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일기 12-1-2021

그냥일기 12-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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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일 수요일

교수 생활 17년차이지만 방학은 한 번도 충분히 길었던 적이 없다. 일주일간의 짧은 방학이든, 석달간의 긴 여름방학이든, 언제나 후딱 지나가버리고 방학이 끝나갈 무렵에는 허무함을 느끼곤 한다. 이번 추수감사절 방학도 전광석화와 같이 지나가 버려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또 그리 허무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하기 위해 방학 동안 했던 일을 나열해보려 한다.

왕복 500마일 거리를 장보러 다녀와서 18포기 (약 70쪽) 배추로 김장을 담았다. 배춧값은 9포기 들이 한 박스에 18달러 정도 했고, 마늘과 갓 등의 부재료를 사고 고춧가루는 집에 있던 것을 사용했으니 총 50달러 정도 지출한 것 같다.

총 13명의 손님을 치루었고 (코난군 생일파티 7명, 주주네 가족과 아트 선생님 부부, 우리 학교 후배 교수 한 명), 그들이 머물다 간 시간은 다 합하면 38시간 정도 된다. 만두와 잡채를 만들어서 이웃들과 나눠먹기도 했고 김장 김치도 일곱 명 정도 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같은 음식이라도 이렇게 리본으로 묶어서 예쁘게 포장하니 조금 더 맛있어 보인다
동료교수 리즈에게 김치를 나눠주니 답례로 이런 걸 돌려주었다
크랜베리와 오렌지로 만든 렐리쉬이다

집 안팎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마쳤고 겨울맞이 테이블 러너는 지금도 뜨개질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십 수년 전에 한국으로 귀국하는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크리스마스 트리는 전구가 고장났고, 새 집의 높은 천장에 비하면 너무 작고 초라해 보이지만, 아직도 새 것을 사지 못해 사용하고 있다. 초라한 트리를 꺼내서 장식하자니 신이 나질 않아서 아이들에게 “올해에는 실내 장식이나 크리스마스 트리는 생략하는 것이 어떨까?” 하고 물어보니, 절대 그럴 수 없단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있는 아이들
원래 달려있던 전구가 고장나서 따로 전구를 달았다
음악까지 틀어놓고 즐겁게 장식을 하는 아이들

방학이 끝나기는 했지만 겨울 방학이 곧 온다. 이번 주는 학기의 마지막 주간이어서 강의는 없고 학생들의 발표나 시험이 수업을 대체하기 때문에 강의 준비는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에 여러 가지 과제와 시험을 채점해야 하는 일이 많다. 교생실습 평가를 위한 미팅을 해야 하고 또 종합 평가를 해야 한다. 겨울 방학은 한 달이 조금 넘게 있는데 그 동안에 봄학기에 처음으로 가르치게 된 과목의 강의 준비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동료 교수 셰런이 임시보호 하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
세미나 수업에 고양이를 데리고와서 학생들이 즐거워했다

교생실습의 마지막 세미나 수업에 동료 섀런이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왔다. 섀런은 오래도록 키우던 개와 고양이가 죽은 이후로 반려 동물 없이 반 년 정도 살았는데 그렇게 살아보니 여행도 자유롭게 다니고, 보살펴야할 책임이 없어서 홀가분해서 좋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동물을 입양하는 대신에 입양처가 정해질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데려다 키우는 임시보호 자원봉사를 한다고 했다. 고양이 사진을 찍어와서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니 무척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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