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오늘은 드디어 코난군의 고등학교 홈커밍 댄스파티가 있는 날이다. 4시 30분 까지 다운타운에 있는 레스토랑에 코난군을 데려다 주었고, 식사를 마친 다음에는 학부모 몇몇이 아이들을 우리집 앞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우리집에서 고등학교까지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다함께 모여서 사진도 찍고 학교까지 걸어가기로 한 것이다. 6시 20분쯤 되었을 때 코난군이 돌아왔다. 냉장고에 보관하던 코사지를 꺼내서 매들린 손목에 채워주고 현관문 앞에서 코난군과 매들린의 커플 사진을 찍어준 다음 뒷마당으로 가보니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많이 와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동생들까지 데리고 온 가족도 있었다.
미리 말도 안하고 이렇게 몰려와서 미안해! 우리가 올 줄 몰라서 놀랐지? 등등의 말을 했다. 심지어 우리를 호스트 해주어서 고마워! 하고 인사하는 부모도 있었다. 호스트라고 하기엔 내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대부분 첫 아이가 댄스파티에 가는 집 부모들이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자라서 댄스파티에 가다니! 하는 대견한 마음과 의젓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으로 미리 의논도 없이 염치불구하고 남의집 뒷마당으로 몰려온 것이다. 나도 같은 마음이라서, 그리고 넓은 뒷마당에서 사진을 찍기도 좋아서, 전혀 기분나쁘지 않았다.
남자아이 열 명, 여자아이 다섯 명, 그 중에 커플은 코난군과 매들린이 유일했고, 오늘 하루만 임시 커플을 하기로한 아론과 나이샤가 있었다. 남친 여친이 있었지만 최근에 결별한 레일라와 소렌은 새로운 남친 여친을 만들지 못해 혼자 왔는데 최근에 이 둘이 급속히 친해지고 있다고 코난군이 귀띔해주었다.
코난군 친구들 대부분은 초등학교 때부터 봐온 아이들인데 다들 키가 훌쩍 크고 양복을 차려 입으니 건장한 청년의 모습이 되었다. 오랜 동안 계속해서 친구관계를 이어온 것이 대견스럽다. 사실 미국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과목별로 교실을 이동해서 수업을 받고, 각기 다른 과목을 배우기 때문에 새로이 친구를 만들기는 어렵다. 코난군은 한 동네에서 계속해서 학교를 다닌 덕분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서로 다른 수업을 듣는 와중에도 친구를 여러 명 누리고 있다.
오늘 날씨는 화씨 55도, 섭씨 13도 정도로 서늘했는데 사진을 찍는 동안에 해가 지고나니 더욱 추워졌다. 긴 바지와 양복을 입은 남자 아이들은 덜 추웠지만, 어깨와 팔다리를 다 드러낸 드레스를 입은 여자 아이들은 무척 추워보였다. 매들린에게 내 숄이나 스카프를 빌려줄까? 하고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했다. 원래 멋쟁이가 되려면 추위와 더위쯤은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ㅎㅎㅎ
우리집이 고등학교에서 가까운데다 드넓은 잔디밭이 뒷마당에서 이어져 있어서 열 다섯 명의 아이들과 열 명도 더 되는 부모와 동생들이 다 와서 사진을 찍어도 충분한 공간이었다. 우리집은 뒷마당 보다 앞마당이 더 넓은 지형인데, 그 덕분에 우리집 앞에 다른 부모들의 차를 여러 대 주차해도 이웃집 차량 진출입에 방해가 되지 않은 점도 좋았다. 사진을 찍어주고, 오랜만에 보는 부모들끼리 이야기도 나누고 하다보니 해가 넘어갔다. 댄스파티 시작 시간 까지는 15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우리집에서 파티장인 고등학교 까지는 5분 거리 밖에 안되니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와서 학교로 가라고 권했다. 아이들이 줄을 지어 동네 한 바퀴 산책을 떠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아서 이상하다 하고 있는데 매들린 엄마가 매들린의 전화기 위치 추적을 해보더니 벌써 학교로 갔다고 말해주었다. 아마도 동네를 돌다가 샛길로 빠져 나가서 외부 산책로를 걸어서 학교로 간 모양이다.
댄스 파티가 끝나는 시간은 10시라고 하는데, 다른 아이들은 부모가 데리러 와야 하지만 코난군은 걸어서 귀가하면 된다고 다들 부러워했다. 역시 이 집으로 이사오기를 잘 한 것 같다.
2022년 10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