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이 주말이 지나면 아이들은 개학을 하고, 나도 개강 준비 미팅 등으로 출근을 다시 하게 된다. 남편은 이미 지난 주부터 출근을 시작했다. 3주일쯤 되는 방학 기간 동안에 손님을 초대하기도 하고 초대를 받기도 하고, 많이 놀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매일 아빠와 함께 공부를 하는 일과도 빠뜨리지 않았다. 둘리양은 개학하고 얼마 안있으면 전교 스펠링비 대회에 나가기 때문에 방학 동안에 꾸준히 스펠링 연습을 하기도 했다.
토요일인 어제는 코난군의 여자친구인 매들린의 생일이었다. 생일 파티는 개학 후인 다음 주 주말에 하기로 했고, 생일날은 온가족이 스키 리조트에 가기로 했는데 코난군은 가족도 아닌데 초대를 받았다. 매들린과 일 년 가까이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이이기도 하고, 매들린의 동생들이 코난군을 무척 좋아하고 따르기 때문에 특별 초대 손님이 된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코난군은 스키 바지나 기타 스키에 필요한 용품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남편과 나는 고향이 따뜻한 남쪽이라 그런지, 추위를 싫어하고,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해야만 하는 스키 같은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추운 날은 따뜻한 집안에서 놀아야지, 칼바람을 맞으며 리프트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것은 그저 고생스러운 일일 뿐이다 🙂 스키를 타다가 부상을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더더욱 스키를 타러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아이들 친구들 중에는 스키장을 자주 다니는 가족들이 꽤 있는데, 둘리양의 베스트 프렌드인 주주도 겨울 방학이면 아빠와 같이 스키 여행을 자주 다닌다. 작년 겨울 방학에는 주주 아빠가 둘리양을 데리고 가겠다고 한 적도 있었는데, 출발하는 날 아침에 폭설이 내리고 스키장이 문을 닫아서 못갔던 일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코난군이 친구 가족에게 초대를 받아 스키장에 가게 되었다. 매들린의 엄마가 스키 장비 대여는 물론이고 스키바지도 남는 것이 있다며 코난군은 아무런 준비를 할 필요없이 그냥 보내라고 했다. 남는 바지가 있다고? 매들린의 아빠는 2미터에 가까운 장신이라 그 바지를 빌려 입기에는 너무 클 것 같고, 매들린의 남동생인 리드는 코난군보다 한참 키가 작으니 리드의 바지를 빌려 입을 수도 없을텐데? 이웃이나 친구에게서 받은 것이 있나보다 짐작하고 코난군을 스키장에 보내기로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코난군이 입을 스키 바지를 매들린의 엄마가 새 것으로 사와서 입게 했다. 그것도 두 가지 다른 디자인을 사와서 어떤 것이 더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고 고르게 했다. 두었다가 몇 년 후에 매들린의 남동생에게 입히면 될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마트에 가서 옷을 두 벌이나 구입하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코난군을 초대하고 싶었던가보다.
우리 동네에서 두 시간 삼십 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스키 리조트에 데리고 가서 스키 장비 대여와 리조트 사용료를 지불하고 밥도 사먹였으니 코난군은 무척이나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간간이 사진을 찍어서 내게 보내주기도 했다. 매들린의 부모는 우리 부부 보다 돈을 훨씬 더 많이 벌기 때문에 그 정도 지출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코난군에게 그렇게나 잘 해주니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다. 마침 만두속을 만들어 놓은 것이 있어서 튀김만두를 만들어두었다가 코난군을 데려다주러 온 매들린 가족에게 주었다. 코난군은 난생 처음 타는 것 같지 않게 스키를 잘 탔다고 한다.
2023년 1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