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5
생물학 공부 함께 하는 부자지간

생물학 공부 함께 하는 부자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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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 코난군은 영어, 수학, 체육, 역사에 더해서 생물 과목을 배우고 있다. 다른 과목은 이미 아빠와 함께 집에서 공부를 해오던 과목이거나, 별도로 공부를 할 필요가 없는 과목이어서 문제없이 좋은 성적을 받고 있지만, 생물은 중학교때에 배운 적이 없는 처음 배우는 과목이어서 그런지 최상위 성적을 내지 못했다. 성적표에 올 에이가 뜨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코난군이 생물학의 기본 개념을 제대로 깨우쳐야 하기 때문에 코난아범은 코난군과 함께 생물학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전공은 물리학이지 생물학이 아니어서 동료 교수로부터 교재를 얻어오고 코난군의 노트도 함께 살펴보며 매일 저녁 생물 공부를 하고 과제를 점검하고 쪽지시험이나 기말시험 공부도 함께 했다.

코난군의 학교는 (그리고 대다수의 미국 공립학교가 그러하다) 교과서를 채택하기는 했지만 학생 개인이 교과서를 소지하지 않는다. 일단 책이 너무 무거워서 매일 가지고 다닐 수가 없고, 그러다보니 교사는 직접 제작하거나 다른 경로로 구한 자료를 수업에 활용한다. 요즘은 온라인이나 전자문서 형식의 자료가 많아서 코난군의 수업 노트는 대부분 파워포인트 파일이거나 인쇄한 종이 몇 페이지가 전부이다. 교과서가 없으니 전반적인 과목의 개요를 알 수가 없고 이 단원이 지나면 다음은 무슨 단원이 이어지는지도 알 수가 없다. 자질이 우수한 교사라면 한 학기 동안의 수업 계획을 학생이나 부모와 공유하겠지만 그건 무척 드문 경우이다. 그래서 코난아범은 코난군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처럼, 전반적인 고등학생 수준에 맞는 책을 동료교수로부터 얻어 왔다. 그리고 코난군의 노트를 보면서 해당 단원을 찾아가며 퍼즐을 맞추는 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기초 개념의 확실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가능한 실험을 집에서 직접 해보기도 했다. 유전 단원을 공부할 때는 혈액형 테스트 키트를 사서 우리 가족의 혈액형을 직접 검사해보기도 했다. 미국은 혈액형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여서, 의료적으로 정말 필요할 때가 아니면 혈액형 검사를 하지 않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혈액형을 모르고 산다.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혈액형이 무엇인지 몰랐다가, 이번에 검사를 해서 알게 되었다. 코난군은 아빠와, 둘리양은 엄마와 같은 혈액형이다. 그 밖에도 산성 알칼리성을 나타내는 Ph농도를 공부할 때는 우리집에 있는 측정기로 측정해보기도 했다.

지난 토요일에는 시험을 대비해서 아침 9시 부터 코난군과 코난아범이 리뷰 공부를 시작했는데 두 시간이 넘어서야 끝났다. 그 날은 오후에 코난군이 여친 매들린과 함께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공부를 일찍 시작했다), 영화 시작 전에 매들린 엄마가 점심을 사주겠다고 갑자기 연락이 와서 코난군은 아빠와의 공부를 마치자마자 허겁지겁 외출준비를 해야 했다. 극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코난군이 내게 말했다. “아빠는 나한테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키는 것 같아요” ㅎㅎㅎ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꼬박 두 시간을 공부했으니, 공부를 많이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남편이 결코 코난군에게 억지로 무리하게 공부를 “시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극장까지 운전해 가면서 코난군에게 설명했다. 아빠와 엄마는 네가 올 에이를 받는 것보다도, 기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대학에 가서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성적표만 잘 받아오기를 원했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공부하지 않고도 문제를 푸는 요령이나 문제의 유형에 대해 알려주기만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당장의 성적표는 흡족해 보일지 모르지만, 대학에 가서 더 높은 수준의 생물을 배울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공에 따라서 생물을 더이상 안배우게 될지도 모르지만, 특정 과목에 대한 개념 이해 뿐만 아니라, 매사에 기본과 기초를 탄탄히 배우면서 시작하는 방식이 그 어떤 전공 그 어떤 직업에라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꼼꼼히 확실하게 공부하는 습관을 익히게 하고 싶다.

얍삽하게 샛길로 빠져나가면 지금 당장에는 남보다 앞서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너희 학교 아무개네 아빠라면 (온가족이 얍삽함으로 뭉친, 그래서 우리 가족이 별로 친하고 싶어하지 않는 가족이 있다), 아무개군에게 쉽게 높은 점수를 받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심하면 부정한 방법으로라도 에이만 받으면 된다고 가르칠 것이다. 하지만 너희 아빠는 너와 함께 책을 읽고 노트를 읽으며 함께 공부를 한다. 네 방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말고 두 시간 동안 공부해라! 하고 너혼자 내버려두지 않고, 너와 함께 답을 찾아 공부하고 토론하니 외로움이나 좌절을 느끼지 않고 공부할 수 있지 않으냐, 그런 아빠를 두어서 너는 복이 많다. 그런 이야기도 했다.

코난군의 겨울 방학은 2주일 후에 시작된다. 어제 아마도 기말시험 쯤에 해당하는 시험을 본 모양인데, 에이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잘 한 것 같다. 성적 에이에 기뻐하는 것은, 그것이 기본과 기초에 충실한 공부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반에서 최고 성적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2022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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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ageno

열심히 준비를 한 덕분에 원하는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나중에 쫒아 가는 것이 유지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는 것을 경험한 것 같다. 코난군은 다음부터는 처음부터 잘 유지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실수를 통해서 값진 교훈을 얻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