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회의가 여러 개 있어서 봄방학인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했다가 퇴근하는 길에 파티 음식 재료를 사왔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장난치는 와중에는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질 것 같아서 초저녁에 잠시 눈을 붙이고 모두 잠든 후에 혼자 한밤중에 부엌에 내려와서 일을 했다.
파티 음식이라봐야 냉동 식품이나 좀 데우고 잡채와 김치 볶음밥을 만들기로 한 것이 전부이지만, 대망의 책 모양 케익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용하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케익을 구워서 식히는 동안에 잡채와 김치볶음밥은 손쉽게 만들어 두었다.
김치볶음밥은 미국인들이 먹을 거라서 김치 양념을 씻어내고 볶았다.
김치와 밥의 비율도 내 입맛 보다는 미국인 그것도 어린이들의 입맛에 맞추기로 했다.
참기름 대신 버터를 넣어서 볶으니 초딩 입맛에 알맞게 된 것 같다.
케익이 다 식은 후에 책 모양으로 잘라서 케익 판위에 얹고 폰단트를 재단해서 붙였다.
이번에는 두 번째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고 둘리양이 없이 혼자 집중해서 만드니 지난 번에 만든 것 보다 더 격조높은 책처럼 보인다 🙂
책 제목은 또다시 바뀌어서 CODE LEBEN 이 되었는데, 리벤은 독일어로 살아있음 이라는 뜻이다.
3차 세계 대전을 겪는 아이들이 살아남는 이야기라서 제목을 그리 지었나보다.
책 제목은 알파벳 쿠키를 사다가 붙였는데, 다섯 봉지 한 박스를 다 열어서 찾아봐도 리벤의 첫 글자인 엘이 없었다.
한밤중에 쿠키를 더 사러 나갈 수도 없고 고작 한 글자 때문에 평소 좋아하지도 않는 과자를 또 사기도 아까워서 T 를 살짝 고쳐서 L 로 보이게 하는 술수를 부렸다.
저자인 아이들의 이름을 써넣고 장식에 색칠도 하니 더욱 근사해 보이는 케익이 완성되었다.
폰단트 케익의 장점이라면 덮어두지 않아도 케익이 마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폰단트의 심한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쉽게 분리되는 폰단트를 떼어놓고 알맹이 케익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편리하다.
잡채와 김치볶음밥은 한김을 식혀서 전자렌지에 넣고 돌릴 수 있는 그릇에 담아두었다.
내일 먹기 전에 전자렌지에 2-3분 데우면 되니 이렇게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이 편하다.
알콜 없는 스파클링 포도쥬스도 한 병 샀는데, 샴페인을 터뜨리는 기분을 내기 위해서이다 🙂
한국 티비를 틀어놓고 한밤중에 요리 놀이를 하고 놀았더니 이제 아침 여섯 시가 다 되어간다.
밤을 새고 놀았던 셈이다 ㅎㅎㅎ
이제 잠시 또 한 숨 자야겠다.
2019년 4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