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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양은 자신이 다섯 살이 되었다는 것을 무척 기뻐하고 있다.

생일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말이 "엄마, 나 아직도 다섯 살이예요!" 였다 🙂

생일날 하룻동안만 다섯 살이 아니라, 그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여전히 다섯 살 큰 소녀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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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뭘 좀 아는 나이가 되어서 친구들 생일 파티에 가면 자기 생일에도 파티를 해달라거나 케익은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 달라거나 하는 요구사항이 늘어났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처럼 특별한 장소를 빌려서 파티를 하면 최소한 150에서 200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거기에다 음식과 답례품 선물 등을 준비하려면 돈이 더 들고 신경써서 준비해야 할 것도 무척 많아진다.

그래서 잔꾀를 낸 것이, 어린이집 교실로 직접 찾아가서 친구들과 함께 케익을 먹게 하고 아이들과만들기 활동을 해서 기념품이자 답례품삼아 하나씩 가지게 하면, 파티 기분을 내면서 비용은 과감하게 절약되고, 또 친구들의 부모들도 따로 시간을 내서 파티에 데려오고 가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가 있다.

다행히 둘리양의 생일은 목요일인데 내가 강의가 없는 날이라서 교생실습 참관이나 다른 회의 일정을 다 피하고 하루를 통째로 비워둘 수 있었다.

아이 생일 하루만큼은 온전히 아이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큰 생일 선물인 셈이었다.

가장 먼저 케익을 어떻게 구울 것인지는 둘리양과 함께 의논했는데, 둘리양과 가장 친한 친구인 윌리엄은 앨러지가 있어서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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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은 큰 형과 누나가 있는 집의 늦둥이 막내인데, 보통의 남자 아이들과 달리 조용히 책을 읽거나 퍼즐을 맞추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놀이를 좋아하고, 그런 성향이 둘리양과 비슷해서 둘이 단짝으로 언제나 함께 어울려 논다고 한다.

안쓰럽게도 어린이집의 간식에 밀가루가 들어있거나, 친구의 생일파티에 가면, 따로 준비해온 자신만의 간식을 먹곤 하는 윌리엄에게 둘리양의 생일케익을 함께 먹을 수 있게 하려고 인터넷 쇼핑으로 글루텐프리 케익 믹스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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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익 위에 얹을 프로스팅도 글루텐프리 제품으로 특별히 주문을 했더니 케익을 만드는 재료비가 예년에 비해 많이 들었지만, 그래봤자 둘리양 반친구들 모두가 먹을 만큼 컵케익을 굽는데에 들어간 비용은 10달러 정도 밖에 안된다.

가게에서 파는 싸구려 컵케익 – 물론 글루텐 프리도 아니다 – 도 스물 네 개를 사면 20달러는 지불해야 하니, 시간을 내어서 특별한 컵케익을 굽는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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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와 맛에 무척 예민한 코난군이 케익 반죽을 먹어보더니, 무언가 약간 감자같은 맛이 느껴진다고 했다.

밀가루 대신에 곡물로 감자가루 혹은 다른 곡물의 가루를 쓴 것 같았는데, 계란이 보통의 케익 구울 때보다 두 배로 더 들어갔지만 부푸는 정도가 미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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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프로스팅을 얹어서 장식을 하니 보통의 케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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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구입해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컵케익 상자에 케익을 담고,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 활동을 할 재료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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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케익 하나하나를 꼭 끼워서 고정시킬 수 있어서 상자를 들고 가다가 조금 흔들려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아서 무척 편리하다.

2단 3단 추가할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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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재료로는 남자 아이들을 위한 타일 꾸미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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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들을 위한 머리띠 만들기 셋트를 준비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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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한 셋트에 10달러 정도 밖에 안해서 모두 합해 20달러의 파티 답례품 비용이 들었다.

 

낮잠 시간이 끝나갈 무렵 어린이집으로 케익과 만들기 재료를 들고 갔더니 모든 아이들이 흥분하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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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양이 며칠 전부터 자기 생일에 엄마가 어떤 케익을 가지고 오고, 또 어떤 만들기를 할지를 누누히 알려주었던 모양으로, 아이들이 자못 기대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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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선생님이 준비한 생일 고깔은 쑥쓰러워서 쓰지 않겠다며 내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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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를 켜고 친구들이 생일 노래를 불러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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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사진도 찍어주시고, 만들기 활동에 필요한 재료를 더 꺼내주거나, 아이들이 만드는 것을 도와주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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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평소와 다른 특별한 오후 시간이 즐거웠고, 선생님들도 아이들이 참여할 작업이 준비되어 있으니 따로이 교육활동을 진행하지 않아도 되었고, 둘리양은 엄마가 어린이집에 와서 자신과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니 더없이 행복했고, 나역시 비용은 절약하면서 반친구 모든 아이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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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석달만 더 다니면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여름이 지나면 초등학교 킨더 학년에 입학하게 되는 둘리양.

다섯 살 생일이 다가올 무렵부터 엄마가 아닌 다른 어른들에게 말을 하는 것도 스스럼이 없어졌고,엄마 아빠 혹은 선생님이 하는 설명을 잘 이해하고 그래서 떼를 쓰는 것도 아주 많이 줄었다.

사실, 이 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을 살펴보니, 둘리양이 집에서는 떼를 부려도, 어린이집에서는 규칙을 잘 지키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 모범생이었다.

초등학교에 보내도 걱정이 없겠다 싶어서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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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은 다른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어서 곧 이별이지만, 학교에 가면 또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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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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