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매일 학교버스로부터 무료 점심을 받아오는데, 그 구성을 보면 나름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게 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게다가 요즘 비만 아동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해서 우유는 저지방 우유를 넣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버스로 배달해야 하고, 아이들이 봉지째 들고 가기 좋은 음식의 종류여야 하니, 메뉴가 무척 한정적이다.
점심 식사의 비타민과 무기질을 담당하고 있는 메뉴 중에 대표적인 것이 베이비 당근이다.
거의 매일 나온다 🙂
베이비 당근은 품종이 이렇게 작은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밭에서 모양좋게 잘 자라지 못한 것을 이렇게 작게 깎고 다듬어서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가공한 것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을 다시 상품으로 부활시킨 것이니 가성비가 좋고 간식으로 들고 다니며 먹기에도 편리하다.
하지만, 세 명의 아이들이 매일 받아오는 74그램의 당근 봉지는 세 개, 다 먹지 못하고 냉장고에 쌓여가는 당근은 일주일만에 한 소쿠리가 되었다!
카레라이스나 볶음밥 정도의 요리로 소비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서 글레이즈드 캐럿 (Glazed Carrots, 광낸 당근 혹은 윤기나는 당근 🙂 을 만들었다.
냄비에 당근을 넣고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3-4분간 끓인다.
뭉근한 식감을 선호한다면 원래 레서피대로 5-8분간 끓여도 되지만, 나는 약간 살강살강한 씹는 맛이 좋아서 3-4분간만 끓였다.
다음은 후라이팬에 버터 2큰술,
흑설탕 3큰술 (나중에 먹어보니 2숟갈만 넣어도 될 듯 하다),
소금과 후추는 약간만 뿌려넣고
버터에 흑설탕이 녹을 때까지 약한 불로 가열한다.
물기를 뺀 삶은 당근을 넣고 볶으면 완성이다.
보통은 미국요리에서 스테이크에 곁들여 먹는 것이지만,
이건 모두 인터넷에서 가져온 사진이고
나는 당근을 빨리 해치워야 하는 상황이므로,
스테이크 없이 그냥 당근만 한 그릇 담아서 먹었다.
당근은 뿌리 채소라서 포만감이 충분하고, 달콤간간한 맛도 좋았다.
그리고 얼마전의 저녁식사 메뉴:
오뎅국과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주주네 엄마가 동료가 직접 키운 닭에서 나온 계란을 많이 가져다 주어서 계란말이를 만들었더니 노른자 색이 무척 진하다.
매운 것을 못먹는 주주를 위해 오뎅국을 끓여서 함께 차려주니 잘 먹었다.
주주는 작은 몸집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식성이 까다로운데다 많이 먹지 않는다.
게다가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음식은 (한국음식 뿐만 아니라 멕시칸 요리라든지 등등) 아예 먹어보려고 하지 않았었는데, 우리집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보니 조금씩이라도 새로운 음식을 맛보게 되고, 그러면서 “아, 이건 맛있어요!” 하고 새로운 발견을 하기도 해서, 흐뭇하다.
2020년 4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