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만들어준 인어공주 옷을 입고 놀다가 내게 와서 인어공주가 쓰는 왕관을 사달라고 했다.
이미 생일 선물도 사주었는데 언감생심 무슨 장난감을 또 사준단 말인가!
게다가 지난 5년간 사준 장난감 왕관이 서너 개는 되지 싶은데 그게 모두 하나같이 조금만 가지고 놀면 망가지는 허접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집에 있는 재료로 직접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렇게 생긴 왕관을 12달러에 팔고 있었다.
마침 집에는 생일날 어린이집에서 만들고 남은 머리띠 꾸미기 재료가 있어서 은박지 호일까지 활용해서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애들이야 뭐… 이 정도면 원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받아들이니까… ㅎㅎㅎ
엄마와 함께 만드는 재미가 더해져서 대만족을 했다.
내친 김에 목걸이도 만들어주고, 팔찌와 반지도 만들어 주었다.
반지에 붙인 하트는 둘리양이 직접 그리고 오린 것이다.
저 목걸이는 아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서 따라 만든 것이다 🙂
주말 낮에 잠시 동안 짬을 내어 집안에 굴러다니는 것을 모아서 몇 가지 만들어주니 다섯 살 소녀는 이렇게나 좋아한다.
생일 선물로 아빠가 사준 가방 속에 든 고양이 인형도 함께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 고양이도 공주과라서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는데, 고양이 인형도, 핑크색 가방도 아주 보드라운재질로 만들어졌다.
선물 받은 인형을 다음날 어린이집 낮잠 시간에 안고 자려고 가지고 등원했는데, 차를 타고 가면서고양이 인형에게 창밖을 구경시켜주고 쓰다듬어주고 안아주고 하면서 연신 혼잣말로 "땡큐 아빠~~~" 라고 말했다.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해준 아빠가 그렇게도 고마운 모양이었다.
고작 20달러만 지불하면 이렇게 예쁜 아이로부터 그 고운 목소리로 "땡큐 아빠~~~~" 소리를 무제한 들을 수 있으니…
어린 아이라 어른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너무 불평할 일도 아닌 듯 하다.
어린 아이라서 서투른 솜씨로 만들어준 왕관에도 황홀해 하고, 20달러짜리 선물로 온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2017년 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