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폭풍이 지나가고 있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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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텍사스주를 강타한 극지방의 찬공기 (Polar Vortex) 가 동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어젯밤부터 우리 동네에도 눈과 얼음비가 많이 내렸다. 아이들 학교는 어제 오후에 이미 휴교령을 내렸고, 평소에 좀처럼 휴교하지 않는 우리 학교도 저녁 무렵에 휴교를 발표했다. 나는 휴교와 상관없이 목요일에는 강의가 없지만, 오늘은 미국 교육학 연구 학회에 참석해서 발표를 하는 날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학회가 열리는 도시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최소한 1박 2일을 머물면서 학회에 참석했겠지만, 올해의 학회는 온라인으로 개최를 했다. 나는 상의만 단정한 외출복을 입고 하의는 편안한 파자마 바지를 입은 채로 연구발표를 했다 ㅋㅋㅋ

학회 발표를 마치고 나와서 아이들 점심을 얼른 차려주고 밖에서 얼음을 치우고 있는 남편의 상황을 확인했다.

눈은 제설기로 치울 수 있지만, 얼음이 깔린 길은 삽의 납작한 날 부분으로 일일이 긁어내서 치워야 하기 때문에 훨씬 힘든 일이다. 남편은 거의 두 시간 동안 우리집 드라이브웨이와 현관문앞 작은 길의 얼음을 다 치웠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다리 근육을 바짝 긴장한 채로 작업을 하느라 무척 피곤하다고 한다.

당장 외출할 일은 없지만, 만약에 급하게 외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위험하지 않도록 미리 미리 얼음길을 잘 치워둔 것이다.

지금은 점심 시간이 지난 한낮이지만 여전히 영하의 기온이라서 얼음비가 만들어낸 고드름이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큰 나무에 이렇게 얼음과 고드름이 달려 있으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나무가 통째 넘어지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전깃줄을 건드리면 그 동네 일대가 정전이 된다. 다행히 우리 동네는 아직까지 정전이 되지 않았는데, 오늘 밤부터 강풍이 불거라는 예보가 있다. 운이 나쁘면 우리 동네로 들어오는 전깃줄이 강풍때문에 끊어져서 우리집도 정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조리도 전기오븐을 사용하고 난방도 전기로 하기 때문에 정전이 되면 불편함이 많다.

따뜻한 물도 전기로 만들기 때문에, 혹시나 모를 정전에 대비해서 설거지할 것이 생기면 바로바로 씻어두고 있다 (평소에는 그러지 않는다 ㅎㅎㅎ).

어제 내린 눈폭풍 주의보를 보고 미리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사다놓기도 했고, 온가족의 학교가 휴교를 해서 집에 머물고 있으니 당장에 닥친 어려움은 아직 없다. 오히려 코로나19 덕분에 학회 발표나 다른 업무를 온라인으로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고보니 몇 년 전에 시카고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가 4월에 내린 폭설로 공항이 마비되어서 어쩔 수 없이 시카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더 묵었던 일이 생각난다. 예정에 없던 일이라 가지고 있던 현금이 부족해서 공항으로 가는 택시기사에게 쿠사리를 먹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현금을 빌려서 택시비를 내는 일도 있었다. 택시비를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받아서 삥땅을 치려는 나쁜 기사에게 내가 왜 욕을 먹었어야 하는지… 그때 돈을 빌려준 사람은 같은 학회에 참석했던 모르는 사람인데, 명함을 받아서 집에 돌아와 수표를 써서 부쳐주었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따뜻한 벽난로를 켜놓고 있으면 좋다…ㅎㅎㅎ

는 농담이고 🙂 티비에 벽난로 유튜브를 틀어 놓았다.

만약에 정전이 발생하면 벽난로가 있는 집은 난방 걱정을 안해도 된다며 안심하겠지만, 그렇다고 벽난로가 없는 우리집이 속수무책인 것은 아니다. 사실, 이전에 벽난로가 있는 집에서 살아보니 별로 난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게되었다. 그래서 새집을 지을 때는 공연히 가구 배치하기만 어렵고 (벽난로가 벽면 하나를 차지하고 있으니 티비나 다른 물건을 놓을 자리가 없어진 셈),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벽난로를 일부러 설치하지 않았다. 대신에 우리집에는 가정용 발전기가 있으니 만약에 정전이 되면 발전기를 돌려서 난방도 하고 불도 켜고 밥도 해먹을 수 있다.

너무 큰 피해를 일으키지 말고 눈폭풍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빈다.

2021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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