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4
말타기가 끝나면 아이들은

말타기가 끝나면 아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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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이번 여름의 세번째 승마 레슨이 끝났다. 앞으로 2주일간은 승마 선생님과 우리 가족의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당분간 승마 레슨 방학을 하게 되었다. 7월 중순부터 개학하기 전까지 서너번 더 레슨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살아 있는 말을 타는 법을 배우다보니, 말 관리비와 드넓은 승마장 관리 비용이 포함되어서 레슨비는 무척 비싼 편이다. 실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닌 기술을 배우느라 비싼 비용을 들이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고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레슨을 그만둘 수가 없다. 어차피 개학하면 그만두어야 하니 방학 동안만이라도 좋아하는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레슨비만 해도 비싼데, 거기에 더해서 코난군의 발에 맞는 부츠를 빌려 신을 수가 없어서 승마 부츠를 따로 마련해주어야 했다. 성인이라면 한 켤레 장만해서 두고두고 오래 신을 수 있겠지만, 해 마다 신발 사이즈가 늘어가는 코난군에게 승마 부츠를 사주려니 큰 갈등이 되었다. 고작 이번 여름 한 철 신자고 새 부츠를 몇 만원 주고 사주는 것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승마 부츠를 학교나 다른 곳에 신고 다닐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고, 신발장을 뒤져서 부츠 대신에 신을 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그러다가 중고 물품 가게에서 기적적으로 코난군 발에 맞는 부츠 한 켤레를 발견했다.

완전 새 신발인데 단돈 6달러! 정말 운좋게 득템한 것이다

말을 타다보면 발목을 접질리거나 말굽에 발등을 밟히거나 하는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발목까지 올라오는 가죽 신발을 신어야 한다. 하지만 등산화 같은 디자인의 가죽 신발은 등자라고 하는 부분에 발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마땅치가 않다. 같은 이유로 캐주얼 운동화를 구입해서 승마 부츠로 신을 수가 없다. 반드시 날렵한 디자인의 가죽 부츠를 사야 하는데 온라인 마켓에서 가장 저렴한 것은 한 켤레에 60달러 정도 한다. 그런데 중고 가게에서 발견한 이 부츠는 한 번도 신지 않은 듯한 새 제품인데 단돈 6달러 밖에 하지 않았다. 게다가 코난군 발에 아주 약간 큰 사이즈라서, 아마도 내년 여름 방학에도 이 부츠를 신고 승마 레슨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중고 가게는 기증받은 물품만을 팔기 때문에 원하는 사이즈와 디자인의 상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가 없는데, 마치 꼭 코난군 신으라고 놔둔 것 처럼 단 한 켤레 있는 남성용 부츠가 안성마춤의 사이즈였다.

오늘은 미국 독립기념일 공휴일이어서 많은 아이들이 승마 레슨을 결석했고, 시간이 넉넉한 승마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에게 아주 넉넉한 시간을 할애해서 레슨을 해주었다. 레슨을 마친 후에는 말을 마굿같으로 데리고 와서 각종 장비와 부속품을 벗겨주고 털을 손질해주는 등의 작업을 하는데, 그것도 레슨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말을 보살피는 그런 과정에서 말과 사람이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말을 보살피는 작업 중에도 반드시 헬멧과 부츠를 착용해야 한다
말 손질을 위해 주차장?에 주차? 시키고 있는 아이들 🙂

승마장 (링 이라고 부른다) 에서부터 말을 데리고 와서 마굿간 바깥쪽에 위치한 주차장 같은 곳에 말을 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승마할 때 말 머리에 씌웠던 가죽벨트는 풀어내고 부드러운 끈 (위 사진에서 둘리양이 매고 있는 파란 끈) 을 바꿔 매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그런데 말들이 각기 성격과 개성이 다른 동물이라서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영 협조를 하지 않기도 한다 🙂

둘리양이 주로 타는 말 턱커는 덩지가 비교적 작고 성격도 온순한 편이다

체구가 오빠보다 작은 둘리양은 말도 비교적 작은 크기의 턱커를 타는데, 이 녀석은 비교적 온순한 편이어서 말을 잘 듣는다. 하지만 아직 말 다루는 일이 서툰 둘리양이 잠시 고삐를 놓치자마자 슬그머니 뒤로 내빼서 도망치려는 것을 승마 선생님이 잡아 주었다. ㅎㅎㅎ

말에서 이 가죽 벨트를 빼낸 다음 잘 걸어두어야 하는데, 다른 줄을 매기 전에 이걸 걸다가 둘리양이 말을 놓쳤다
안장 아래에 덮는 담요도 빼서 제자리에 걸어두어야 한다
코난군이 늘 타는 말 레이시, 그녀는 고집이 무척 세다

코난군은 가장 덩치가 큰 암말 레이시를 타는데, 이 녀석은 고집이 세고 말을 잘 듣지 않는 성격이다. 오늘따라 더욱 무슨 일로 심통이 났는지 링에서도 말을 잘 안듣더니만 레슨이 끝난 다음에도 영 협조를 하지 않아서 코난군이 애를 먹었다. 위 사진에서도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린채 버티고 있어서 얼굴 벨트를 풀기 전에 다른 끈을 매는 것을 할 수 없어서 애를 쓰고 있다.

이렇게 멋진 초상화를 코난군이 그려준 줄을 몰라서 그랬던 것일까? ㅎㅎㅎ
턱커와 함께 서있는 둘리양
물묻은 스폰지로 땀을 닦아주고 있다

모든 승마 장비 – 얼굴 벨트, 등자, 안장, 담요 등 – 를 뺀 다음에는 찬물에 적신 스폰지로 말을 닦아서 시원하게 해주고, 말이 좋아하는 간식을 상으로 주고, 마지막으로 파리 방지 마스크를 얼굴에 씌워서 울타리가 있는 들판으로 내보내면 말타기 이후 작업이 모두 끝난다. 이 과정 중에도 말에게 발을 밟히거나 차여서 넘어질 우려가 있으니 부츠와 헬멧은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오늘은 날씨가 서늘해서 그나마 괜찮았지만, 다른 날에는 더운 날씨에 거추장스러운 헬멧과 부츠를 입은데다 말이 말을 안들으면 더워서 흘리는 땀과 진땀이 더해서 애를 먹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다음 승마 레슨이 기다려진다며 좋아한다.

영화나 만화에서 보던 마굿간의 실제 모습

2022년 7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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