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법

 538 total views,  1 views today

코난군은 작년 11월에 만 13세가 되어서 명실상부한 틴에이저가 되었다. 일레븐, 트웰브를 지나서 비로소 나이에 “틴” 이 붙었다고 “틴에이저” 라고 부르는 것이다. 중학교에 입학한지 두 번째 학년이니 한국에서 다들 무서워하는 중2병에 걸릴 나이이기도 하다. 미국 학제는 (이것도 주마다 학군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초등학교를 킨더학년부터 5학년까지 6년을 다니고, 중학교는 6,7,8학년 3년간, 고등학교는 9, 10, 11, 12학년 즉 4년을 다니게 된다. 미국 엄마들도 한국의 중2병 비슷하게 7학년을 최악의 학년이라고 여긴다. 6학년은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해서 아직도 어린아이 티가 남아있고, 8학년이 되면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여기고 싶은 우쭐한 마음에 점잖게 행동하려 하지만, 그 중간에 끼인 7학년은 마침 들이닥친 사춘기 호르몬의 영향까지 더해져서 도무지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반항을 하는 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집 코난군도 6학년과 7학년을 거치면서 덩치가 많이 자라기도 했지만 예전과는 다른 행동양식을 보여주는데,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집중력이 약해져서 깜빡 잊어버리는 실수를 자주 하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에는 “아이돈노우” 라고 말하는 불확실성이 늘었다. 그밖에도 책읽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아이가 게임만 주구장창 하는 아이가 되었고, 자기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었다. 긍정적인 변화로는 식성이 좋아지고 김치와 같은 한국음식을 잘 먹게 되었다는 점이 있다. 바이올린과 아트 레슨도 꾸준히 받고 있으며, 아빠와 함께 하는 수학 공부나 테니스 연습도 잘 하고 있다. 동생과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맛있는 것을 먹을 때는 동생 몫을 챙겨준다든지 하는 등의 의리도 있다. 어쩌다 한 번씩은 숙제를 깜빡 잊어버리고 제출하지 않거나 시험에서 말도 안되는 실수로 감점을 당해서 아빠를 기가 막히게 만들고, 다 먹은 과자봉지를 침대에 두거나 더러운 양말이 한 짝은 책상 위에, 한 짝은 침대 밑에서 발견되어서 내가 한숨쉬는 일이 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착한 아들이다.

그런데 코난군의 친구 부모들 중에는 최악7학년 시기를 힘들게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코난군은 온라인으로 만나서 같이 게임을 하고 노는 친구 무리가 있는데, 그 중에 한 아이의 엄마는 아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을 무척 못마땅하게 여겨서 “너랑 같이 게임하는 그 놈들 전부다 게임중독자 루저들이야!” 하고 소리쳤다고 한다. ㅎㅎㅎ 얼마나 속상했으면 자기 아이 뿐만 아니라 얼굴도 모르는 남의 집 아이들까지 그렇게 싸잡아서 욕을 했을까. 그 엄마가 또 어떤 날에는 “너 검정색 옷좀 입지마. 그리고 모자달린 후디도 입지마!” 라며 옷입는 것을 가지고 아들에게 야단을 쳤다고 한다. 그 엄마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위의 사진은 호텔 트란실바니아의 주인공 여자아이, 아래 사진은 빅히어로6의 주인공 남자아이의 모습인데, 우리집 코난군과 비슷한 나이로 보인다. 호텔 트란실바니아의 주인공은 드라큘라 부녀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십대 아이들은 검정색 옷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실히 있다. 빅히어로6의 주인공이 입고 있는 모자 달린 헐렁한 윗도리도 미국 십대 아이들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의상이다. 게다가 두 캐릭터의 머리모양을 보면, 귀와 눈을 뒤덮을 정도로 덥수룩하게 길렀다.

우리집 코난군도 매일 갈아입는 옷이 전부 다 검정색 아니면 회색이고, 모자 달린 윗도리를 입으면 꼭 모자까지 뒤집어쓴다. 아마도 짙은 색 헐렁한 옷 속에, 또는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속에 자신을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모양이다. 두뇌의 크기는 이미 성인의 크기로 자랐지만 아직도 전두엽은 열심히 발달하는 중이어서 조금 전에 엄마가 부탁한 일도 잊어버리고, 어제 배운 수학 공식도 오늘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오늘 저녁밥은 뭘 해줄까? 물어봐도 아이돈노우~ 밥먹고 씻을래 아니면 씻고 먹을래? 물어봐도 아이돈노우~ 뭘 물어봐도 아이돈노우~ 하며 어깨를 으쓱이고 마는 것은, 정말로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서일게다. 어린 아이일 때는 순수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지만, 지금은 하나의 결정을 내리면 그로 인해 얻는 결과를 짐작할 수 있고, 그 수많은 결정과 결과의 조합을 일일이 따져서 하나의 대답을 하자니 너무 복잡하거나 자신의 선택에 자신감이 생기지 않아서 아이돈노우~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아이가 입는 옷의 색깔이나 머리모양 같은 것으로 공연히 잔소리를 해서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인 것 같다. 시커먼 옷을 입고 더부룩한 머리모양을 하고 다니면 보는 사람이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 수는 있지만, 인생 사는 데에 큰 지장은 없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코난군이 언제까지 머리카락을 기를지 한 번 두고보기로 했다.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져서 오랜만에 테니스코트에 나갔다 온 날, 마침내 코난군은 이발을 하기로 했다. 앞머리가 너무 길어서 날아오는 테니스공이 잘 안보이더라는 것이었다.

온라인으로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것도, 학교 공부나 다른 꼭 해야할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마음껏 하도록 허락하려 한다. 학교 수업도 온라인으로 듣고 있다보니, 그렇게 게임을 하면서 친구들과 노는 것이 유일한 사회생활이 되었고, 또 게임을 하면서도 배우고 느끼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코난군이 친구들을 모아놓고 토너먼트로 게임 대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참가할 사람을 모집하고, 실력의 차이가 너무 나지 않도록 조편성을 하고, 게임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참관하고, 비디오로 녹화 편집을 하는 등, 제법 리더쉽 연습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 후에는 다른이가 주최한 대회에 참가해서 우승을 하고 상을 받는 일도 있었다. 학교 공부와 아무 상관이 없고 밥벌이와도 무관한 오락에 불과한 일이지만, 거기에서 리더쉽을 발휘하기도 하고 승부욕을 불태우며 경쟁도 하고 그래서 성취감을 얻기도 하니,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코난군의 또다른 친구 엄마는 하루에 45분만 게임을 하도록 단속을 하고 있는데, 사실 45분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차라리 하루 건너 하루 또는 주말에만 게임을 하더라도 한 번 할 때 실컷 잘 놀았다 하는 느낌이 들도록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코난군의 친구는 45분의 감질나는 게임 시간이 끝나면 엄마의 눈을 피해서 밤에 또는 부모가 외출한 시간에 몰래 게임을 한다고 한다. 공연히 아이들의 일을 심하게 단속하고 규제하려다가 아이가 거짓말과 눈속임을 하게 만드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런저런 친구들의 부모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코난군은 우리 가족이 얼마나 화목한지를 깨달았을 것이다.

몇 달 만에 이발을 한 코난군. 욕실 샤워부스 안에서 아빠가 헤어컷을 해주었다.

2021년 3월 15일

Related Posts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