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1
새 커피 로스터 (자작 커피 로스터는 실패) 때분에 생긴 일

새 커피 로스터 (자작 커피 로스터는 실패) 때분에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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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에 만들었던 커피 로스터는 실패로 끝났다. (https://www.apiacere.net/2020/12/12/커피-로스팅의-진화/)

커피 콩이 직접 불에 닿으니 캠핑 버너의 버너의 불이 셀 경우 잠시 한눈을 팔면 불이 붙는 일이잦았다. 그렇지 않게, 불을 약하게 하면 로스팅하는데 시간이 너무 들었다. 경험상 커피 로스팅하는데 40분 이상 소요되면, 이 커피는 모양은 커피 원두지만 맛은 아주 싼 쓴맛이다. 불 조절하기 쉽지 않는데도 운이 좋아 적절했을 적당히 했을 경우도 커피 콩이 직접 불에 닿으니 겉과 속의 온도차 때문에 진정한 커피 맛을 내가 어려웠다.

다시 옛날처럼 땅콩 볶는 후라이 팬으로 돌아갔지만, 원두가 계속 휘젓는 날과 후라이 팬 사이에 끼게 되어 후라이 팬이 코팅을 계속 긁었거, 커피는 제대로 볶아지지 않았다.

결국 저렴하게 커피를 볶는 방법을 못 찾았다. 몇 달째 커피가 아닌 커피(?)를 마시다 로스터를 사기로 했다.

근데 어떤 것을 사야 하나. 살만한 가격의 대부분의 로스터는 히팅 코일을 이용해서 뜨거운 바람으로 커피를 볶는다. 단점은 소음이 크고, 커피 콩을 담는 유리를 세척하기 힘들다. 그래서 오래 쓰게 되면 커피의 기름이 유리에 달라 붙어서 매우 흐려진다. 커피 로스터 자체의 소음이 크면 커피가 팽창하면서 나는 소리(크래킹)를 들을 수 없고, 유리가 투명하지 않으면 볶는 과정에 커피가 어떤 색깔을 띠는지 알 수 없다. 그러면,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고,

특별히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하다가 우연히 찾은 것이 보카보카 250 (볶아볶아를 영어로 표시하기 위한 이름인 듯) 이다. 바리스타 한 사람이 유튜브에 올린 것도 보니, 분해가 쉬어서 세척이 아주 간단하고, 유리 원통안의 커피 콩을 직접 열을 가하는 것이 아니야 적외선 램프를 통해서 열을 가하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만드는 곳은 한국의 중소 기업이다.

이렇게 생긴 로스터다. (보카보카 홈페이지에서 가져옴)

이미 한국에서 몇년 전부터 시판되던 물건인데, 여기서는 좀 낯설었다. 한국 제품의 로스터가 이 제품 말고도 2개가 더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다. 하나는 Gene Cafe 이고 또 하나는 Kaldi. 근데 이 두 제품은 위의 이유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카보카를 110볼트 짜리로 싸게 살 수 있는지를 찾아보다가 이베이에서 발견을 하고. 아주 좋은 가격에 구입을 해서 커피를 볶았다. 아아, 완벽한 내 스타일. 조용하고 색깔의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연속해서 두 세 번의 커피를 볶을 수 있고 (히팅 코일을 사용하는 로스터의 경우, 과열 문제로 높은 온도로 오래 지속되면 식을 때까지 전원이 차단된다. ) 세척도 아주 간편하고. 하나가 마음에 안드는 것은 한번에 볶을 수 있는 양이 약 200그램으로, 커피를 아주 많이 마시는 우리 가족의 경우에 일주일에 2번 정도 볶아야 하니 좀 번거럽다는 것이다. 다행이 주변이 이 작은 커피 로스터를 구입하고 싶다는 분이 계셔서, 이 로스터는 그분에개 넘기도, 좀 비싸긴 해도 한번에 450 그램 볶을 수 있는 큰 제품으로 다시 구입했다.

준비를 하고 예열중.
적외선 램프를 사용한다. 붉게 달아 오른 모습.
좀 큰 모델 (500)로 2개의 램프를 사용한다.
약 5분간의 예열이 끝난 후에 생두를 붇는다.
계속 해서 볶음.
첫번째 크랙이 끝나갈 즈음.
원하는 상태로 볶아 졌을 때 여기에 담아 흔들어서 껍질을 제거함과 동시에 식힌다. 다 볶은 후의 모습. 이 원두를 하루나 이틀을 둔 후에 갈아 마셔야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구입한 곳이 이베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직접 날라오는 물건인데, 한국 사람(들)이 이베이에 장터를 열어서 여러 제품을 팔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커피 로스터였다.

영어가 자유롭지않은 한국 사람인지라, 이베이로 물건을 구입했을 때 자동으로 발송되는 이메일이나, 물건 안에 들어 있는 간단한 주의 사항들의 영어가 너무 어색했다.

그래서, 나도 한국 사람인데 이메일이나 팜플렛의 문구를 고치는 것에 도움을 줘도 되는지 물었다. 다행히도 별로 자존심 상하지 않고 도움을 청했고, 그래서 약간의 도움을 줬다.

그러던 중에 둘리양의 베스트 프렌드인 주주의 엄마가 어설프게 나마 커피을 볶고 있어서 내가 얼마전에 구입한 로스트를 보여줬더니, 주주 엄마는 커피를 볶을 수도 있지만 다름 종류의 콩도 볶을 수 있겠다며 자기도 하나 사겠다고 했다. 내가 예전에 메주 콩을 커피 볶듯이 볶은 다음에 갈아서 콩가루를 만든 적이 있어서, 다른 종류의 콩을 볶을 수 있겠다고 했더니 구입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예전에 구입한 곳에 연락을 했더니, 여전이 이베이 마켓에서 구매가 가능하며, 구입시에는 지난 번 도움에 대한 답례로 커피 로스터 부품인 히터를 하나 끼워서 보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물건을 받고 보니 히터가 빠져 있어서, 연락을 취했더니 죄송하다며 다시 보내겠단다. 미국내도 아니고 한국에서 다시 보내는 것이 좀 미안해서, 히티를 하나 더 살테니 두개 같이 보내라고 했다. 450그램을 볶을 수 있는 로스터는 히터가 2개 필요하니, 백업 용으로 2개를 갖고 있으면 앞으로 20년은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 누군가의 실수로 히터가 아닌 로스터를 보낸 것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한국으로 반송하는 비용도 클텐데….

다시 연락했더니, 죄송하다면서 히터는 다시 보내고 로스터의 반송을 원하면 반품라벨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덧붙이길, 이 로스터를 반값에 구입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반값이라…. 물건이 좋아서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은데 내겐 큰 로스터가 하나 있는데 어떡할 지 고민을 하다가 문득 롱 아일랜드의 옛 보스를 떠올렸다. 처음 커피 로스팅을 입문하게 했던, 에어 로스터를 이용해서 로스팅을 보여주었던,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들 중의 한 분. 2004젼 부터 포스트 닥으로 2년 정도 일을 한 것 밖에 없지만, 그분의 성품과 지식에 관한 열정에 반해서 여태껏 연락해 오고 있다. 코난군이 태어났을 때는 무려 400불을 보내 주시기도 했다. 후에 아이들이 좀 커서는 두번이나 롱 아일랜드를 방문했고, 4년 전에 사모님과 같이 우리집을 방문한 적도 있다. 이분이라면, 이 로스터를 가장 잘 사용하실 것 같았다. 그동안의 안부로 전할 겸 메일을 보냈다. 간단한 안부 뒤에 이른 감이 있지만 로스터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면 쓰시겠냐고. 어떻게 보면, 그렇게 비싼 물건도 아닌데 그런 걸 물어보냐고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족도 아닌데 누가 이정도 가격의 선물을 내게 보낸다는 나는 상당이 부담스럽다. 이곳의 문화가 그런 것 같다. 친하게 지내는 미국 친구랑, 한달에 한번 정도 바깥에서 식사를 하면 항상 더치 페이를 한다. 내가 산다고 하면 왜 사냐고 물어서 핑계를 대기가 좀 곤란했다. 그래서, 아주 친하지만 밥을 사더라도, 사도 되냐고 묻는데, 거절을 하면 할 수 없이 더치 페이를 한다.

이런 문화적 차이에, 몇십불 정도의 선물이라면 선뜻 보낼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 열 배 이상의 가격이라면 조심스럽다. 다행히 보스는 지금 쓰고 있는 로스터의 내부 유리가 기름도 끼고 잘 안보여서 보내주면 잘 쓰겠다며 고마워하셨다. 포장을 다시해서 보내드렸다. 지난 금요일에 도착해서 주말께 로스팅을 해보겠다고 하셨다.

아무튼 마음에 드는 로스터를 찾은 후에,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추천도 하고, 영어가 자유롭지 않는 사람들 좀 도운 답례가 누군가의 실수로 인해 잘못 배달이 되고, 실수로 보내온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사게 되어, 오래전 부터 연락을 끈끈히 이어왔던 지인에게 7월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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