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0
할로윈 호박 먹어치우기 대작전

할로윈 호박 먹어치우기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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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어느 신문 기사를 읽었는데 할로윈 장식용으로 사용한 큰 호박을 명절이 끝나면 다 버려서 환경문제가 된다고 했다. 쓰레기의 양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큰 호박 한 덩이를 키워내기 위해 배출한 탄소의 양이 많고, 또 버려진 호박이 부패하면서 다시 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할로윈 호박을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장식하고 할로윈이 끝나면 요리를 해서 먹기로 결심하고 실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따로 호박을 구입하지 않았으나, 둘리양의 학교 행사 중에 각 학급에서 장식한 호박을 전시하고, 그것을 경매에 내놓아서 학교 기금 모금에 보태는 것이 있었다. 마침 둘리양의 학급에서 장식한 호박은 잘 씻어내면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꾸며두어서, 기부도 할 겸, 경매에 참여했다.

아동 소설 [윙스 오브 파이어] 를 주제로 꾸민 호박
용의 입에서 나온 불꽃이 호박 전체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5학년 아이들이 호박에 페인트를 칠하고 종이조각을 불꽃 모양으로 붙여서 만든 호박이다. 이걸 12달러에 경매에서 낙찰받아 무겁게 들고 왔다. 며칠 후에 할로윈 날에 우리집 문 앞에 두니 훌륭한 장식이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주말 동안에 할로윈 장식을 모두 치웠고 호박도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클로락스, 손소독제, 등등을 써보았지만 철수세미가 가장 효과적이었다.

호박에 붙은 종이 장식을 다 떼고, 페인트를 지울 차례가 되었다. 클로락스 와잎으로 닦아보았으나 허사였다. 알콜이 많이 들어있는 손소독제를 바르고 키친타올로 닦아봤는데 역시나 만족스러운 효과가 없었다. 철수세미를 가지고 박박 문지르니 페인트가 아주 잘 지워졌다.

감자칼로 껍질 벗기기

대부분의 페인트가 지워졌지만 그래도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니 감자 깎는 칼로 껍질을 벗겨내었다. 페인트가 없었다면 껍질이 붙은 채로 익혀서 껍질을 나중에 쉽게 제거할 수 있지만, 혹시 모르니 생호박의 껍질을 벗기는 수고를 했다.

껍질을 제거하고 조각을 낸 모습
씨와 속살을 발라내었다.
이렇게 멀쩡한 식재료를 그냥 버릴 뻔 했다.

페인트를 제거하고 껍질을 벗기고 속을 발라내고… 하는 수고를 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을 다 마치고나니 이렇게 싱싱한 식재료가 많이도 생겼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이런 멀쩡한 식재료를 그냥 내다버리고 있다.

전자렌지에 호박을 익히고 있다.

호박을 잘라서 그릇에 담고 전자렌지에 익혔다. 끓는 물에 삶거나 찌는 것도 좋지만, 수분을 더하지 않고 자체 수분 만으로 익히려고 전자렌지에 넣었다. 큰 솥을 설거지 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리한 점도 있다.

익은 호박을 으깬다.
푸드 프로세서로 갈면 더욱 고운 퓨레가 된다.

전자렌지에 익힌 호박을 감자 으깨는 도구로 으깨니 잘 뭉개지기는 하지만 호박의 섬유질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 보였다. 기계의 힘을 빌어 곱게 갈아 냉장 보관을 해두니 언제라도 필요할 때 꺼내서 요리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그냥 익혀서 갈아낸 호박 퓨레를 떠먹어보니 달고 부드럽고 건강한 맛이다.

호박 크림치즈 파이
휘핑 크림을 얹어서 먹으면 아주 맛있는 디저트이다.

호박 퓨레에 크림치즈를 넣고 흑설탕과 전분가루를 조금 더해서 파이틀에 담아 오븐에 구우니 호박 치즈 파이가 되었다. 둘리양이 이걸 특히나 좋아해서 매일 한 조각 이상씩 먹고 있다. 맛을 확인한 다음에는 자신감을 담아 파이 두 개를 더 구웠다.

선물용으로 구운 파이
대용량으로 구운 호박 머핀

머핀도 여러 개를 구웠다. 사실은 쿠키를 구우려고 반죽을 한 것인데 호박의 수분이 너무 많아 반죽이 질게 되어서 쿠키라기 보다는 케익에 가까운 것이 구워졌다. 그래도 맛은 좋아서 망친 쿠키는 집에서 먹기로 하고, 머핀 틀을 꺼내서 같은 반죽으로 머핀을 구운 것이다.

쿠키가 되지 못한 머핀 ㅎㅎㅎ
둘리양 학급에 보낼 것들이다.

여러분이 장식해서 경매에서 팔린 호박이 이렇게 변신했습니다 짜잔~ 하고 학교에 가져다 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선생님 두 분 께는 파이를 각각 한 판씩 드리고 (둘리양의 학급은 일반 교사와 특수교육 교사 두 명이 공동 담임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간식으로 머핀 한 개씩을 먹게 할 요량이다. 이렇게 만들어놓고 사진을 찍어 둘리양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이러저러해서 내일 이걸 보내도 괜찮을지 여쭤보았다. 만약에 다른 아이의 생일이어서 컵케익을 먹을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또 매일 오후에 학급 간식을 챙겨주시는 선생님에게 미리 알려드려야 일과 운영에 차질이 없을 것 같아서이다. 선생님은 대번에 답장을 보냈는데 “오마이갓~ 정말 맛있겠어요! 내일 우리반 학생들이 무척 좋아할거에요!” 하고 감탄을 했다. ㅎㅎㅎ 올해에도 한 달에 한 번 꼴로 학급 간식을 기부하고 있는데 내일은 직접 만든 홈메이드 간식을 기부하게 되어서 기쁘다.

2022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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