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CostCo.com) 에서 바지 두벌을 온라인으로 주문한 것이 이렇게 화근이었다. 학교로 출근할 때 입을 바지를 골라서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직접 입어보고 만져보지 못한 물건을 받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코스트코 웹사이트에 환불을 신청했다. 보통 때는 내가 직접 UPS (배송업체) 가게에 가서 보내는데, 이날 따라 약간의 호기심이 생겨서 처음으로 UPS 배달원이 집에 와서 가져가는 것을 신청했다. 2월 11일 저녁에 환불을 신청했고, 다음날 UPS 배달원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루 종일 집에 있었지만 아무도 벨을 누르지 않았다. 다음날엔 바지를 박스에 담아서 쪽지와 함께 문밖에 내놓으려고 현관 문을 열었더니, 다른 박스가 없어진 것이다.
그 며칠 전에 새로 산 차에 트레일러 히치 (자전거 매달거나 다른 트레일러를 차 끌 수 있도록 연결하는)를 주문했는데, 날씨가 눈도 오고 추워서 차 밑에 설치를 못하고 현관 문 옆에 박스를 뜯지도 않은 상태로 놓아 두었다.
보통 무거운 물건이 배달되어오면 그렇듯이, 마지막 종착지에 다다른 박스는 반쯤 열린 상태였다. 주소 라벨도 그래로 붙어 있는체 놓아 두었는데, 배달원은 내게 물어보지 않고 아무 박스나 덥썩 집어 간 것이다. 그걸 발견한 것이 24시간이 지난 후에야 부랴부랴 USP 에 전화를 해서 배달원이 박스를 잘못 집어 갔으니, 다시 물건을 ‘보낸 사람’집으로 돌려 달라고 했다. 영혼이 없지만 친절하게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얼마 후에 생각을 해보니 과연 ‘보내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반송용 라벨을 코스트코가 만들어서 UPS로 보냈기 때문에, 반송자가 내가 아닌 코스트코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례 미국인들이 그러하듯, 돈만 받고 남의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아니라 다를까, 약 30분 간격으로 두 번을 걸어서 두 사람의 상담원과 통화를 했더니 각기 다른 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집으로 온다, 코스트코로 간다.
물건은 항공편이 아닌 트럭편으로 동쪽 (버지나아)에서 서쪽 (캘리포니아)로 가는 것이니 대략 6일에서 7일이 걸릴 것이고, 또 중간 중간에 물건을 내려서 스캔을 할테니까 어느 곳에 도착했는지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기다렸다. 주말이 지나서 화요일이 되어서도 웹사이트에서 정보가 바뀌지 않았다. 그냥 ‘반송 요구’ 이런 상태로 나흘이 지나도 그대로 있는 것이다.
다시 전화를 했다. 이번에 상당원이 물건을 돌려 받으려면 25불을 내라고 했다. 나는 당신들의 잘못에 왜 내가 돈을 내야 하냐고 물었고, 이런 경우에 서비스료를 면제할 수 있지 않냐고 물었다. 그 상담원은 자기 상사에게 물어보겠다고 했고, 약 10분이 흐른 후에 케이스 번호를 불러 주면서 나중에 다시 자기가 전화하겠다고 했다. 이 때 이상한 낌새가 들어서, 정말 전화를 다시 할거냐고 나는 물었다. 그 상당원은 웃으면서 당연히 1시간내에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과연 내 예감을 한치로 벗어나지 않았다. 2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없어 다시 전화를 했다. 이렇게 전화를 거는 것은 상당히 귀찮다. 전화를 걸어도, 연결이 되기를 기다려야 하고, 또 걸 때마다 다른 사람들과 통화하게 되어 계속 설명해야 한다. 아무튼 다시 다른 상담원과 통화를 하면서 2시간 전에 알려준 케이스 번호를 주었더니, 이 케이스는 이미 2시간전에 끝난 것이란다. (2시간 전에 상담원이 내가 엿먹으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했더니, 배달된 물건에 대해서 클레임(claim)을 하라면서 이메일을 보내겠다고 했다. 잠시 후 이메일을 받고, 그 주소를 따라 가서 웹사이트에 여러가지 정보를 쳐 넣으니, 이번에는 이 트래킹 정보로는 claim 이 안된단다. 이런….
다시 전화를 해서 따져 물으면서, 지금 물건이 어디쯤에 있냐고 물어보니, 물건이 없어졌다고 했다. 그러면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분실 신고를 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럼 당장 하겠다고 해서 분실신고를 했다. 그리고 상담원은 분실 신고를 한 것에 대해서 문의할 경우에 연락 하라면서 전화번호를 줬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 겠지라고 생각을 하고 며칠을 기다렸다. 근데 3일 뒤에 코스트코에서 바지값을 환불해준다는 메일이 왔다. 이건 뭐지 하는 생각에 UPS 사이트에 갔더니, 물건이 배달되었단다….
어이가 없었다. 코스트코로 환불되는 물건이 하루에도 수백개는 될텐데,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스에 배달 라벨의 코드를 찍어서 바지 값을 환불해준 마당에…
손실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 (분실신고도 한 마당에) UPS 에 다시 전화를 해서 따졌다. 당연히 그들은 배달이 되었으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럴 줄 알고, 내가 열심히 전화 걸었잖아??).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고, 지역 사무소의 배달원이 잘못한 것이니, 지역 사무실에 가서 물어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지역 사무소의 전화번호라도 달라고 했다. (전화번호를 인터넷에 찾을 수가 없다. 일반 번호만 나와 있고.) 그랬더니, 그건 알려줄 수 없고 지역 사무소에서 전화 연락이 올거란다. 3일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자, 사무실을 찾아 갔다. 사무실은 약 45분 걸리는 곳에 있지만, 일주일에 두번씩 출근하는 길에 있으니 퇴근하는 길에 들렀다. 여기서 직원의 이야기는 똑같았다. 이미 배달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 (배달이 되기 전에는 니네들이 뭘 했는데?).
내가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자, 나더러 아마존에 이야기를 하면 어쩌면 새 물건을 보내줄 지도 모른다며 한 술 더떴다. 내 뒤에서 듣고 있는 다른 손님들도 이 이야기를 듣고 어이 없어 했다.
다음 날 다시 UPS 로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트레일러 히치 가격을 환불을 해주던지, 본부 담장자를 바꿔 주든지, 아니면 담장자 전화번호를 알려 주든지 하라고 했다.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내가 그래서 당신 이름이 뭐냐고 묻자, 상담원이 전화를 끊었다.
이쯤 되면 어떤 사람들은 포기하겠지만, 나는 오기가 더 발동했다. 니네들 나를 잘못봤어….
웹사이트 중에 Better Business Bureau (www.bbb.org) 라는 비영리 기관이 있는데, 더 나은 비지니스를 위한 기관 (사무국, bureau) (FBI 는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이렇게 번역될 수 있겠다.
이 사이트에 나같이 여러 비즈니스로부터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이 번호사를 고용하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불만을 접수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며칠 전부터 준비했던 터라 UPS에 대한 비슷한 케이스가 있는지 찾아보고, 불만을 접수했다. 일단 생각나는 데로 다 적고 보니 알파벳 5천자가 되어서, 줄이고 줄여서 1000 (글자 수 제한) 자로 축약해서 올렸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기를 원하는 지와 함께.. 내 연락처, 이메일, 전화 번호 등등 과 함께. 24시간 후에 내 불만이 접수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메일에는 불만이 UPS에 전달 되었고, 3월 31일까지 회사가 대답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있다고 되어있었다.
3월 5일에 아틀란타 헤드쿼터의 고객 서비스 담당자로부터 통화를 하고 싶다는 메일이 왔다.
나는 BBB.org에 글자 수 제한 때문에 못한 말을 마져 적어보냈다. (처음에 적었던 5천자 짜리) 3월 8일, 9일에 걸쳐 메일을 주고 받다가 서로 시간을 정해서 전화를 통화를 했다. 그쪽에 정중히 사과를 하고 내게 원하는 것을 물어봐서, 나는 아마존 사이트의 링크를 이메일로 보낼테니, 이 가격과 내가 지불한 세금을 포함해서 알려줬다. 답장에서는 수표로 내게 보낼테니 며칠 있으면 수표를 받을 거라고 했다. 나도 다시 답장을 하면서, 수표를 받게 되면 BBB.org 에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쓸거라고 했다. 지금은 수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지만, 그것이 귀찮으면 불편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생각은 처음에 미국에 와서 느꼈다. 미국 사람들은 실수를 엄청나게 한다. 그런 것을 찾아서 따지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손해를 본다.
처음 경험한 것은 자동차 보험료에 관해서 였다. (이 경우에는 내가 이해를 잘못한 나의 과오였다.) 미국에 처음와서 어려운 것이 전화 통화다. 직접보면서 이야기 하다보면, 서로의 표정과 몸짓으로 이해를 할 수 있는데, 음성으로만 듣고 짧은 영어로 의사표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어쩌면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손해를 볼 것 같은데, 여기서 물러서면 앞으로 계속 이렇게 손해를 볼지도 모르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험에 대한 것을 따지다 말고, 내가 가겠다고 했다.
막상 찾아가서 설명을 들어보니, 내가 잘못 알고 있었고 나는 시인을 했다. 물론 보험 에이젼트도 서로의 오해를 풀 수 있어서 좋아 했다.
그 이후론 나의 투쟁적인 삶은 계속 되었다. 유학생이라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한푼이라도 볼이익을 당하지 않을 생각으로 더 따지고 묻고했던 것 같다. 나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내가 공부했던 분야와 연구 방식과 맞물려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근성에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던 것이 거듭되는 시행착오와 긴 시간의 노력으로 버텨내다 보니….
좀 더 느긋하게 살 수 있었겠지만, 지나간 삶이 나쁘진 않다. 이제는 많은 것들이 해결되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어렸을 때 영어 속담집 속에서 보았던 문장을 떠올려 본다.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
의지와 끈기가 있다면 해결책은 있다. 겉으론 보이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