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

이웃집의 식사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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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공대 호텔의 로비

추수감사절 전날 저녁에 식사 초대를 받았다. 우리집 바로 옆집에 사는 중국인 부부가 함께 식사를 하자고 했는데, 그 장소는 집이 아니라 호텔 레스토랑이었다. 평소에 코난아범이 그 집 에어컨 고장이나 자동차 타이어 문제를 도와주기도 하고, 라이드 도움을 준 적도 있어서 신세진 것을 갚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안주인이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외식을 하기로 한 것 같다.

이웃집 왕씨네 부부

우리 부부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중국인 부부는 키가 작은 편이고 외모가 무척 소탈해 보인다. 하지만 알고보면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 남편은 소규모이긴 하지만 제약회사의 CEO이고, 부인은 버지니아 공대 교수인데 나같은 날라리 교수가 아니라 그 분야에서 월드 클래스로 이름이 알려진 학자라고 한다. 그 집 딸은 공부를 아주 잘해서 워싱턴 디씨에 있는 비싸고 유명한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를 졸업한 올해에는 미국의 명문대인 예일대학교 로스쿨에 입학을 했다. 공부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잘 써서 영국 BBC 방송국에서 취재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극심하던 학기 중에는 집에 와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았는데, 그 때 보니 자기 관리도 아주 철저해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바퀴 조깅을 하고, 매일 저녁에는 한 시간씩 피아노 연습을 했다. 저렇게 자기 관리, 시간 관리를 잘 하니 공부도 당연지사로 잘하겠구나 싶었다. 그 동생인 아론은 코난군보다 두 살 아래인데 로아녹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우리와 카풀을 하며 함께 다니고 있다. 소득도 우리집 보다 훨씬 많아서인지, 비싼 호텔 레스토랑에서 전채요리와 디저트까지 아낌없이 주문해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

과일 화환 가게에서 꾸민 트리
우편함에 배달된 초코딸기가 쏟아져버린 장면을 연출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호텔 로비와 복도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잘 해놓았다. 긴 복도를 따라 걸으며 보니 각 트리는 지역의 사업체를 대표해서 꾸민 것이었다. 예를 들면, 과일 화환을 제작하는 가게는 트리를 과일 모형으로 장식하고, 호박 농장의 트리는 호박으로 장식한 것이다.

퀼트 전문점의 트리에는 바느질로 만든 장식품이 걸려있다.
나도 따라 만들어 보고싶은 예쁜 디자인이었다.
무용학원의 크리스마스 트리
호박 농장의 트리
여기는 무슨 가게의 트리였는지 기억 안남 🙂

옆집의 식사 대접 덕분에 아이들도 맛있는 음식을 얻어 먹고 트리 구경도 하며 즐거웠다. 추수감사절 방학이 끝나기 전에 우리집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기로 했다. 이미 온동네가 크리스마스 장식을 화려하게 해두었으니 동네 분위기와 보조를 맞추기도 할 겸, 또 학기말이라 바빠지기 전에 한가한 시간 동안에 장식을 해두면 좋을 것 같아서이다.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면서 트리 장식을 했다.

12년 정도 사용하던 트리는 예전에 블랙스버그에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간 가족에게서 얻은 것인데 반짝이 전구가 절반은 고장나서 켜지지 않아, 추가로 전구를 달아서 사용했다. 그런데 새 집으로 이사오니 공간에 비해 트리가 너무 왜소해 보여서 작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세일가로 큰 것을 구입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장식품은 주교수님이 집을 옮기면서 물려준 것들이 많아서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장식품도 함께 걸어두니 좋았다. 코난군이 킨더 학년일 때 만든 장식품은 투명 플라스틱 공안에 세 가지 소원을 적어서 넣은 것인데, 삐뚤빼뚤 써놓은 세 가지 소원은, ‘강아지를 갖고 싶어요, 부자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슈퍼파워를 갖고 싶어요’ 였다 ㅎㅎㅎ

모닝룸 식탁에도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테이블보를 깔아두었다.

추수감사절 방학이 끝나면 2주일 정도는 학기말 시험과 과제 채점, 교생실습 평가 미팅, 성적 보고 등으로 바쁠 예정이다. 그 전에 미리 겨울맞이 준비를 해두어서 기쁘다.

2022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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