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면서 크리스마스 장식품은 모두 정리해서 집어 넣었다. 꺼내서 장식을 할 때는 즐거웠지만, 다시 정리해서 집어 넣는 일은 재미가 덜 했다. 그래서 더욱 미루지 않고 시간이 많은 방학 동안에 치우려고 의도했다. 우리 동네 다른 집들은 아직도 나이트클럽 못지 않게 번쩍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빛나고 있다. 동네 반장 격인 제니퍼가 페이스북 그룹에서 코로나19 의료진을 응원하는 의미로 1월 31일까지 크리스마스 장식을 유지하자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글쎄…? 크리스마스 장식과 코로나19 의료진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응원과 상관없이 어차피 게으름 부리다보면 1월 혹은 2월 까지도 장식을 치우지 않고 두게 되는 것 아닌가…? 웬만하면 동네 일에 협조하고 따르겠지만 이번 아이디어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또 내 시간 형편상 따를 수 없을 것 같아서 – 개강하고 바쁜 와중에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정리하기가 어려움 – 그냥 오늘 다 정리해버렸다.
장식품을 다 치우고나니 넓은 집이 휑해보이는 것 같고, 현관문도 허전해 보일 것 같아서 다음 명절인 발렌타인스데이 장식을 만들어 달았다.
모닝룸의 조명 아래에 하트모양 뜨개질을 해서 주렁주렁 달았다.
남는 하트는 거실 장식장 손잡이에도 달았다.
흰색과 핑크색 하트는 현관문에 걸어둘 리스에 붙이려고 만든 것이다.
포도나무 줄기를 말리고 구부려서 둥글게 엮은 리스를 7달러 주고 사왔는데, 2월 중순까지는 이렇게 하트를 붙여서 걸어놓고, 그 다음에는 봄철에 어울리는 꽃모양 장식으로 바꾸고, 그 다음에는 여름철에 어울리는 물고기나 조개껍데기 장식, 가을에는 단풍잎, 그런 식으로 철마다 분위기에 맞추어 장식을 하려고 한다.
색깔 고운 털실이 한 뭉치에 3달러 정도 하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여러 가지 모양 뜨기를 해서 붙이면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제법 괜찮은 장식을 할 수 있다. 아래의 리본 묶음의 끄트머리에 달린 털방울은 둘리양이 혼자 만든 것이다. 이 녀석이 점점 더 자라면 알아서 장식을 하라고 시켜도 될 듯 하다.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