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양의 생일은 수요일이지만 며칠 앞당겨서 일요일 저녁에 파티를 했다. 다음날인 월요일이 대통령의 날이어서 학교가 휴교하기 때문에 일요일 저녁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저녁을 먹고 놀다가 부모가 허락하는 아이들은 슬립오버까지 하고 다음날 돌아가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고 지난 2주간 아프지 않았던 아이들 네 명을 초대했다. 두 명은 밤늦게까지 놀다가 가고 나머지 두 명은 우리집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돌아가기로 했다.
이웃집에 사는 매디와 난생 처음 슬립오버를 해본다는 콜비가 오늘밤 우리집에서 자고, 루비와 리즈는 저녁을 먹고 놀다가 조금 전에 돌아갔다. 내일 아이들은 학교를 쉬지만 나는 오후에 수업이 있어서 아이들은 아침을 먹고 바로 귀가하기로 했다.
파티 음식은 한국 음식과 미국 음식, 직접 만든 것과 사다가 차린 것을 골고루 섞어서 준비했다. 여자 아이들이어서 맛도 중요하지만 차림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파티 장식도 달아놓고, 테이블보 위에 매트도 예쁜 색으로 깔고, 고깔모자에 이름을 써서 자기 자리를 찾아 앉을 수 있게 했다.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우리집 규칙” 몇 가지를 설명하고 알려주었다. 첫번째, 집 안에서는 신발을 벗는다. (미국인들은 실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신발을 신고 다닌다. 맨발이 편하다고 벗고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보통 베란다나 차고에 나갈 때조차 맨발로 나간다 ㅠ.ㅠ 그 발로 다시 실내로 들어오고…) 다음으로 중요한 규칙은 먹고 마시는 것은 반드시 모닝룸에서만 하기! 즉 음식이나 물컵을 들고 위아랫층을 돌아다니면 안된다고 알려주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놀다가 자칫 잘못해서 음식물을 흘리거나 그릇을 깨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정한 규칙이다. 모닝룸 식탁 위에는 아이들이 먹을 간식거리를 쌓아두고 물컵과 물도 준비해두었다. 장소만 잘 지키면 무엇이든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고도 말해주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케익에 촛불을 끄는 순서이다. 올해 생일은 두 자리수 나이가 되는 특별한 날이기도 하고, 여자 아이들끼리 모이는 파티여서 예쁘고 맛있는 (그래서 값도 비싼) 케익을 골라서 샀다. 예상했던대로, 여자아이들이라서 많이 먹지는 않고 한 조각씩 맛을 보는 정도에 그쳤다. 남은 케익은 모두 우리 가족의 차지이다 (신난다~)
촛불을 끈 다음에는 친구들의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어떤 부모들은 생일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초대할 때부터 미리 알리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도 자녀에게 검소함을 가르치고 싶어하는 의도인 것 같다. 또 어떤 부모들은 선물 대신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기부해 달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남을 돌아보고 돕는 마음가짐을 가르치기에 좋은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생일 선물을 받아서 열어보는 즐거움을 내 아이로부터 뺏고 싶지 않아서 나는 그런 훌륭한 일을 하지 않았다.
선물 개봉을 마친 후에도 아직 약간의 햇빛이 남아 있어서 아이들은 동네 산책을 다녀왔다. 차가 안다니는 동네 길이니 내가 따라 나가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안전하고 즐겁게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산책을 마친 다음에는 윗층의 손님 방에서 자기들끼리 보드게임을 하고 놀았다. 루비와 리즈의 부모가 와서 아이들을 데리고 갔고 지금은 콜비와 매디가 둘리양과 함께 놀고 있다. 우리집 윗층에는 코난군의 방, 둘리양의 방, 그리고 손님방이 따로 있는데 손님 방에는 접으면 소파, 펼치면 침대가 되는 가구가 세 개 있어서 둘리양은 오늘밤 자기 방이 아닌 손님방에서 두 친구들과 함께 자려고 한다.
내일 아침에는 팬케익이나 와플을 구워서 아침을 먹이려고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은 휴교지만 남편과 나는 출근을 해야 해서 두 꼬마 손님은 아침을 먹자마자 돌아가고, 우리 아이들은 아빠 엄마가 출근한 동안에 자기들끼리 집에서 지내게 된다.
2022년 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