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출근을 하니 내 연구실 문에 이런 주머니와 쪽지가 걸려 있었다.
"보영에게: 널 위한 선물이야, 드디어! 리즈가"
라고 적혀있었다.
리즈는 나보다 열 다섯 살 정도 나이가 많은데, 나보다도 더 에너지가 넘치고 열심히 일하는 열혈교수이다.
취미로는 정원을 무척 열심히 가꾸고, 세계 여러 나라의 건강음식을 먹어보는 특이한 취미도 있다 🙂
나에게 먼저 다가와 김치가 얼마나 훌륭하고 건강한 음식인지를 말하곤 해서 해마다 김장을 하고나면 리즈에게 김장 김치를 나눠주고있다.
학과에서 팟럭을 하는 날이면 한국 음식을 요리하는 김에 따로 리즈에게 줄 것을 챙기기도 했더니, 그 보답으로 나에게 줄 것이 있다며 몇 주 전부터 이야기를 하더니, 마침내 그 선물을 주게 되었다는 것이 쪽지의 내용이다.
롤리의 고추 소스 2018년
아들인 로비와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로비 더하기 리즈 해서 롤리라는 상표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소스를 담은 주머니도 직접 재봉질 해서 만든 것이다.
이 핫소스는 정원에서 직접 키운 고추를 수확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2018년에 수확한 고추라서 2018이라고 쓴 것이다.
생김새와 냄새는 핏자집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타바스코 핫소스와 무척 비슷한데 맛을 보니 그보다훨씬 덜 짜고 매운 맛이 강해서 맛이 있었다.
파티하고 남은 잡채를 데워서 핫소스를 뿌려 먹으니 천상의 맛이다!
듬뿍 뿌려서 실컷 먹었더니 반 병 밖에 안남았다 ㅠ.ㅠ
오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이메일을 보내니 – 리즈는 내일까지 출장 중이다 – 자기도 기쁘다며 답장이 왔다.
예순 다섯의 나이로 우리학과 교수중에 가장 선배급이지만 메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젊은 교수들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즐겨하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일을 맡으려하고, 정원에서 가꾼 꽃을 학과 사무실에 가지고 와서 꽂아두기도 하는 리즈는 정말 존경하는 선배이다.
2019년 4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