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애드리언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우리가 새 집으로 이사하고는 처음 초대하는 것이라, 손님들은 먹는 것보다도 집구경에 더 관심이 많았다. 집을 보여주다가 지하실에 내려가서는 여러 가지 운동 기구와 게임에 끌려서 모두가 밥먹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



애드리언과 티나는 지하실에 운동 기구를 더 놓고 싶은데 어떤 운동 기구가 좋을지 몰라서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우리집에 있는 여러 가지 기구를 시험삼아 해보더니 로잉머신을 마음에 들어했고, 근육강화를 위한 웨이트 기구도 사고싶다고 했다. 지하실에 이렇게 운동기구가 많고 사우나도 있어서 나같이 게으른 사람도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


탁구를 치는데 정작 공을 치는 것보다 놓친 공을 줍느라 기운을 더 쓰고 지친 티나와 나이라를 데리고 윗층으로 올라왔다. 지난 번에 아트 선생님 부부가 왔을 때처럼, 원래는 식사 후에 함께 만들려고 했던 만두를 남자들이 당구를 치는 동안에 만들기로 했다. 티나는 애드리언을 만나기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한국인이어서 그 때 한국 음식을 많이 먹어봤고 그 때 부터 한국 음식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가 좋아해서 자주 만들어주니 아이들도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집에 왔을 때 엘에이 갈비를 무척 맛있게 먹던 아이들을 생각해서 갈비를 양념해서 구웠다. 미국에서도 갈비는 비싼 고기인데, 그래도 60달러어치를 사서 여덟명이 배불리 먹었으니 레스토랑에 가서 사먹는 음식에 비하면 푸짐하고 싼 편이다.
한국 문화 체험을 위해 순수한 한국식 상차림을 했는데, 젓가락조차 쓰기 쉬운 나무젓가락이 아닌, 숟가락과 셋트로 쇠젓가락을 내었다. 손님들에게는 밥과 국을 한식기에 담아 내기도 했다.

잡곡밥과 미역국을 끓이고 반찬으로는 갈비구이와 튀김만두, 그리고 한국인의 단골 반찬인 김치, 콩나물무침, 오이무침을 차렸다. 김장 김치가 너무너무 맛있다며 잘들 먹었다. 마음같아서는 김장김치 한 쪽을 나눠주고 싶었지만 다다음날 볼리비아로 떠나기로 예정되어 있어서 다음에 돌아오면 주기로 했다. 겨울 방학 동안에 볼리비아에 있는 애드리언의 부모님 댁에서 지내다가 올 예정이라고 한다.



2021년 1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