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수요일, 오늘부터 코난군과 둘리양의 학교가 새로운 학년을 시작한다.
두 달이 넘는 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하는 아이들이 잠을 설쳐가며 학교에 가는 것을 설레어 하니, 그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다.
어떤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을 아주 싫어하고 지겨워한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늘 학교를 좋아하니 말이다.
개학 하루 전날인 어제 오후에는 새로운 교실과 선생님을 만나고 학교에 필요한 물품을 미리 가져다 놓는 날이었는데, 둘리양은 Hodge 선생님 반이 되었고 코난군은 Greenman 선생님 반으로 배정되어서 처음으로 선생님을 만났다.
예전에 GLE 방과후 교실 디렉터로 일하다가 늦깎이로 우리 학교에서 초등교육 과정을 공부해서 교사가 된 Mrs. Hodge는 내가 교생을 가끔 보낸 적이 있는 선생님인데, 그 때의 경험을 돌아보면 무척이나 느긋하고 너그러운 분이다.
무엇이든 자기가 혼자 알아서 하려고 하는 둘리양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선생님이다.
코난군은 학교 전체에서 몇 안되는 남자 선생님 반이 되어서 무척 기뻐하고 있다.
키도 크고 옆으로도 넓은 Mr. Greenman은 스스로를 다소 무서워보일 수도 있는 빅가이 라고 부르는데, 역시나 교생실습 지도하면서 알고 지내던 선생님이다.
외모와 달리 전혀 무섭지 않고 남자 선생님이라 그런지 무슨 일이든 대충 시원시원하게 넘어가는 성격이 보였다.
이제 초등학교 최고 학년이 되고 내년에 중학교에 가게 될 코난군이 자기 일은 스스로 꼼꼼하게 챙기는 훈련을 하기에 적합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
코난군의 행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대부분이 같은 반으로 배정되었고, 심지어 어릴적 어린이집 친구였던 소렌이 콜로라도에서 다시 돌아와서 같은 반이 되었다.
버지니아 공대에서 공부하던 엄마 덕분에 코난군과 함께 어린이집을 다녔던 소렌은 킨더가든을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콜로라도로 이사를 갔는데, 엄마가 다시 버지니아 공대에 직장을 잡아서 우리 동네로 돌아온 것이다.
코난군의 영재반 선생님도 보통은 2-3년 간격으로 바뀐다는데 3년 연속으로 Mrs. Burchett 선생님이 맡게 되었다.
Burchett 선생님은 몇 년 전까지 동네 다른 초등학교에서 1-2학년 담임을 맡고 계셨는데 그 때 교생을 보내면서 알고 지내던 사이이다.
영재교육 석사 과정을 마친 후에는 GLE 영재반 교사로 부임했는데 복도에서 나를 마주치면 무척 반가워하곤 했다.
보통은 아이를 -특히 첫 아이- 키우면서 새 학년이 되어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면 어떤 분인지 궁금하고 아이가 잘 적응할지 걱정도 되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나는 지난 13년간 교생실습 지도를 한 덕분에 대부분의 선생님들을 잘 알고 있고, 그들 또한 나를 잘 알고 있어서 새 학년을 마음 편하게 맞이할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다 🙂
유부초밥 도시락을 싸고 간식과 물을 챙겨서 등교 준비를 마친 다음, 나는 자동차 검사가 있어서 먼저 집을 나오고 내일부터 출근하는 남편이 집에서 아이들 등교를 봐주기로 했다.
이번 학년부터 사립학교에서 GLE로 학교를 옮긴 투빈이들도 같은 버스를 타고 등교하게 된다.
나는 오늘 오랜만에 출근해서 연간 보고서를 작성하는 동시에 새학기 강의준비도 하려고 한다.
우리 학교 개강 까지는 일주일 정도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아서 벌써부터 마음이 바쁘다.
2018년 8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