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저녁에는 로아녹 심포니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있었다. 코난군이 소속한 로아녹 청소년 오케스트라도 한꼭지 연주를 한다길래 (그리고 그 덕분에 공짜로 콘서트 티켓을 받아서) 45분 거리를 운전해서 오랜만에 온가족이 콘서트를 다녀왔다.


콘서트 시작은 7시 30분인데 청소년 단원들은 6시 30분까지 오라고 하길래 미리 가서 연습을 하나보다 생각했으나… 알고보니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홀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ㅠ.ㅠ 로비에서 연주를 하는 것이었다. 어린이 재롱잔치 수준이 아닌, 진지하고 심각하게 음악을 하는 프로페셔널의 세계라서 전문 연주자들은 홀 안에서 제대로 콘서트를 하고,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은 정식 공연에 앞서 일찍 온 관객들이 기다리는 동안에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콘서트 장소는 제퍼슨홀 이라는 공연장이었는데, 오래 되어 보이는 건물이지만 안팎으로 잘 꾸며놓아서 고품격 클래식 음악 감상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로비 공간도 화려해서 비록 홀 안에서 정식으로 하는 연주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거리의 악사처럼 초라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로아녹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연중 10여 차례의 공연을 하고 있는데, 이번 콘서트는 영국인 여자 지휘자가 객원지휘를 하고 오보에 솔로가 객원 연주자로 출연하는 공연이었다. 옥스포드 대학과 줄리아드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여자 지휘자는 한 곡을 연주할 때마다 곡에 대한 설명을 해주어서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바하의 브란덴부르그 협주곡 3번, 조지 워커의 현을 위한 리릭, 엘가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본 윌리엄스의 오보에 협주곡, 바르톡의 루마니아 춤곡을 연주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남편과 나는 연간 티켓을 구입해서 한 달에 한 번 또는 두 번씩 클래식 음악 연주를 감상하러 다녔는데, 아이들이 태어나고 부터는 음악 감상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야만 했다. 특히나 둘리양은 두 시간 가까이 조용히 가만히 앉아 있어야만 하는 음악회를 못견뎌해서 힘들었는데, 이번 콘서트에서는 아무런 불평없이 의젓하게 감상을 잘 했다. 둘리양이 많이 자라서이기도 하지만, 피아노 레슨을 받으면서 음악을 듣는 귀가 트인 것 같기도 하다.
2022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