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10-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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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고 있는 연구

데비, 힘내라!

 

2017년 10월 8일 일요일 밤비가 내리고 있음

 

한명숙 선생님이 우리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활용해서 한글을 가르치고 계신지 벌써 3주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게 되는 것만 해도 큰 유익인데, 그 과정과 결과를 학술논문으로 써보자고도 이야기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 학교 언어장애 치료 학과에서 일하는 박혜진 교수도 이 연구활동에 합류하게 되었다.

한명숙 선생님과 박혜진 선생님의 전공 분야가 겹치는 부분이 많고, 박혜진 선생은 곧 테뉴어 심사를 받을 시기가 다가오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연구활동과 논문등의 성과를 이루어야 하니, 모두가 힘을 합해 흥미로운 연구를 하고, 또 모두가 힘을 모아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면 누군가에게는  테뉴어심사에 도움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연간업적보고서에 한 줄 올릴 것이 생기고, 또 누군가에게는 해외에 비지팅 스칼러로 나가서 의미있는 연구활동을 했다는 증빙자료가 되니 여러 모로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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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박혜진 선생의 실험실에서 우리 아이들과 박혜진 선생의 아이를 데리고 시선추적장치를 이용한 예비 실험을 했다.

영어를 완벽히 읽을 줄 아는 아이 (코난군), 이제 막 영어 읽기를 터득해가는 아이 (둘리양), 아직은 글자를 읽을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아이 (박혜진 선생의 두 돌된 딸), 그리고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읽을 줄 아는 어른 (한명숙 선생님의 딸)이 각기 한글로 된 동화책을 볼 때 글자와 삽화 중에 어느 쪽에 더 시선을 두는가를 살펴보았는데 그 결과는 제법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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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5천 달러나 하는 비싼 시선추적장치를 박혜진 선생이 가지고 있는 덕분에 이런 재미있는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쉰이 넘은 나이에도 연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도 파릇파릇한 한명숙 선생님 덕분에 실험을 계획하고 관련 자료를 찾는 일을 도맡아 해주셔서 그 또한 내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어제 오늘 만든 잡채와 녹두 빈대떡을 싸가지고 와서 나누어 드렸다.

어쩌다보니, 나는 공부는 안하고 음식으로 떼우려는 농땡이 부리는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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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시기에 첫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느라 – 게다가 우리 둘의 연구실조차 바로 옆에 이웃하고 있다 – 많이 친해진 동료 데비.

아이들끼리도 친하게 지내고 남편들 끼리도 서로 통하는 점이 많아서 그저 직장 동료 이상의 좋은친구이다.

그런데 얼마전 건강검진에서 데비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아직은 초기라서 수술하고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거라 믿고 있지만, 데비의 가족중에 암환자가 여러 명 있고, 또 수술 날짜를 잡기 위해 검사한 엠알아이에서 또다른 종양이 새로이 발견되는 악재가 겹쳐서, 어쩌면 조금 더 힘겨운 싸움을 해야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암환자가 무척 많아서 그만큼 약이나 치료법도 많이 발전했고, 그래서 아마도 결국에는 데비도 건강을 다시 회복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항암치료 과정에서 몸을 상하고,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안쓰럽다.

아직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하기 전인데도 의사와 만나고, 치료전 갖가지 검사를 받느라 시간을 다 쓰고, 강의 준비나 다른 업무를 할 시간이 모자라서 매일 가장 늦게 퇴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해서 일하는 모습을 본다.

저러다 벌써부터 지치면 안되는데…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데비가 힘내서 치료 과정을 무사히 마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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