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31

갈라 는 무엇일까?

지난 토요일 저녁에 갈라 디너 파티에 다녀왔다.

10주년 기념 갈라 라고 적혀있다.

내가 봉사하고 있는 비영리기구 RCD가 설립 1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갈라 파티를 한다고 근사한 초대장을 한 달 쯤 전에 받았다. 최대한의 격식을 갖춘 이 파티는 보드의 멤버이자 우리 학교 동료 교수가 주관했는데, 고전적인 방식으로 우편으로 초대에 응할지 아닐지를 답하도록 했고, 초대장 한 켠에는 정장 차림으로 참석해야 한다는 드레스코드가 적혀 있었다.

보드 멤버의 다수가 우리 학교 교수이고 장학사, 병원장, 변호사 등의 지역 유지도 들어있다.

미국으로 유학와서 처음 몇 년 동안은 대학원생의 신분으로 살았고, 교수로 임용된 이후에도 전공이 유아교육이라 주로 만나고 접하는 사람들이 학교 선생님 아니면 기껏해야 교장, 장학사, 정도의 사람들이어서 이렇게 격식을 갖춘 파티에 참석할 기회가 드물었다. 부자들을 상대하는 자영업자들이나 법대 경영대 교수들은 이런 격식을 갖춘 파티를 자주 경험하는 것 같다. 이번 파티는 지역 유지들을 다수 초대하는데다, 1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날이어서, 모든 참석자들이 정장을 차려입고 파티장소도 아주 화려한 연회장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경영대 건물에 위치한 연회장에서 파티를 했다.

갈라 라는 말은 https://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gala 사전에서 찾아보니 축제 행사라고 한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대회를 마치고 마지막에 하던 갈라쇼의 갈라도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긴장감을 가지고 경쟁하는 경기를 마친 다음에는 수상자들이 축하무대로 공연을 하는 것이다. 그 밖에 내가 아는 갈라 는 사과의 품종 이름이다. 갈라 사과는 다른 사과에 비해 크기가 약간 작고 단맛과 새콤한 맛이 반반씩 섞인 대중적인 품종이다.

근사한 테이블 셋팅

남편도 동반 초대된 줄 몰랐는데 다른 사람들을 보니 부부 동반으로 많이들 참석했다. 나도 남편과 같이 오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한 것은 불과 몇 초 였고, 곧이어 정장을 차려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어차피 함께 가자고 해도 거절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도 다음에는 남편에게 같이 가자고 권해봐야겠다. 초대장에 내 이름만 적혀 있어도 부부 동반이라는 것을 배웠으니 말이다.

뷔페로 준비된 음식은 맛있었다.

보드의 의장인 아기다는 우리 학교 수학과 교수이고 그 남편인 뷰가는 전직 국가대표 유도 선수이다. 덩치가 크고 직업이 IT 관리자라서 평소에는 무척이나 캐주얼한 차림새로 다니는데 이 날은 드레스코드를 지켜서 쫙 빼입고 왔다. 부인이 의장으로서 손님 맞이에 바쁜 동안 뷰가와 남편 없이 혼자온 나는 오르되브르를 먹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역에 우수한 어린이집을 설립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비영리기구는 당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쩔쩔매던 아기다와, 역시나 어린 아기를 키우고 있던 내가 열심히 참여했는데, 이제는 그 아이들이 다 자라서 아기다의 큰 딸은 내년에 대학을 가게 되었다.

식사를 하기 전에 우리 기구의 연혁을 설명하고 축하 연설을 들었다.

10년 전 당시 부총장이던 미너 박사가 이 사업을 시작하도록 권했고, 모두가 안될거라고 생각했던 일을 보드 멤버가 힘을 모아 (그러나 의장인 아기다의 추진력이 75% 이상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전미유아교육협회의 인증을 받을 정도로 높은 교육의 질을 제공하는 어린이집을 세우고 원활하게 운영을 해오고 있으니, 축하를 할 만한 날이었다. 연회장 식탁에는 샐러드와 후식이 먼저 차려져 있었고, 무려 열 명도 더 되는 내빈들의 축사를 들은 후에는 뷔페에서 메인 요리를 가져다 먹는 방식이었다. 식사 후에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크루즈에서나 보던 풍경 🙂

남자들의 정장이야 거의 비슷비슷한 수준이지만, 여자들은 반짝이와 레이스와 하이힐까지 아주 화려하게 차려 입었다. 마치 디즈니 크루즈에서 디너에 참석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위의 사진은 우리 기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원감과 교사들인데, 평소 교생실습 지도를 위해 어린이집에 방문하면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나역시 한국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로 일할 때 그랬는데, 근무를 잘 하려면 편하고 허름한 옷을 입어야 했다. 어린아이들이 내 옷에 눈물 콧물을 묻히는 일이 다반사이고, 허리과 무릎을 굽혀 힘을 쓰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평소에 허름한 차림으로 힘든 일을 하는데다 저임금을 받는 어린이집 교사들이 행사에 초대받아 잘 차려입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내 옆에는 의장인 아기다, 그 옆에는 어린이집 운영 위탁 회사의 임원이다.

2022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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