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서양의 어머니날에서 유래한 것이 한국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통합해서 어버이날이 되었다. “어버이” 라는 말을 일상에서 자주 쓰지 않고 또 어감이 어쩐지 어버버 한 느낌이 들어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이지만,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따로 있는 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하나로 통합된 어버이날이 여러 가지 면에서 우수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따로 있으니 (미국의 어머니날은 5월 두번째 일요일, 아버지날은 6월 세번째 일요일이다), 한 달 간격으로 마트에서는 꽃을 팔고 선물로 구입하라며 여러 가지 상품을 판매한다. 감사의 마음을 장사의 도구로만 이용하려는 것 같아 보여서 못마땅하다. 게다가 이혼 사망 등의 이유로 엄마가 없거나 아빠가 없는 아이들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다. 학교에서 어머니날 선물이나 아버지날 카드를 쓰게 하는데, 선물과 카드를 줄 엄마나 아빠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의미없는 활동일 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어버이날로 합치면 최소한 부모님 중에 한 분만 계셔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동성애자 부부가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런 아이들에게도 굳이 어머니날 아버지날로 구분하기 보다는 통털어 어버이날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미국인들은 무슨 날을 정해놓고 축하하기를 좋아하는지라 (공식 휴일은 아니지만) 조부모님날도 있고 형제자매의 날도 있고 심지어 반려동물의 날도 있다. 그런 날이면 페이스북에 축하글과 사진이 넘쳐난다. 한 번은 도대체 국경일도 아닌 이런 기념일을 사람들이 어찌 알고 다 축하를 하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본 적이 있는데, 이런 것을 발견했다.
각종 기념일 달력 https://nationaltoday.com/may-holidays/#may-8
내셔널 간호대학생의 날이나, 내셔널 테크놀로지의 날은 그렇다치고, 내셔널 새우의 날, 내셔널 애플파이의 날, 같은 것은 누가 어떤 근거로 정했는지 참 궁금하다.
며칠 전에 넌즈시 아이들에게 어머니날에 무언가 이벤트나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일거라고, 하지만 생화를 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두었다. 공연히 평소보다 비싼 값을 지불하고 꽃을 사오면 길어야 일주일 쳐다보고 버리게 되니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라는 설명도 해주었다. 그랬더니 시들지 않는 꽃을 만들어서 직접 만든 꽃병에 꽂아서 선물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코난군이 인터넷 검색으로 종이꽃 접는 법을 찾았는데 자꾸만 꽃이 풀려 버려서 고심했다고 한다. 그러자 둘리양이 초록색 종이를 돌돌 말아서 꽃대를 만들고 핫글루건으로 붙였다고 한다. 꽃을 담은 도자기 컵은 둘리양이 학교 미술 시간에 만든 것이다. 두 아이들이 엄마 몰래 이런 저런 궁리를 해서 멋진 선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무척 보람찬 어머니날 선물이었다. 무언가 일이 계획했던 대로 풀리지 않을 때 자책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런 방법도 써보고 하는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2022년 5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