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6대 대통령인 조 바이든과 최초의 여성 유색인종 부통령 카말라 해리스의 취임식이 오늘 있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전 11시 30분에 취임식이 시작되었지만, 개강 첫날에 연달아 잡힌 회의와 면담과 강의 때문에 취임식을 놓쳤다. 저녁 수업을 마치고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티타임도 마치고 마침내 휴식시간이 되어, 지나간 취임식을 보려고 유튜브를 켜니, 셀레브레이팅 아메리카 라고 이름 붙인 대통령 취임 축하 방송을 생중계 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차피 공식 취임식은 필수 인사들만 참석해서 간략하게 치르고 대신에 온라인으로 전국을 연결해서 유명 연예인이 공연을 하고 각 주에서 선발한, 평범하지만 위대한 시민의 발언도 들려주는 참신한 기획이었다. 교사 대표, 의료진 대표, 불우이웃 돕기 모금을 온라인으로 했던 8살 어린이, 등등 다양한 연령과 배경과 인종을 골고루 대표하는 시민이 나와서 보기 좋았다.
조 바이든의 아내인 질 바이든은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지금도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문학 강의를 한다고 한다. 예전에 바이든이 오바마의 부통령으로 재직할 때에도 질 바이든 교수는 강의를 놓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운 영부인 덕분에 새 정부는 교육 분야에 많은 지원을 할 계획인 듯 하다. 그러고보니 현재 버지니아 주지사의 부인도 유아교육 교사 출신이어서 올해 버지니아 주지사의 연두교서에서 유아교육의 대상을 확대하고 교사에 대한 지원을 더하겠다는 발표가 있기도 했다. 전국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교육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다시 축하행사 이야기로 돌아가서, 내가 유튜브를 켰을 때는 이미 행사를 시작한지 꽤 시간이 흘러서 거의 막바지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루스 스프링스턴, 등등의 공연을 보았고, 부통령 해리스의 인삿말과 전직 대통령의 축사 (클린턴, 부시, 오바마가 한자리에 서서 차례대로 축사를 했다) 가 공연 사이 사이에 들어있기도 했다.
행사의 가장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유명가수 케이티 페리였다. 이 여가수는 가창력 뿐만 아니라 예쁜 외모로도 인기가 많아서 평소에 입고 나오는 무대의상은 매우 헐벗은 수준이다. 그런데 저렇게 온몸을 다 덮은 경건한 복장으로 나와서 처음에는 의아했다. 옷만 흰것이 아니라 머리카락 까지도 흰색으로 염색을 했다. 케이티 페리가 서있는 곳은 워싱턴 모뉴먼트가 멀리 보이는 지점, 링컨 메모리얼의 바로 앞이다. 코로나19 사태나 트럼프가 조장한 폭력시위대가 아니었다면 오늘 이 장소는 군중들로 바글바글 붐볐을 자리인데, 안전상의 이유로 오늘 워싱턴 디씨 시내의 일반인의 통행을 제한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었고, 취임식장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살벌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를 케이티 페리의 열창과 멋진 연출로 회복한 것 같다.
노래의 내용이 화려한 불꽃놀이인 만큼, 열창과 함께 워싱턴 디씨의 하늘을 대단한 불꽃놀이가 장식했다. 또한 백악관에서 그 불꽃놀이를 지켜보는 새 대통령 내외의 모습도 중계되었다. 그러고보니 케이티 페리의 의상의 순백색이 불꽃놀이의 형형색색과 더욱 대비가 되었던 것 같다.
부통령 부부도 불꽃놀이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코로나19와 시위대 등의 위험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했지만 오히려 퇴근 후에 집안에서 추운 날씨에 상관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내용과 연출이 모두 새로운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것도 좋았다.
그나저나… 바이든 대통령도 먼젓번 정부에서 저질러놓은 수많은 문제를 설거지하고 청소하려면 고생이 참 많겠다.
2021년 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