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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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인터넷상에서 오징어게임 이라는 말을 무척 많이 만나게 되었다. 내용이 무엇인지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도 모를 때는 그저 이정재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려니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오징어게임에 대한 이야기, 그 드라마 안에서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게임 이야기, 드라마에 숨은 반전 이야기 등으로 각종 인터넷 게시판이 뜨거워질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그 드라마 이야기를 하거나, 둘리양이 틱톡에서 찾은 레서피를 들고와서 우리도 달고나 뽑기를 만들어 먹자고 하기에 이르렀다. 친하게 지내는 주교수님도 재미있는 드라마라며 볼 것을 추천했고, 친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듣고 코난군은 이미 드라마 시청을 시작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이 드라마는 공중파 방송사의 드라마와 달리 전 편이 한꺼번에 다 공개되어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만에 9편의 드라마 시청을 모두 마칠 수가 있다. 내용은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장면과 성인 남녀가 헐벗고 나오는 장면이 있기도 해서 아이들이 시청하기에는 부적절할 것 같았다. 하지만, 코난군이 이미 친구들과 함께 시청하기를 시작한데다, 사리분별과 행동조절이 성숙한 아이인 점을 생각해서, 코난군에게 잔인하거나 부적절한 장면에 대해 주의를 주는 대화를 나눈 후에는 계속해서 시청을 하도록 허락했다. 드라마의 이야기와 장면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과장된 면이 있고, 실제 생활에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너도 거기에 나오는 장면을 무분별하게 모방해서는 안된다, 등의 주의를 주었고 코난군도 납득했다. 내 아이가 시청하는 드라마이니, 나도 시청하면서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무분별한 모방을 방지하기 위해서 – 는 핑계이고 ㅎㅎㅎ 나도 그 드라마가 궁금했다 – 아무런 일이 없는 토요일 하루 동안에 아홉 편의 드라마 시청을 마쳤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포스터

드라마를 보는 동안에, 그리고 시청을 다 마친 다음에도 내 머릿속은 무언가 복잡다단한 느낌이었다. 평등과 불평등의 정의가 무엇인지 헷갈렸고, 어른들이 아이들의 놀이를 목숨을 걸고 하고 있는 장면은 우스꽝스럽지만 살벌해 보였다. 내 어릴적 놀이장면을 회상해보면 사람의 실제 목숨을 걸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비장하고 진지하게 게임에 임했던 것도 떠오른다. 무궁화꽃이 다 피었는데도 몸을 움직인 친구에게 움직였다 아니다 하고 싸우거나, 오징어 달구지 게임에서 금을 밟았는지 아닌지로 시비를 다투던 그 때, 동작감지 센서가 달린 로봇이 정확한 판정을 내려준다면, 빨간 제복을 입은 요원이 승패를 확실하게 선언해주었다면 조금 더 공정한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편먹기를 할 때 마지막까지 지목당하지 못했던 어리거나 실력이 부족한 아이에게 깍두기라는 역할을 주어서 소외시키지 않았던, 어린 아이들 세상 속의 Inclusion (이건 한국어로 어떤 단어를 골라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공부하는 분야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inclusion 이라고 부른다. 사람의 능력 정도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inclusion이 강력하게 권고된다.) 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고, 딱지나 구슬을 공동소유 재산으로 정하는 깐부 라는 규칙은 처음 들어보았다. 아마도 내가 어릴 때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놀이를 많이 안해봐서 몰랐던 것 같다.

비록 간간이 부적절한 폭력장면이 있었지만, 내가 어릴 때 하고 놀던 게임을 코난군이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코난군의 친구들도 모두들 오징어게임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거기에 나오는 게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한다. 전세계 넷플릭스에서 이 드라마가 가장 많이 시청되었다고 하니, 대한민국의 문화강국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드라마이기도 하다. 지난 금요일에는 아트 선생님이 출타로 레슨이 취소되어서 남는 시간에 코난군은 친구들을 불러서 놀았다. 늘 그러하듯 포치에서 간식을 먹고 드라이브웨이에서 농구를 하고 잔디위에서 축구를 하고 놀았는데, 내가 간식으로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달고나 캔디를 만들어 주었다.

버려도 아깝지 않은 스텐레스 국자가 필수 아이템 🙂
납작하게 누르는 도구가 부실해서 다소 두꺼운 캔디가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뽑기를 한 코난군

포치 테이블 위에 휴대용 가스버너를 올려놓고 달고나를 만들고 있자니, 드라이브웨이에서 농구를 하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몰려왔다. 달콤한 설탕 녹는 냄새를 따라 온 것이다. 둘리양과 함께 놀던 동네 친구 매디도 와서 달고나 만드는 과정을 견학했다. 냄새와 맛이 머쉬멜로우 구운 것과 흡사하다는 말을 했다. 이번 할로윈에는 녹색 추리닝을 입고 길가에 앉아서 달고나 캔디를 만들어서 나눠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 아마도 올해 할로윈 코스튬 중에 녹색 추리닝이나 빨간색 점프수트가 가장 인기를 끌 것 같다.

2021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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