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임윤아 주연의 엑시트 라는 영화는 한국에서는 지난 여름에 개봉을 했던 영화이다.
나는 우연찮게 인터넷에서 한국형 재난영화라는 정보를 접하고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나니 어찌나 재미있던지, 다음날 아이들과 함께 한 번 더 보고, 그 다음날은 코난군 친구가 놀러왔는데, 그 때 또 한 번을 더 보았다 🙂
코난군도 자기가 보고나니 재미가 있어서 다음날 친구가 놀러왔을 때 한 번 더 보겠다고 한 것이다.
영화 전반의 배경과 줄거리가 이어져가는 동안에 아이들이 보기에 나쁜 장면이 거의 없고, 오히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유익했다.
조정석과 임윤아 (소녀시대의 멤버 윤아) 는 대학생 시절에 썸을 타는 사이였다가, 영화 속에서 다시 이어지는 로맨틱한 관계이기는 하지만, 공연히 쓸데없는 러브스토리를 끼워넣지 않고 산악부 회원이었던 경력을 화려하게 보여주는 것이 신선했고 또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우스개소리로 말하기를,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는, 법정 드라마에서는 판검사가 연애를 하고, 의학 드라마에서는 의사가 연애를 한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영화의 본질을 해치면서까지 남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를 억지로 끼워 넣는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엑시트]의 신선한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초등 2학년 아이와 중학생 아이와 함께 보아도 민망하거나 하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초등2학년 둘리양은 이 영화를 보더니 자기가 즐겨하는 게임 [서브웨이 서퍼즈]와 똑같다며 즐거워했다.
서브웨이 서퍼즈 게임은 캐릭터가 지하철의 선로나 기차 위로 한없이 뛰어가면서 금화를 따먹는데, 갑자기 나타나는 장애물에 부딪혀서 목숨을 잃거나 속도를 낮추어 뛰다가 쫓아오는 경찰에게 잡히면 게임이 끝나는 단순한 게임이다.
하지만 세계 주요 도시의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캐릭터와 배경의 움직임이 꽤나 현실적이어서 게임에 몰입하다보면 정말로 서울이나 런던 혹은 파리의 지하철 역에서 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영화 [엑시트]에서 두 주인공이 떨어지지 않도록 서로를 끈으로 연결한 뒤에 건물의 지붕을 달리는 장면을 보던 둘리양의 두 손은 땀으로 축축해지기도 했다 🙂
그만큼 실감나게 촬영을 잘 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요즘 한국사람들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할머니의 70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서 뷔페 레스토랑에서 일가친척들을 다 초대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이나, 파티 드레스 대신에 한복을 차려입은 사람들…
직업이 없이 백수인 삼촌을 챙피해 하지만 삼촌이 위기에 처했을 때 누구보다 응원하던 조카 아이는 평소에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노는지…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핸드폰…
드론으로 실황을 생중계해서 온국민이 실제 상황을 볼 수 있는 막강한 인터넷 환경…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종량제 쓰레기 봉투, 지하철 역사마다 구비되어 있는 비상용 방독면, 맹인안내 보도블럭, 고깃집 테이블마다 설치되어 작동하는 환풍기… (–> 이건 의외로 한국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미국인들은 테이블에 빌트인 된 바베큐 그릴과 그 위에서 돌아가며 연기를 없애주는 환풍기를 무척 신기하게 여긴다 🙂
높은 빌딩이 아름다운 빛을 자랑하는 야경까지…
(비록, 그 야경 아래에 자욱하게 안개처럼 깔린 독가스와 수많은 피해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는 점은 좀 무시무시하지만, 감독은 잔인한 장면을 안개같은 독가스로 잘 가려서, 끔찍한 장면은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사태의 심각성과 그 안에서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절박하게 잘 보여주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늘 경험하는 일상의 모습이어서 별로 새롭지 않았겠지만,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는 한국에 대해 배울 기회가 되고, 또 자랑스런 조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영화였다.
코난군의 친구 J 군도 무척 재미있게 영화를 보았다.
2019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