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저녁에 코난군이 과학 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노트 페이지를 넘기다 한 쪽을 실수로 찢었고, 그 여학생은 자기의 어이없는 실수에 소리를 내어 웃었는데, 그 소리를 들은 과학선생이 코난군에게 떠든다고 나무란 것이다. 평소에 계속 부당한 대우를 아무 말 없었던. 코난군이 이번엔 반박을 했다. “왜 선생님은 매번 내가 하지 않은 일로 항상 나를 나무랩니까?” 이 말을 들은 선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수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오해했다, 미안하다 이렇게 말하면 될 것을…
보통 때 같았으면 코난군에 학교에서 집에 왔을 때, 기분이 나빴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했을 텐데 이 날은 오케스트라 연습도 마친 후 저녁을 먹고 나서야 이야기 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는 잘했다고 했다. 어린 아이에서, 자기 주장을 떳떳하게 할 수 있는, 부당함을 부당하고 지적할 수 있을 청소년으로 자랐기에 무척 다행스러웠다. 코난군은 좀 섬세하고 여린 편이라,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혼자 삼키며 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해왔기에 더욱 그랬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어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흥분하지 말고 논리적으로 부당함을 지적하라고 했다. 그리고 만일에 이런 일로 학교에서 곤란을 겪는다면, 기꺼이 학교를 찾아가서, 같이 따지겠다고 했다.
당장 예전에 이야기를 나눴던 상담 교사에게 이메일을 썼다. 9월 28일에 만났을때 상담 교사는 과학교사와 상담도 하고, 수업 참관도 한 후에, 약 2주 뒤에 연락을 하겠다고 답변을 했었다. 한편, 지난 달엔 그 과학선생의 불성실하고 또 부당한 채점에 대해서도 이메일을 보냈었는데 (이 곳은 9주 단위로 끊어서 성적을 결산하는데, 9주가 끝났음에도 9주간에 채점해야 할 숙제와 퀴즈의 반 정도 채점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서 그랬는지 제출만하면 받게 되는 점수를 코난군에게만 50%를 준 것이었다.) 그 문제에 대해서도 나중에 연락을 하겠다는 답장을 보냈었는데, 전혀 연락 없었다.
그래서 이메일엔, 두번이나 답장을 하지 않은 점을 물었고, 약속한 수업참관은 어땠는지 물었다. (코난군의 말로 그 상담교사가 참관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지만, 혹시 코난군이 기억을 할지 못할 수도 있기에, 이렇게 물었다. ). 새로 시작된 9주간의 처음 4주에 대한 채점문제를 여전히 지적하고, 그날 과학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썼다.
선생은 여전히 코난군의 잘못이 아닌 것에 코난군을 나무라고 있으며, 이번에 코난군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고 썼다. 이런 일의 반복은 건전한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가 지속될 수 없으며, 코난군이 선생에 대어드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것을 잘했다고 칭찬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덧붙여, 도대체 이 선생이 코난군을 이렇게 대하는 이유를 모르겠으며,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지난 번 미팅에서는 그 교사의 경험부족과 수업 준비에 대한 스트레스라면서 대신 변명을 해주었는데, 그 후에 상담을 했음에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면 그 다음에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지를 물었다.
위 내용의 이메일을 (목요일 밤에 작성하여) 금요일 출근 전에 보냈는데, 예전과는 달리 답장이 없었다. 그 상담교사가 이날 출근을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본인의 두가지 잘못 (2주 뒤에 알려 주기로 한 것과 과학 수업 참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면목이 없거나, 혹은 본인도 어떤 답변을 해야 몰라서, 답장을 못한 것일 수도 있으니 며칠을 더 기다려 볼까 한다.
코난군은 당당해 하고 있고 별다른 심적동요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불과 몇년전 5학년에 비하면 훨씬 더 성숙한 모습이다. 사실 5학년 학생으로써 선생의 부당한 대우에 속상해 하지 않는다는 지극히 힘든 일이다.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언변도 부족하고. 현재의 과학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이 그 선생을 좋아하지 않고, 많은 친구들이 코난군이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같이 편이 되어 주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코난군과 유치원부터 같이 학교를 다녔던, 지금은 수학과 과학을 같이 듣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이 아이의 엄마 중국인, 아빠는 미국인이다. 이 아이의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과학 선생에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물어보니, 그 아이도 맞장구를 쳤단다. 과학선생이 코난군을 특별히 못살게 군다고. 그리고 이 아이의 엄마는 자기의 도움이 필요하면 기꺼이 같이 학교에 불만을 제기해 주겠다고 했다. 많은 중국인들은 아시아인으로 당하는 부당한 경우를 체험하거나 공유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이런 일에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싸우는 일에 적극 도옴이 되고 싶어 한다. 우리로서 고마운 일이다.
아시아 인에 대한 차별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정확한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나는 이 카드는 아껴 두었다 쓰고 싶다. 처음부터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몰아 붙이면, 저쪽에서는 아무 이유 없이 아시아인라는 자격지심에서 그런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난군의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는 듯하여,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나가서 해결할 예정이다.
과학 채점과 관련하여, 과학 노트를 봤는데 상당히 엉망이었다. 이곳에는 교과서란 것이 특별히 없다. 교사가 복사물을 나눠주면 학생들을 그것을 받아 노트에 오려 붙인다. 일부러 비워 놓은 공간은 선생이 불러주고 학생들이 받아 적는 식으로 노트 필기를 한다. 노트를 넘겨보니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이 상당히 많다 물었다. 코난군의 이야기로는, 수업하다가 시간이 없어서 못 끝내고 다음 날로 넘기면 선생은 마저 끝내지 않고 다른 주제에 대한 노트를 나눠주고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는 주말 마다 과학 공부를 따로 하기로 했다. 빈 공간은 우리가 채워가며..틀린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도 고치고.
위에 이야기 한 중국인 엄마도 그 과학선생이 실력으로도 엉망인 것 같다고 했다. 나도 동의하면서, 애들이 제대로 배울지 걱정이 된다고 했더니, 그런 교사는 해고되어양 마땅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코난군 또한 세상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방인으로 태어나서, 완벽한 영어를 하더라도 앞으로 닥칠 수많은 (없으면 좋겠지만) 차별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것도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또한 우리가 이 일을 흥분하지 않고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는 모범을 보일 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