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티비보기 싸이트이다.
한 달에 몇 달러 안되는 요금을 지불하면 무척 많은 드라마와 영화와 어린이 프로그램등을 시청할수 있는데, 이 싸이트가 점점 유명해지면서 외국의 영화와 드라마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이전에 방송되었던 드라마를 다시 올려두는 것만이 아니라,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기도 하는데, 아예 시작부터 마지막회까지 전부를 한꺼번에 제작해서 한꺼번에 올려두기 때문에 다음회를 기다릴 필요없이 마음만 먹으면 앉은자리에서 시작부터 마지막회까지 다볼 수가 있다.
미국 정치와 대통령 선거 뒤에 가린 암투를 그린 [하우스 오브 카드]가 그런 방식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드라마이다.
이번에 새로 올라와서 우연히 발견하고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는 넷플릭스 자체 제작 드라마이지만, 배경이 미국이 아니고 일본인데다, 제작 감독과 출연진도 모두 일본인인 드라마, [사무라이 고메이] 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방랑의 미식가 라는 이름으로 만화가 출판되어 인기를 끌었던 내용을 드라마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60세로 회사를 정년퇴직한 주인공이 매 회마다 맛집을 탐색하거나, 한 가지 음식에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틀거리인데, 주인공인 다케나카 나오토는 일본 영화에서 코믹한 역으로 자주 보던 사람이다.
일본 영화 [쉘위댄스] 에서 우스꽝스런 가발을 쓰고 나와서 열연했을 때부터 알게 된 배우인데, 개성있는 얼굴에 연기력도 뛰어나서, 이 드라마에 더욱 끌렸던 이유가 되었다.
주말마다 서너편을 연달아 보고 있는데 오늘 봤던 것중에 [내 마음의 감자고로케] 가 오늘 저녁 메뉴를 정하게 해주었다 🙂
이 글을 다 쓴 다음에 감자 고로케를 만들어 저녁을 먹을 예정이다 ㅎㅎㅎ
주인공은 우연히 시장에 들렀다가 감자 고로케를 사게 된다.
어릴 때 하교길에 금지된 군것질로 몰래 사먹던 고로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학교 앞에서 뭘 사먹는 것을 금지하는 교칙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무쇠도 소화시킬 왕성한 식성을 가진 청소년들이 등하교 길에 군것질로 뭘 사먹는 것이 뭐가 잘못인가? 게다가 학교 앞에서는 사먹으면 안되고 몇 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사먹어도 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인지…)
암튼 어릴적 추억과 튀김 냄새에 이끌려 고로케 두 개를 사고, 시장통을 돌아나오다가 마주친 맥주자판기에서 맥주도 한 캔을 사게 된다.
나는 술을 못마셔서 잘 알지 못하지만, 이 주인공 아자씨의 말을 빌면 고로케와 맥주는 최고의 궁합이라고 한다 🙂
중학생 시절에는 단속하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도망다니며 급하게 먹어야만 했던 고로케이지만이젠 은퇴한 예순살의 어른이라, 느긋하게 맥주까지 곁들여서 고로케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 하며, 가장 느긋하게 고로케를 먹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간다.
어떤 건물 옥상이었는데, 건물 아래의 풍경도 감상하며 벤치에 앉아서 먹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 옥상은 어린이들이 와서 놀 수 있도록 꾸며둔 작은 규모의 놀이공원을 겸하고 있는 장소였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맥주가 미지근해져도, 고로케가 식어서 눅눅해져도 할 수 없이 다른 장소를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인공의 눈에 사무라이가 보였다.
이 드라마에는 꼭 사무라이가 한 번씩 뜬금없이 등장하는데, 주인공 눈에만 보이는 환상 같은 것이다.
시간이나 장소에 개의치않고 맛난 술과 음식을 거침없이 먹고 마시는 사무라이를 보면서 소심한 주인공이 깨달음과 용기를 얻는다.
그래,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때와 장소가 무슨 상관이람?
우리 어렸던 그 때는 단속하던 선생님을 피해 도망쳐 뛰어가다가 남의 집 대문간에서 허겁지겁 먹기도 했었지…
그렇게 용기를 내어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공원에서 맥주도 시원하게 마시고
아직 뜨겁고 바삭바삭한 고로케도 맛있게 먹는다.
다케나카 나오토의 표정 연기가 돋보이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은 매 회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이 사람은 과연 명배우이다.
맥주와 고로케를 다 먹고 벤치에 누워 하늘을 감상하다가 낮잠까지 한 숨 잘 자고 집으로 돌아가는 주인공.
은퇴한 아저씨의 여유로운 시간이 참 부럽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로케 가게 앞을 다시 지나게 되는데, 이게 왠 땡재수인지 지금부터 반값 할인 이라는 팻말이 붙는다.
어릴 때 고로케 한 개 사먹으려면 용돈을 아끼고 모아야 했지만, 어른이 되고나니 고로케 정도는 실컷 사먹을 수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반값 할인이라니!
그럼 이번에는 일반 고로케 말고 아까는 비싸서 망설이다 못사먹은 쇠고기 고로케나 치즈 고로케를 한 번 사먹어볼까?
진열장 앞에서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결국은 다시 일반 고로케를 사고 만다.
(역시나 소심한 주인공이다 🙂
결국은 일반 고로케를 사고 말았네…
하지만 괜찮아.
내가 가장 먹고 싶었던 건 어릴 때 먹던 그 일반 고로케이니까…
하면서 해가 지고 있는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간다.
극적인 이야기도 없고, 젊거나 잘생긴 주인공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무척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출연하고, 그 음식에 담긴 잔잔한 이야기가 나오고, 또 그런 음식이 사연은 담겨 있지만 흔하게 보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이라서 정겨움이 많은, 그런 드라마이다.
2017년 4월 1일
앗.. 저도 요즘은 넷플릭스가 인생의 큰 낙인데.. 이런 드라마가 있었다니…
리스트에 올려놓고 챙겨볼게요. 갑자기 고로케 먹고 싶어집니다.
넷플릭스에 마음의 소리 도 보셨나요?
저는 코난군과 함께 배꼽이 빠져라 웃으면서 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