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주주가 우리집에 놀러오면서 마치 꽃다발처럼 싱싱한 파를 신문지에 말아서 들고 왔다.
주주를 맞이한 것은 드라이브웨이에서 일하던 남편이라서 내가 직접 주주 엄마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파의 싱싱한 상태를 보니 오늘 아침 마당에서 바로 잘라온 것이었다.
얼마나 싱싱하고 양이 많은지, 이만큼의 파를 오아시스 마트에서 사면 4-5달러 어치는 된다.
며칠 전 저녁에 주주를 데리러 온 주주엄마가 “맛있는 냄새가 나!” 하고 말한 일이 있었다.
매운 것을 못먹는 주주와, 우리 아이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저녁밥을 준비하다보니,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쇠고기 무 국을 끓였는데, 그 구수한 냄새가 주주 엄마에게도 좋은 느낌이었던가보다.
대략 만드는 법을 설명해주었는데 – 재료나 조리과정이 복잡하지 않아서 설명하기가 쉬웠다 – 그 다음 번에 같은 국을 끓일 때 조리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싱싱한 파에 대한 보답으로 아래의 메세지를 보내주었다.
“굿모닝, 주주 엄마! 오늘 아침 파 선물 고마웠어. 마침 파가 다 떨어져가고 있었는데 얼마나 시의적절하던지!”
블라블라…
인사를 한 다음 간략한 조리과정 설명을 썼다.
쇠고기무국의 조리법이라봐야, 별 것 없다.
모든 재료를 넣고 푹푹 끓이면 되니까 🙂
멸치액젓 대신 김치를 담을 때 넣고 오이무침에 넣는 베트남 피쉬소스는 쇠고기국에도 참 잘 어울리고 깊은 맛을 도와준다.
예전에 코난군이 아기였을 때, 이유식으로 쇠고기죽을 만들어서 어린이집에 보내곤 했는데, 그 때 베트남계 미국인 선생님이 “이 죽을 데우니 내가 어릴 때 우리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음식 냄새가 나요!” 하고 말해주었다.
그러고보니 베트남 쌀국수에서 고수만 빼면 우리 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이 국과 비슷한 맛이다.
참기름으로 고기를 볶고, 파가 많이 들어가는, 감칠맛 깊은 국물…
원래 소가 무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는데, 죽어서도 그 둘은 잘 어울리는 맛을 만드나보다 (ㅎㅎㅎ 조금 괴기스러운가? ㅎㅎㅎ)
암튼 무, 파, 쇠고기가 핵심 재료이고, 그 외에는 옵션으로 두부, 숙주나물, 고사리, 고춧가루, 어묵, 등등 원하는 그 어떤 재료를 넣어도 다 맛있다.
그저 오래오래 뭉근한 불에 푹 끓이는 것이 비법이랄까…?
주주 엄마는 이번 주말에 당장 만들어 먹겠다고 하는데, 주주 아빠는 반응이 메롱이다 ㅎㅎㅎ
주주가 아빠를 닮아서 입이 짧은 것 같다.
2020년 6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