산 범위를 넘어섰다.

나는, 이 참에 비까번쩍 폼나는 새 차를 사자고 졸랐지만, 우리집 경제의 수입과 지출을 담당하고  그래서 우리 살림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아는 남편은, 새 차를 사기에는 부담이 되어서 안된다고 했다.

최소한 2년 후에 내 차의 할부상환이 끝난 다음에라야 새 차를 사거나, 중고차라도 쓸만한 좋은 것을 살 형편이 될거라고 했다.

그래서 그러면 앞으로 2년 정도만 참고 타고다닐 중고차를 사자고 의견을 모았다.

ㅎㅎㅎ

그 와중에 우리 아이들은 새차를 사자고 (내가 바람을 넣어서 🙂 조르다가, '아빠가 돈없어서 똥차를 산단다' 하고 말해주니, "똥차? Does that mean 풉카?" 라고 번역하더니, 그 어감이 재미있는지 금새 차사는 문제는 잊어버리고 "똥차" "풉카" 하면서 깔깔거리고 재미있어 했다.

애들이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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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검색해서 로아녹 중고차 가게에서 사온 "새 중고차" 이다 🙂

12년 된 중고차이지만 전주인이 곱게 쓴 흔적이 보였다.

차의 안팎이 깨끗하고 승차감도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다.

다만, 중고차라서 뒷좌석의 자동 잠금장치와 유리창 개폐 장치에 조금 문제가 있었는데, 코난아범이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서 고치고 있는 중이다.

중고차 가게에서 새 타이어로 갈아끼운 것은 좋았는데, 운 나쁘게도 새 타이어에 못이 박혀서 그것도 땜질하는 수리를 남편이 직접 하기로 했다.

이 모든 일이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일어나고 수습되었다.

월요일 아침에 남편은 아직도 사용 기한이 남은 렌트카를 가지고 출근했고, 약간의 손질이 필요한 새 중고차는 차고에, 이제 곧 폐차될 운명에 놓인 정든 우리 차는 차고 밖에 세워두었다.

내가 두 아이들 데리고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니 코난군이 밖에 세워둔 차 유리 위에 웃는 얼굴을 그렸다.

이제 곧 이별하게 될 우리 차 앞에서 사진을 찍고있는데, 코난군이 "이 차가 울고있어요" 한다.

따뜻한 날씨에 이슬이 너무 많이 맺혀서 정말로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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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부터 우리와 함께 했던 정든 차…

이제 곧 안녕이다.

너무 많이 울지는 마…

 

 

2017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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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근

아이고.. 읽다가 가슴 철렁했어요. 

너무나 번거로운 일이 일어났네요. 그래도 아무도 안 다치고 주말 동안 해결이 되었다니.. 다행이에요. 

소년공원

네, 보시다시피 – 차가 아주 많이 망가지지 않았으니 – 사람이 다치지 않을 정도의 사고여서 다행이었어요.

번거롭기는 했지만 빨리 수습이 된 것도 다행이구요.

어제 보험사에서 최종 폐차 판결을 받았어요.

 

요즘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