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 낮에 둘리양과 함께 외출을 했다. 우리 동네 말고 이웃 동네 크리스찬스버그 도서관에서 캐터데이 (Cat+Saturday=Caturday, 고양이 토요일) 행사가 있는데 거기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인근 동물보호소에서 도서관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캐터데이 행사는, 입양처를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에게 사회성을 길러주는 동시에 어린이들이 자신감있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시스템으로 미리 시간을 예약하고 그 시간 (15분) 동안 고양이에게 책을 읽어주게 한다.
어느날 둘리양이 학교에서 캐터데이 행사에 대해서 듣고 와서 나에게 자기도 참가하고 싶으니 온라인으로 예약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고양이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면 고양이 털이 온몸에 묻을테니, 제거하기 좋은 재질의 옷을 입으라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오빠한테 물려받은 한국 축구팀 셔츠와 운동복 바지를 꺼내 입었다. 다소 뜬금없는 패션이지만 고양이털로 범벅이 되는 것보다는 낫다 🙂 고양이 그림이 있는 마스크도 골랐다.
원래 이 행사는 아직 읽기가 서투른 어린이들이 고양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읽기연습을 하고, 또 독서에 대해 호감을 갖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지만, 둘리양처럼 고양이를 안아주고 데리고 놀고 싶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회였다. 둘리양에게 배정된 고양이는 이제 겨우 4개월 나이의 어린 고양이인데 사람의 손길을 좋아하고 함께 놀아주는 것을 좋아했다.
행사를 통해 원하는 사람은 입양을 할 수 있도록 각 고양이 울타리마다 입양에 필요한 정보를 붙여두었다. 우리집은 코난군이 고양이털 알러지가 있어서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은, 알러지 문제가 아니어도 고양이를 집안에서 키우면 발톱으로 마룻바닥이나 가구에 흠집을 내고, 털을 뿜어내듯 날리고 다니고, 먹이와 배설물을 늘 보살펴야 하니, 개나 고양이 입양은 내게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
원래 예약 시간은 15분 이지만 둘리양의 차례 뒤에 기다리는 아이가 없어서 무려 45분 동안 고양이를 데리고 놀 수 있었다. 둘리양이 고양이와 노는 동안에 나는 독서를 했다. 도서관 입구에 이런 종이봉투가 여러 개 놓여 있었는데, 각 봉투 안에는 주제별 책 서너권이 들어 있었다. 연애소설, 역사소설, 등등의 주제별 책 봉투 중에서 공상과학 소설 봉투를 골랐다.
그 안에 내가 좋아하는 스타트렉 소설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역대 스타트렉 티비 시리즈 모든 편을 다 완청한 바 있다. 이 책은 원작 소설이 아니고, 스타트렉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다. 다 읽은 후에 반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서 추수감사절 방학이나 겨울 방학 동안에 천천히 읽어도 되니 더욱 좋다.
2021년 10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