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4
로빈쿡의 의학 스릴러: Pandemic 그리고 Host

로빈쿡의 의학 스릴러: Pandemic 그리고 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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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가 정한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내가 정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학교 개학은 8월 12일이고, 내 직장의 개강은 8월 23일이지만, 그 전에 개학을 위한 준비를 하느라 8월 부터는 분주할 예정이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7월이 지나면 방학이라는 여유로운 기분도 끝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도 7월이지만 내 마음과 실생활은 벌써부터 개학 준비로 바쁘다 🙂

3개월이 한꺼번에 보이는 달력으로 지난 3개월이 보이도록 걸어두고 하루하루 방학이 지나가고 있는 것을 보아왔지만, 여전히 시간은 내 느낌보다 빨리 지나가 버렸다.

가운데가 현재, 그 위와 아래로 지난 달과 다음 달이 보이는 달력으로 방학이 지나가는 것을 카운트다운 하며 살았다 🙂

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 중에 잘 실천한 것도 있고 전혀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것도 있고, 부실하나마 해낸 것도 있다. 둘리양의 요리 비디오와 매일 아침 운동과 사우나는 무척 잘 해낸 것 같다. 7월 들어서 우리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돕느라 둘리양의 요리 비디오는 조기 종영을 했지만, 그래도 40여개에 가까운 요리를 했고 비디오로 기록해 두었다. 매일 아침 운동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았고, 아침에 운동을 못한 날에는 저녁 시간에라도 꼭 운동을 했다. 사우나는 매일은 못해도 일주일에 서너번씩은 하고 있다. 아쉬움이라면, 운동과 사우나를 그렇게 열심히 해도 드라마틱한 몸매의 변화는 없었다는 것… ㅠ.ㅠ 그렇지만 아직도 식욕과 소화력이 왕성하다는 것이 건강의 청신호이기도 하니 너무 좌절하지는 않기로 했다 ㅎㅎㅎ

중국어 공부는 한자 목록과 단어장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놓고 단 며칠간 들여다 보았을 뿐, 공부를 하지 못했다. 다음 방학이나 시간이 남을 때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다음으로 독서는 생각만큼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읽은 책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로빈쿡은 전직 의사 출신의 소설가인데, 의학적 경험을 이용해서 의학스릴러 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그의 소설 중에 몇 개는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방학이 시작되고 얼마 안되어 동네 공립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판데믹 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다른 책의 제목도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있는 단어인 호스트 이다.

판데믹은 2018년에 출판되었는데, 그 때 당시로서는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뉴욕 맨하탄 수사국에서 일하는 남자 주인공은 원래는 안과 의사였는데 부검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추리하는 법의학에 관심을 가져 법의학자가 되었다. 주인공의 부인도 같은 일을 하다가 만났는데 어쩌다보니 부인이 승진을 빨리 해서 뉴욕시 전체의 보건 행정을 맡게 되었고 남편인 주인공의 직속 상관이 되었다. 어느날 뉴욕 지하철에서 아무런 병이나 부상의 흔적 없이 급사한 젊은 여성의 시신을 부검하다가 주인공은 바이러스 감염의 대유행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경험도 자료도 없어서 대유행을 선언하고 방역지침을 실시해야 할지, 아니면 신중하게 조금 더 검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내와 갈등을 하고, 한편으로 조사를 계속하다가 중국자본이 설립한 제약회사와 그 부속 병원의 비밀을 알게 되어 목숨에 위협을 느끼는 등, 쫄깃한 스릴러를 만끽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다만, 코로나19 판데믹을 경험한 독자 (=나)에게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쉽게 (현실에 비하면 쉽게) 정복되는 것이 조금 시시한 느낌이었다. 로빈쿡이 다시 소설을 쓴다면 이것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스케일이 큰 이야기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 읽은 소설은 같은 작가의 호스트 라는 이야기인데 호스트는 바이러스가 기생해서 살 수 있는 숙주를 말한다. 그런데 사실은 바이러스와는 큰 상관이 없고, 제약회사에서 신약 실험을 위해 큰 병원의 마취과 의사와 작당해서 평소 건강하고 사소한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환자를 고의로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한 다음 특정 질병에 걸리도록 하는데, 그 질병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호스트라고 한 것 같다. 이 소설의 배경은 나도 가본 적 있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도시 찰스턴이다. 아마도 작가가 이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혹은 그 전에) 찰스턴에서 살기도 했던 것 같다. 도시의 거리 이름을 실명으로 사용했고 거리의 풍경과 날씨를 정확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곧 졸업을 앞둔 의대생 두 명이 부속병원에서 발생한 마취사고를 캐는 과정에서 병원과 연계된 의식불명 환자 (흔히 식물인간이라고 부르는) 전용 치료센터 안으로 잠입해서 어마무시한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이 소설은 2015년에 출판되었다.

2021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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