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자동차에 설치해서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장치가 도착해서 무사히 설치를 마쳤다. 배송사고로 한 달을 넘게 허비하고, 그 다음에는 구입한 장치가 우리 차와 규격이 맞지 않아서 중고 장터에서 팔고, 규격에 맞는 것으로 다시 구입하고… 그렇게 해서 거의 두 달도 넘게 걸려서 완성된 일이다.

주말에 집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대체로 아이들은 이렇게 하루를 보낸다. 어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집안에만 있으면 활동량도 충분하지 않고, 햇볕을 쬐면서 비타민 디 합성을 할 수도 없으니, 날씨가 좋은 계절 동안만이라도 주말마다 가족이 함께 외출을 하자고 남편과 의견을 모았다.

자동차 뒷면에 설치한 장치 위에 자전거 네 대를 싣고 드레이퍼에서 시작하는 뉴리버 트레일을 가보기로 했다. 우리집에서 차로 35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옛날 기찻길을 자전거와 산책로로 만든 길이 57마일 정도 있는데 그곳의 이름이 뉴리버 트레일이다. 예전에 롱아일랜드의 그렉 홀 박사님 내외가 이 트레일에서 자전거를 타기위해 휴가 여행을 온 적이 있었고, 우리도 그 때 이 길을 알게 되었다.

드레이퍼 라고하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하는데, 위의 사진에서 저 분홍색 꽃나무 뒤에 있는 오래된 가게도 유명하다. 팬케익 같은 간단한 식사를 팔고, 커피를 직접 로스팅해서 내려 주기도 하고, 숙박도 하고 기념품도 파는 시골 장터 같은 느낌의 가게인데, 가격에 비해 음식이 맛있고, 또 이런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이번에는 가볼 수가 없었다.

기찻길의 선로를 걷어내고 그 위에 자갈을 덮어 길을 만들었으니, 길이 무척이나 평탄하고 그래서 자전거로 달리기가 참 좋았다. 우리 동네 자전거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이어지고 좌우로도 구비구비 돌아가는 길이 많아서 허벅지 근육이 고생을 많이 하는데, 이 길은 이렇게 평탄하다. 100년 전에는 이 위로 기차가 달렸겠지…

출발한지 10마일이 되는 곳에서 되돌아왔다. 다음 번에는 이 지점까지 차를 몰고 와서 여기서부터 남쪽으로 10마일을 더 갔다오고, 그런 식으로 트레일 전체 57마일을 정복하기로 했다. 평탄한 길이기는 하지만, 왕복 20마일, 32킬로미터를 자전거로 달리니 무척 힘이 들었다. 사타구니에 쥐가 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ㅎㅎㅎ

옛날에는 여기에 석탄광산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바닥의 흙이 무척 검다.
4월 19일에 추가함:
이 글을 포스팅하고난 뒤, 남편이 검색해보니 석탄광산이 아니라 다른 광물을 캐던 광산인 것 같다고 했다. 석탄이든 납이든 지금 현재 채굴을 하는 것도 아니니 별 상관없는 일이지만, 이런 계기로 내가 사는 곳의 지층과 지질을 알게 되는 것이 인생의 작은 배움 하나를 추가하는 일이다 🙂 버지니아 주정부의 광물자원 지리국(? 정도로 해석함) 공식 웹페이지에서 얻은 정보로는 여기는 아마도 산화철 안료 (iron-oxide pigments) 아니면 납과 아연을 채굴하던 곳인 것 같다.
https://www.dmme.virginia.gov/DGMR/Pulaski.shtml

채굴한 광물을 정제하는 시설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건물도 있었다. 지금은 캠핑장이나 숙박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것 같았다.

100년 전쯤에 광물을 캐는 광부가 살았을 것 같은 아주 작고 오래된 집도 보였다. 지금보다 교통이 더 열악했을 그 시절에 이 마을 사람들은 강에서 잡은 물고기와 산에서 잡은 들짐승 고기를 먹고 살았겠지?

저렇게 오래된 집은 어떤 것은 사람이 살지 않은채 버려진 곳도 있고, 또 어떤 집은 주말 별장으로 사용하려는지 개조 공사를 하는 곳도 있었다. 위의 사진에서 둘리양 건너편으로 보이는 작은 집도 개조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거기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웃하우스(Outhouse) 라고 부르는 서양 재래식 화장실이다. 어릴 때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사용하던 그 재래식 화장실과 무척 비슷하게 생겼다. 미국인들이라고 태초에 수세식 화장실과 함께 태어나지 않았으니, 상하수도 시설이 부족했던 시절 오지에서는 이렇게 집 바깥에 따로 화장실 건물을 세우고 (그래서 아웃하우스라고 부르는 듯) 집안에 불쾌한 냄새가 퍼지지 않도록 했던가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겠지만, 아마도 옛날 집의 정취를 살리려고 허물지 않고 둔 모양이다.

오하이오 강의 지류인 뉴리버를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데, 강가에 주차장이 아닌 선착장을 지어둔 주택들이 보였다. (선장님이셨던 아버지의 요청으로 수정함 ㅋㅋㅋ)

봄이라서 새로이 솟아나는 나뭇잎 구경도 했다.

소떼들이 한가로운 벌판도 멋있는 풍경이었다.

왕복 32킬로미터를 달린 후에 차로 돌아와서 준비해온 유부초밥을 점심으로 먹었다.

어제 무쳐서 먹고 남은 오이무침도 가지고 왔더니 갈증과 허기를 동시에 해결해주는 훌륭한 음식이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드레이퍼 옛날 가게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먹었겠지만… 오늘 첫 트레일 도전은 집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만족해야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학교 일 관련 미팅이 있어서 쉬지도 못하고 얼른 씻은 후에 미팅에 참석했다. 그 후에는 저녁 식사 준비… 식사를 마치니 온몸이 녹초가 되어서 쉬고 싶지만, 오늘 찍은 사진을 지금 올리지 않으면 계속해서 미루게 될 것 같아서 마지막 남은 기운으로 글을 쓴다 🙂
2021년 4월 1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