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서 빙하 구경을 실컷 한 다음 날은 스케그웨이 라는 작은 도시에서 배를 내렸다.
지금은 도보로 한 바퀴를 다 돌아보는데에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을 작은 마을이지만 1900년대 초반에 골드 러쉬가 한창일 때는 아주 붐비는 곳이었다고 한다.
소련으로부터 헐값에 알래스카를 사들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국에는 심한 불경기가 있었다고한다.
아직 대공황이 시작되지는 않았으나, 살기가 힘든 사람들이 어쩌다가 알래스카에 가면 금을 캐어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 곳으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 시절에 희망을 품고 금을 캐러 미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을 기리는 동상이 있었다.
동상 뒷편에 노랗고 초록색인 열차가 바로 금광을 향해 달려가던 화이트 패스 열차인데 지금은 관광객들을 태우고 알래스카의 경치를 보여주기 위해 운행하고 있었다.
옛날 기차 분위기를 살리려고 그랬는지 기차 내부의 시설이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항구에서 바로 탈 수 있는 기차는 해발 고도 0 에서 시작해서 꼬불꼬불 산을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달리면 2,888 피트, 880 미터 고지까지 올라간다.
기차칸 사이와 맨 뒷칸 밖에는 베란다가 있어서 승객들이 나와서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산을 넘어야 하니 기찻길은 꼬불꼬불 굽은데다 터널을 지나거나 다리를 건너기도 했다.
1900년에 두 달치 먹을 식량을 짊어지고 이 기차를 탔던 사람들도 대책이 없지만, 이 기차를 운행하기 위해 선로를 까는 공사를 하는 과정도 무척 험난했을 것 같다.
그 와중에 금을 캐려고 몰려든 사람들을 등쳐먹는 사기꾼도 있었고, 그 사기꾼을 쫓아내기 위해 결투 신청을 해서 목적은 이루었으나 자신도 죽고말았다는 어떤 의인의 이야기를 디즈니 크루즈 강연에서 들었다.
빙하가 녹아서 흐르는 계곡물을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로 보면서 한 시간 삼십분 정도 열차는 계속 등산을 했다.
마침내 화이트 패스 라고 이름 붙은 가장 높은 봉우리에 도착했는데, 거기는 캐나다 유콘 주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어떤 관광 상품은 여기서 캐나다 버스로 갈아타고 더 가서 개썰매를 타거나 사금채취를 해보는 등의 활동도 있었다.
우리 가족은 기차로 여기까지 오르는 것만 선택했기에, 기차가 유턴을 해서 다시 내려가는 동안에 계속 기차 안에 남아있었다.
일년 중에 따뜻한 날이 며칠 안되어서 꼭대기 지역에는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고 했다.
항구가 있던 산 아랫쪽에는 아름드리 큰 나무가 무척 많았지만 꼭대기에는 키 큰 나무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빙하가 녹은 물은 약간 뿌연듯한 파란색을 띄고 있었는데, 광물질이 많이 녹아 있어서 그런건가…?하고 짐작만 했다.
빙하도 보통의 얼음과 달리 아주 파란색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빛의 파장이 가장 짧은 파란색이 얼음 표면에 산란이 되어 그렇다고 하는데… 나는 문과 출신이라 그것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
이제는 880미터 고지에서 바다가 시작되는 곳까지 다시 내려갈 차례이다.
참고로, 그 옛날 금광을 찾아 왔던 사람들 중에 대다수는 얼어죽거나 다쳐서 죽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금노다지는 얻지 못하고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눈이 내려서 선로가 막히면 이렇게 생긴 제설차가 눈을 치웠다고 한다.
기차에서 내린 다음 스케그웨이 마을의 거리를 잠시 돌아보았다.
관광객들에게 티셔츠나 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그 중의 한 가게에서는 화이트 패스 열차의 티켓을 보여주면 공짜로 팝콘을 주었는데 아이들에게 좋은 간식이 되었다.
디즈니 크루즈 안에서 무수히 많은 맛있는 음식이 무제한 제공되지만, 쇼와 영화를 보는 극장 앞에서 파는 팝콘은 따로 돈을 내고 사먹어야 했는데, 팝콘을 좋아하는 코난군이 번번이 극장 앞을 지날 때마다 팝콘을 사달라고 조르던 것을 매번 안된다고 거절했었다.
팝콘 따위는 집에 가서 얼마든지 전자렌지에 돌려서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크루즈에 머무는 동안에는 새롭고 더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토록 원하던 팝콘을 한 번 이라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스케그웨이 산책을 마치고
다시 배로 돌아갔다.
2018년 7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