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복 셰프가 티비 프로그램에 나와서 소개한 것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요리 중에 멘보샤 라는 것이 있다.
화교이자 중식 요리사가 소개한 음식이니 아마도 중국 요리가 아닐까 싶은데, 나는 몇 년 전에 넷플릭스를 보다가 처음 발견했고, 주교수님으로부터 그 이름을 처음 들었다.
다큐멘터리 어글리 딜리셔스 라는 프로그램에 화자로 나오는 데이비드 장 은 한국계 미국인이고 뉴욕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이다.
그는 자신을 한국인 혹은 한국요리를 하는 사람으로 한정짓지 말아달라고 할 정도로,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자 퓨전 요리사인데, 이 다큐멘터리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노던 버지니아에 사는 부모님댁을 방문한다.
한국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데이비드 장 이지만 어릴 때 엄마가 즐겨 만들어 주셨던 한국 음식은 자신있게 요리할 수 있다며 어머니의 감독 하에 만들어 보여준 것이 바로 멘보샤 였다.
그런데 한국에서 나고 30여년 가까이 살았던 내 눈에는 생소하기 그지 없는 그 음식이 도무지 "그리운 고향의 맛" 이 나는 한국 음식이라고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중에 주교수님과 이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이 음식의 생김새와 조리법을 이야기하니 주교수님이 대번에 "멘보샤! 나도 어릴 때 엄마가 자주 만들어주셨는데!!" 라고 했다.
화교가 많이 살았었다고 하는 도시 인천에서 살아서 이런 중국음식 같은 한국음식을 먹으며 살았었나 싶다.
암튼, 멀쩡한 식빵의 자투리를 다 잘라내고 요리하는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 번도 만들어 보려고 하지 않다가, 며칠 전에 송이씨네 가족 송별회를 준비하면서 시험삼아 처음으로 만들었다.
재료와 조리법은 별로 복잡하지 않았다.
생새우 1파운드를 사서 껍질과 꼬리를 제거하고 잘게 다진다.
계란 흰 자 한 개에 감자전분을 넣어 새우살이 잘 뭉쳐지게 만들고, 소금과 후추가 들어가는 양념 전부이다.
계란과 전분 덕분에 새우살이 아주 잘 뭉쳐졌다.
식빵은 자투리를 잘라내고 정사각형 모양으로 잘라서 쓴다.
생새우 1파운드에 식빵 한 줄이 거의 맞는 재료 비율인데, 빵의 맛이 요리의 주제가 아니므로 가장마트에서 파는 것 중에 가장 싼 식빵을 구입했다.
그러고도 잘라낸 테두리 부분이 아까워서 빵가루를 만들어 쓰려고 잘 모아두었다.
식빵 사이에 새우살 속을 넣고 샌드위치 처럼 만들어 놓는다.
튀김 기름을 화씨 320도 섭씨 160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튀긴다.
여기서 잠시 혼선이 있었는데, 인터넷으로 멘보샤 조리법을 검색하니 얼마전에 이연복 셰프가 방송에 나왔던 장면을 캡쳐한 조리법이 많이 나왔는데, 방송사 자막팀의 실수였는지 기름의 온도가 60도 라고 나와있었다.
그 캡쳐 사진을 사용해서 요리 과정을 적어둔 블로거들은 아마도 기름의 온도를 직접 재어보지 않았던 것인지, 자막에 60도라고 나와있는 것을 그대로 인용해서 자신의 조리법에도 60도라고 적어두었다.
상식적으로 물을 끓이려고 해도 섭씨 100도는 되어야 하는데 아무리 낮은 온도에서 튀겨야 하는 음식이라해도 60도는 말이 안되는 수치인데, 내 짐작으로는 온도가 표시되는 튀김기가 아니라 냄비에 기름을 붓고 대략 느낌으로 낮은 온도에서 튀겨내면서 조리법을 기록할 때는 자막에 잘못 표기된 것을 그대로 베껴 쓴 것 같다.
나는 튀김기에 온도를 맞추어야 하는데 섭씨 60도를 화씨로 환산하면 화씨 140도이고, 그런 낮은 온도는 튀김기에서 설정조차 되지 않는다.
아마도 160도를 환산한 320도가 맞는 것 같기는 하지만, 난생 처음 만드는 요리이니 확신이 들지는 않아서 튀김기에서 가장 낮은 온도에서 한 개를 튀겨보고, 온도를 다음 단계로 높인 다음 또 한 개를 튀겨보고… 그렇게 조심스럽게 실험해서 가장 적절한 온도를 발견해냈다 🙂
섭씨 160도, 화씨 320도!
3-4분 정도 튀기면 빵은 갈색으로 바삭하게 튀겨지고 새우살은 잘 익는다.
간이라고는 소금과 후추가 전부이고 새우의 맛은 새우튀김의 맛과 많이 다르지 않지만, 기름을 머금은 바삭하고 고소한 식빵 튀김옷 덕분에 새우튀김 보다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다.
송이씨와 남편인 이동윤 선생이 아주 맛있다고 감탄하며 맛있게 먹었다.
다른 손님들과 아이들도 맛있게 잘 먹으니 요리한 보람이 느껴졌다.
식빵 한 줄이 거의 다 들어가고 테두리를 따로 두지 않으면 낭비하게 되니 재료의 낭비가 심한 점과, 식빵이 튀김기름을 듬뿍 머금고 있다는 점 때문에 꺼려져서 자주 해먹지는 않겠지만 파티의 전채요리로 만들기에 아주 적격인 요리를 (만들기 간편하고 식전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와인이나 맥주 안주로 먹기 좋음) 발견해서 좋았다.
2019년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