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3

스펠링비 대회 전교 일등

Loading

코멘트 포스팅이 안되어서 본문에 추가해서 씀.

아래 댓글로 어떤 분이 4년전 스펠링비 이야기를 언급하셨는데, 그 때 썼던 글을 읽어보니 그 때도 스펠링비 대회는 실력보다도 운이 더 많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인식했었다. 운이라는 말을 조금 더 설명하자면, 긴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스펠링을 실수없이 말하는 것이 우승에 훨씬 더 많이 작용한다는 뜻이다.

4년전 코난군과 둘리양의 스펠링비 이야기는 여기에: https://www.apiacere.net/2019/01/30/스펠링-비-이야기/ 그 때는 지금보다 긴 글을 조리있게 잘 썼던 것 같다 ㅠ.ㅠ

동네 페이스북 그룹에도 포스팅이 올라왔다. 온동네 소문난 둘리양 🙂

겨울 방학이 되기 직전에 둘리양은 학급 스펠링비 대회에서 학급을 대표하는 세 명중 한 명으로 뽑혔다. 최고 학년인 5학년은 세 학급이니 모두 아홉 명의 아이들이 개학 직후 전교 스펠링비 대회를 치르게 되었다며 방학 동안 공부할 단어 목록을 가져왔었다. 겨울 방학 동안에 둘리양은 매일 아빠와 수학 공부를 하고 스펠링 연습은 엄마와 함께 했다. 목록에 있는 단어는 대략 400여개 인데 절반 정도는 아주 쉬운 단어이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대학원을 졸업한 나조차 모르는 단어가 섞인 어려운 단어였다. 둘리양과 함께 단어의 뜻을 찾아보고 올바른 발음도 찾아 듣고 하면서 거의 매일 저녁 단어 공부를 했다.

전교 대회에 출전한 아홉 명의 5학년 학생들

그리고 오늘 대망의 전교 대회가 있었는데, 결론부터 쓰자면 둘리양이 1등으로 선발되어 이달 말에 학군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오후 2시 30분에 학교 도서실에서 열리는 전교 대회는 학부모들도 참관할 수 있는데, 둘리양은 엄마가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시간에 맞춰 참석했다. 이왕에 학교를 방문하는 김에 학급 간식도 사가지고 가서 담임 선생님께 전달하니, 선생님의 둘리양 칭찬이 두 배로 쏟아지는 듯 했다 ㅎㅎㅎ 엊그제 받아온 중간 성적표에도 둘리양은 열심히 선생님이 보든 안보든 항상 성실하게 자기 공부를 알아서 잘 한다는 코멘트가 있었는데, 오늘도 둘리양이 정말 모범학생이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하셨다.

대회의 규칙을 설명하고 있는 선생님은 둘리양의 담임인 헌터 선생님이다.

대회의 규칙은 앉은 순서대로 선생님이 말하는 단어의 스펠링을 정확하게 말해야 하는데, 휴대용 화이트 보드에 스펠링을 적어놓고 보면서 말해도 된다. 시간 제한은 없지만 한 번 말한 철자는 되물릴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스펠링을 말해야 한다. 단 한 번의 실수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탈락해서 청중석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차없는 탈락 방식이 무서웠다 ㅎㅎㅎ

심판석에 앉은 선생님들

둘리양과 함께 공부했던 어려운 단어들은 하나도 출제되지 않았고, 목록의 초반부에 있던 쉬운 단어들만 나왔다. 그러나 긴장해서 실수하는 아이들이 생겨서 마침내 둘리양과 다른 여자 아이 둘만 남게 되었다. 둘리양은 나와 집에서 연습할 때 가끔 실수를 하곤 했는데, 오늘의 규칙은 화이트 보드에 미리 써놓고 읽어도 되어서 실수할 염려없이 차분하게 실력발휘를 했다.

교장 선생님과 함께

마침내 둘리양의 최종 우승이 확정되었고 모든 5학년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이제 둘리양은 학교 대표로 학군 대회에 나가게 된다. 아쉽게 탈락한 아이들에게도 박수를 쳐주었고 참가한 아홉 명의 아이들에게 쥬스와 도넛을 상으로 주었다. 둘리양은 긴장이 풀리고 기쁜 마음에 흥분해서인지 도넛은 먹지 않고 쥬스만 마셨다.

쥬스와 도넛을 먹고 있는 참가자들

1월 30일에 있는 학군 대회에서도 같은 목록의 단어가 출제된다고 하니, 어려운 단어 공부를 미리 해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날 나는 오후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강의가 있는데 오후 강의 시간을 약간 조절하면 둘리양을 대회장소인 교육청까지 데려다 줄 수 있을 것 같다.

열전에 참가해서 더웠는지 볼이 빨개진 둘리양

사실은 둘리양과 매일 스펠링 연습을 할 때 단 한 번 실수라도 하면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둘리양이 자신의 실수를 무척이나 자책하고 스스로에게 화를 내곤 했다. 대회가 있는 오늘 아침 등교 직전에, 둘리양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학교 홈페이지에 넣을 사진을 찍고 있는 둘리양과 교장 부교장 선생님들

오늘의 대회 결과는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것이니, 우리가 아무리 연습을 많이 했어도 반드시 우승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오늘 출전하는 아홉 명의 아이들 중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열심히 그리고 꾸준한 연습을 했다고 믿는다. 방학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을 했으니까. 그런 점에서 엄마는 이미 네가 자랑스럽다. 대회의 결과와 상관없이 너는 벌써 챔피언이다!

왼쪽이 부교장 비숍 선생님, 오른쪽이 교장 해럴 선생님이다.

참, 내가 생각해도 멋진 말을 해주었단 말이지… ㅎㅎㅎ

2023년 1월 13일

Subscribe
Notify of
guest
5 Comments
Oldest
Newest Most Voted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Hhh

둘리양 1학년 시절 스펠링비 대회 출전을 포기했을 때 올려주셨던 글을 정말 감명깊게 읽었는데요. 이렇게 우승을 하다니 제가 다 뿌듯하네요~ 둘리양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Jiyeon

야무지고 멋진 모습에 제가 다 뿌듯하네요. 아이들을 대하시는 모습이나 생활하시는 모습에 늘 배우는 마음으로 포스팅을 읽고 갑니다. (댓글 기능이 있는 것을 오늘 알았어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