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le Creek 한국계 미국인 앤지 김 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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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위해 책 이야기 게시판에 와보니 마지막 독후감 글이 무려 2년 전의 글이다!

얼마나 독서를 안했으면… 쯧쯧… 내 스스로에게 혀를 차고 있다 🙂

 

어릴 때는 책 읽는 것을 그리도 좋아해서, 밥먹으면서 책을 읽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책을 읽고,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도 다른 아이들이 무리지어 노는 방 구석에서 나혼자 그집 책꽂이에서 발견한책을 읽곤 했는데,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도 있지만, 인터넷 게시판을 구경다니느라 독서할 시간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하며, 앞으로는 독서를 꾸준히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만은… ㅎㅎㅎ)

 

지난 겨울 방학 동안에 미씨유에스에이에서 추천하는 책 한 권을 동네 도서관에 신청했다.

크리스찬스버그에 사는 누군가가 이 책을 대출해갔다며, 그 사람이 이 책을 반납하면 내 차례라고 예약을 해주었는데, 그 사람은 이 책을 무척 열심히 꼼꼼히 읽었는지 겨울 방학이 끝나고도 한참 지나서야 내 손에 책이 들어왔다.

방학이라면 모를까 학기 중에 전공책도 아닌 소설책을 재미삼아 읽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온 세상이 혼란스럽고 힘들어졌지만, 그 덕분에 도서관에서 대출로 나간 책에 대해서 무기한 연장을 해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게다가 재택근무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대출 연체 수수료가 아까워서 끝까지 읽는 것을 포기하고 반납했을 일이다.

 

책을 읽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의 저자 정보가 무척 흥미로웠다.

앤지 김 이라는 여작가는 초등학생 무렵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왔는데, 공부를 무척 잘 했던 모양으로, 스탠포드 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하버드 법대를 마친 후에 변호사로 일했다고 한다.

미국인과 결혼해서 아들만 셋을 두었는데, 그 아이들이 모두 지병을 가지고 있어서 그 수발을 하느라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홈페이지에는 첫 장편 소설인 이 책 이야기 말고도,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짧은 글이 있는데 그 글에서 알게된 사실이다.

Other Writing

여러 가지 음식에 앨러지를 가진 아들 때문에 밀가루도, 설탕도, 우유도, 견과류도, 곡식류도 들어가면 안되는 음식을 만들어 먹여야 했고, 유기농식품 매장을 다리가 아프도록 눈이 빠지도록 샅샅이 뒤지고 돌아다녔지만 아들에게 해먹일 음식 재료를 살 수가 없어서 울고야 말았다는 글이 있었다.

앨러지 뿐만 아니라 선천적으로 뇌가 작은 소두증을 가진 아들도 있고, 자폐증을 가진 아들도 있다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변호사 일을 계속하는 것이 힘들었는지 지금은 노던버지니아에서 주부로 살고 있다고 한다. 

주부라고 하지만 작가로서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으니, 아까운 재능을 묵히고 사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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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아픈 아이들을 치료해 보려고 안다닌 곳이 없고 안해본 것이 없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듯한 [미라클 크릭] 은 노던버지니아 외곽에 집중산소치료실을 차린,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가정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집중산소치료란, 고압산소탱크 안에 들어가서 한 시간씩 헬멧을 쓰고 산소를 호흡하는 것인데, 자폐증이나 뇌손상, 불임, 등등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시도해보는 치료법이다.

지난 가을 학기에 의학적 관점에서 본 특수교육 이라는 과목을 가르칠 때 나도 들어본 치료법 중에 하나이다.

그 과목의 교과서에서는 그런 대체의학적 치료법은 아직 과학적으로 효과가 드러나지 않았으니,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시도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자칫 의학적 도움을 아예 배재하고 거기에만 의존하는 것은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정도로 소개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미국으로 이민와서 한참을 고생하다가 마침내 산소탱크 시설을 갖추고 치료소를 운영하던 유씨네 가족에게 닥친 불행과, 거기에 연관된 사람들의 힘겨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민 초기에 24시간 편의점에서 24시간 고용되어 일하던 엄마때문에 늘 외로운 시간을 보내던 딸은 선배이민자 가정의 백인 사위와 나쁜 길로 빠지게 되고…

미라클 크릭 치료실을 찾는 사람들은 자폐증 아이때문에 이혼을 하고 무기력과 강박증을 오가는 엄마, 뇌손상으로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딸을 보살피느라 자기 시간은 단 일분도 가질 수 없는 엄마, 등등 몸이 아픈 자녀를 두어서 힘겨운 부모들이다.

그 치료소에 투자를 한 선배 이민자 가정은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위태롭게 이어가고…

자연주의 (우리나라의 안아키 비슷한) 자폐아 부모 단체는 산소치료소 앞에 와서 효과도 없는 치료를 중단하라며 시위를 한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곧 자신이 모든 죄를 지었다고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믿는 아버지와, 맹목적인 순종으로 이민까지 오게된 어머니, 그런 희생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것이 부모라고 생각하는 딸…

어느날 산소탱크에 불이 붙어 폭발하고 자폐증을 가진 아이와 부모 두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화재보험금을 노린 치료소 주인, 자폐증 아이를 혼자 키우다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엄마, 남편의 불륜에 분노한 변호사, 치료소 앞에서 시위하던 시위대…

과연 누가 불을 낸 범인인지를 밝혀내는 법정 드라마가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소설의 말미에는 진실이 드러나는데, 사실은 그 누구도 의도해서 만들어낸 불행이 아니라, 모두에게조금씩은 책임이 있지만, 모두에게 범죄자라고 단순히 낙인찍을 수 없는 이야기가 참 흥미롭게 서술되었다.

기적의 개울 이라는 뜻의 미라클 크릭은 집중산소치료소가 위치한 산골마을의 이름인데, 거기를 찾는 모든 부모들은 여기에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치료소가 불타고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으로 기적에 대한 희망은 산산이 부서지지만,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기적이 생긴다

고뇌하고 슬퍼하다가 마침내 모든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지는 주인공 가족…

불이 난 후 버려진 땅에 장애아를 위한 보육시설을 세우는 환자가족들…

진실을 밝히려 애쓰던 판사와 변호사, 심지어 시위를 하던 자폐아 부모단체 까지 모두 힘을 모아 기적의 장소를 다시 만들어 내려는 희망적인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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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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