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관내 스펠링비 대회 관전기

교육청 관내 스펠링비 대회 관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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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중학교와 6개 초등학교에서 출전해서 교육청 스펠링비 대회가 열렸다.

우리 가족이 사는 마을은 몽고메리 교육청에 소속되어 있는데, 몽고메리 교육청 내에는 10개의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각기 4개씩 소속되어 있다. 스펠링비 대회는 중학생 까지만 출전하는 규정이 있으니 모든 학교가 참가한다면 열 네 학교의 대표가 출전하게 되지만, 학교장 재량에 따라 참가하지 않기도 한다. 올해 교육청 대회는 지난 15년 동안의 모든 대회를 통틀어 가장 많은 참가자가 나왔다고 한다. 중학교 세 곳과 초등학교 여섯 곳에서 각기 대표를 출전시켜 모두 아홉명의 참가자들이 경쟁을 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은 따로 연령을 나누지 않고 다함께 경쟁을 했는데, 다소 불공평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원래 대회의 규정이 그러하다고 한다.

둘리양은 겨울 방학 전에 학급 대표로 선발이 되었고, 개학 직후에는 전교 대회에서 우승을 해서 학교 대표로 마침내 교육청 대회에 참가했다. 예전에 둘리양이 다녔던 길벗링커스 초등학교에서는 주주가 챔피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막상 교육청 대회에 가보니 주주가 아닌 다른 아이가 출전을 했다. 그 아이는 아마도 판데믹 와중에 새로 전학을 온 듯, 둘리양은 잘 모르는, 그렇지만 주주한테서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아이라고 했다. 둘리양이 짐작하기를, 주주는 아마도 전교 대회 우승자가 아니라 학급 대회의 우승자였던 것 같다고 한다. 절친끼리 진검 승부를 펼치는 명장면을 기대했던 내게는 조금 실망스런 소식이었다.

결전의 날 아침

일단은 등교를 해서 점심 시간 까지는 정상 수업을 받고, 오후 12시 40분 쯤에 내가 둘리양을 조퇴시킨 후에 대회장으로 데리고 가기로 했다. 학교에서 대회장으로 바로 가야하니, 아침 등교길에 학교 이름이 적힌 셔츠를 입고 등교하게 했다. 복장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를 대표하는 사람이니 학교 이름이 보이는 옷을 입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이 날은 겨울 답지 않게 온화한 기온이어서 반팔 셔츠에다 심지어 반바지를 입고 등교했다 ㅎㅎㅎ 스펠링비 대회가 끝나자마자 테니스 클리닉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부모가 일 때문에 낮시간을 비울 수 없을 경우에는 학교에서 라이드를 마련해 주는 것 같았다. 둘리양의 담임 선생님이 내게 둘리양 출전하는 날에 라이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지 물어보았다. 나는 사실은 월요일이 수업이 세 개나 연달아 붙어 있고 심지어 그 중간에 학생 면담도 있어서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남편은 더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강의가 있으니, 내 스케줄을 조정하기로 했다. 내가 좀 바쁘더라도 직접 둘리양을 데려다주고 함께 머물면서 응원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다행히도 내 직업이 스케줄을 조정하려고 하면 조정이 가능한 업종이다 🙂

점심도 못먹고 대회장으로 출발

늘 그러하듯, 남편과 두 아이들의 도시락을 준비해서 출근과 등교하는 모습을 봐주고난 다음, 설거지를 하고 운동과 샤워를 마치니 밥을 먹을 시간이 모자랐다. 급하게 뭘 먹으려면 먹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허둥지둥 빠듯하게 집을 나서기 보다는 가벼운 빈속이어도 여유롭게 준비를 잘 해서 출발하기로 했다. 앞서 쓴 것 처럼, 대회가 길어지면 끝나고 곧장 둘리양을 테니스 클리닉에 데려다 주어야 하니 테니스 가방과 신발 등을 챙겨가야 했고, 나역시 오후 강의를 위한 컴퓨터나 책 등을 빠뜨리지 않도록 가방을 쌌다. 둘리양이 차 안에서 먹을 간식도 챙겼다. 그러고보니 둘리양이 아기였을 때는 매일매일 그렇게 다음 스케줄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고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뛰어다니며 살았었는데… 오랜만에 그런 분위기를 맛보았다. 우리집에서 5분도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둘리양의 학교로 가서 둘리양을 데리고 나왔다. 차 안에서 준비해간 포도를 얌냠 맛있게도 잘 먹었다. 사실은 나도 먹으려고 많이 담아간 건데… 둘리양이 혼자 다 먹어 치웠다 ㅠ.ㅠ 대회가 끝날 때 까지 나는 꼼짝없이 다이어트다!

교육청 건물을 찾아서

몇 년 전에 코난군네 학교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기 위해서 가본 적이 있고, 그보다도 몇 년 전에는 회의가 있어서 가본 적 있는 교육청 건물은 우리 동네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마을에 있다. 그런데 도로 공사 때문에 좌회전을 못하게 막아두어서 빙빙 돌아 한참만에 건물을 찾아갈 수 있었다. 둘리양은 언제나 나와 함께 어딜 가려고 차에 타면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묻는다. 머릿속으로 시간을 비롯한 모든 계산과 준비가 되어있어야 마음이 편한 성격 때문이다. 이 날은 차에 타더니, 10분 거리에 있는 대회장으로 가기에는 너무 이른 출발이 아니냐고 물었다. 내 대답은, 미리 도착하는 것은 늦게 도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선택이다, 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찾아가는 길인데다 도로 공사 때문에 거리를 빙빙 돌다보니 정말로 일찌감치 길을 나선 것이 다행스러웠다. 1시 30분이 대회 시작 시간인데, 주차를 하고 건물로 들어가서 화장실도 들르고 하니 10분 정도 여유가 있게 대회장인 회의실 안에 앉을 수 있었다.

오늘의 참가자들

아홉 명의 학교 대표 참가자들과 응원차 함께 온 가족과 교사들로 회의실은 꽉 찼다. 중학생이 세 명, 초등학생이 여섯 명, 남학생이 세 명, 여학생이 여섯 명이었다. 청중석을 마주보는 벽에 아홉 개의 의자가 나란히 있었고, 각 참가자의 이름이 알파벳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 A로 시작하는 길벗링커스 대표 선수가 가장 첫 번째 의자에 앉았고, S로 시작하는 둘리양은 끝에서 두 번째 의자, 둘리양 옆 마지막 의자에는 T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남중생이 앉았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여자 아이들은 똘똘하고 야무지게 생겼고, 남자 아이들은 다소 어리버리한 표정과 몸짓을 보였다. ㅎㅎㅎ 하지만 각자 자기 학교에서 스펠링비 챔피언을 먹은 아이들이니, 똑똑하기로 어디가서 뒤쳐지지 않을 아이들일 것이다.

대회 규칙

1시 30분 정각이 되자 자기 자리에 앉은 아이들이 자기 소개를 하고, 심사위원장이 대회의 규칙을 설명해 주었다. 지난 번 학교 대회처럼, 종이와 펜을 사용할 수 있고, 스펠링을 말하다가 말이 꼬이면 처음부터 다시 말해도 된다고 했다. 학교 대회에서는 말실수라도 한 번 잘못 말한 스펠링은 취소할 수가 없어서 가차없이 탈락했는데, 이 날 대회의 규정은 조금 수월했다. 단어의 뜻이나 어원을 말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같은 단어를 여러 번 다시 말해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스펠링을 틀리게 말하면 바로 탈락이어서 청중석으로 돌아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하는 장한 둘리양

이번 대회가 학교 대회와 달랐던 점은, 의자에 앉아 있다가 자기 순서가 되면 일어나서 심사위원석 바로 앞에 놓인 단상 앞에서 스펠링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심사위원이 말하는 입모양을 볼 수 있고 목소리도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서 보다 정확한 판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대회를 시작하기 전에 연습을 두 바퀴 돌게 했다. 연습을 하는 동안에 볼펜이 잘 안나오면 다른 것으로 바꿔주기도 하고, 마스크를 쓴 아이는 마스크를 내리고 말하는 입을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익숙해지게 했다. 심사위원들도 연습 동안에 각 아이들의 목소리에 적응하고, 알파벳을 발음하는 방식의 미묘한 차이를 익힐 수 있는 것 같았다. 참가자 중에 한 아이는 미세한 뇌병변이 있는 듯, 걸음걸이가 약간 부자연스럽고 목소리도 떨렸는데, 연습을 두 차례 하면서 심사위원들이 그 발성과 발음에 익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자기 차례가 되어 단상으로 나온 둘리양
단어를 불러주면 종이에 쓰고 읽을 수 있다.
진행자가 단어를 불러주고 세 명의 심사위원이 판정을 한다. 맞으면 땡~ 하고 종을 치고, 틀리면 틀렸다고 말해준다.

포커 페이스의 둘리양

스펠링비 대회의 관건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도 대회의 규정이 종이와 펜을 사용할 수 있고, 말을 하다가 막히면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어느 정도는 마음이 놓였지만, 낯선 곳에서 낯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회를 치르다 보면 긴장해서 아는 단어가 갑자기 생각지 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첫 번 라운드에서 (1번부터 9번 까지 모든 학생이 스펠링을 한 번씩 다 말 하면 한 라운드가 끝난다.) 탈락한 길벗링커스의 A학생은 어렵지도 않은 단어였는데 스펠링을 틀리게 말해서 가장 먼저 청중석으로 돌아갔다. 우리 마을에서 길벗링커스 초등학교가 학부모 치맛바람도 세고 아이들도 똑똑하기로 손꼽히는 학교인데 (그래서 우리도 그 학군에 첫 집을 장만했었다) 그 학교의 챔피언이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탈락할 리가 없다. 틀림없이 긴장해서, 혹은 낯선 장소에서 정신이 분산되어 실수를 한 것일게다.

15라운드 쯤 돌아가니 절반 가까이 탈락하고 둘리양과 네 명이 남아서 겨루게 되었다. 그 중에 한 여자 아이는 생긴 것도 똘똘하고, 스펠링을 말하는 태도도 아주 명쾌했다. 매 라운드마다 단상에 나와서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낭랑하게 스펠링을 말하는 것을 보니 만만치 않은 상대라 여겨졌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 큰 약점이 있었으니… 감정이 얼굴과 몸짓에 역력하게 드러나는 것이었다. 정답이라는 신호로 땡~ 하고 벨이 울리면 얼굴이 환하게 펴지고, 어려운 단어가 주어지면 불안한 표정이 나타났다. 청중석에 앉은 부모쪽으로 고개를 자주 돌리고 눈빛을 교환하기도 했다. 반면에 둘리양은 간혹 나와 눈을 마주치기는 했지만,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과 중저음의 목소리로 스펠링을 말했다.

내 패가 좋은지 나쁜지를 상대방이 알지 못하도록 얼굴에 무표정의 철갑을 씌운 것을 포커 페이스라고 한다. 동양인은 얼굴의 근육이 백인보다 덜 발달해서 얼굴 표정의 변화가 적다고 한다. 그래서 동양 무술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가진 실력 보다도 더 많이 상대방에게 겁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포커 페이스의 잇점이다. 둘리양은 시종일관 포커 페이스를 유지해서 다른 참가자나 심사위원 또는 청중들에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분위기를 심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둘리양의 속마음에도 ‘이까짓 스펠링비가 뭐라고…’ 하는 심드렁한 자세가 긴장을 낮추어주고 그래서 실수를 하지 않게 해준 것 같다.

최후의 삼인방

24 라운드가 넘어가면서 마침내 선수석에는 둘리양과 두 명의 남학생이 남았다. 한 명은 코난군 보다도 키가 크고 목소리도 변성기를 다 지난 중학생인데, 성숙한 학생인 만큼 단어도 더 많이 알고 확실치 않은 단어는 어원을 물어봐서 스펠링을 짐작할 수 있는 실력도 있었다. 말하자면 다른 두 명의 초등학생보다 월등히 어휘력이 뛰어난 상급생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의 남학생은 둘리양과 같은 초등 5학년이었는데, 이 아이가 약간의 뇌병변이 있는 듯한 아이인데, 아마도 빠른 시간내에 펜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보통의 아이들보다는 힘겨운 일이어서 그런 듯, 종이와 펜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생각해낸 스펠링을 바로 말했다. 모든 단어를 머릿속에서 통으로 다 외우고 그걸 말할 때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으니 대단한 실력자였다. 둘리양도 나와 함께 연습한 모든 단어를 한 번의 실수 없이 스펠링을 잘 말해왔다. 그런데, 이 때 부터 출제되는 단어가 심상치 않았다. 400개가 넘는 단어 목록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습해서 완벽하게 다 외웠는데, 라운드가 계속되니 전혀 공부하지 않은 단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네 페이지에 빼곡히 적인 모든 단어를 연습했다. 단어를 잘라서 그릇에 담고 하나씩 뽑아가며 연습하기도 했다.

다른 두 남학생들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당황하고, 스펠링을 알 수 없어 발음에 맞추어 어림짐작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수 백 개의 단어라 하더라도, 여기서만 출제된다고 하면 누구나 연습해서 다 외울 수 있으니 최후의 승자를 가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마도 후반부에는 목록에 없는 단어를 출제한 것 같다. 둘리양은 공부했던 아는 단어들은 문제없이 스펠링을 말했지만, 공부한 적 없는 단어가 나오자 짐작으로 스펠링을 말했는데 틀리고 말았다. 스물 일곱 번째 라운드 쯤이었다. 남자 중학생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자 어원과 정의를 물어보고 그 정보에서 유추해서 스펠링을 짐작할 수 있었고, 아직 어휘력이 부족한 5학년 남학생은 틀린 짐작을 해서 졌다. 남중생이 교육청 대표로 지역 대회에 나가게 되었고, 5학년 남학생은 만약에 중학생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경우가 생기면 대타로 참가할 자격을 얻었다. 두 남학생이 각기 일등과 이등을 했고, 둘리양은 삼등을 한 셈이다.

덕분에 좋은 경험

문자로 남편에게 둘리양이 삼등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실수는 한 번도 없었지만, 공부하지 않은 단어가 출제되어서 탈락했다고 설명하니, 그래도 잘했네 하고 답문자가 왔다.

청중석으로 돌아온 둘리양

두 남학생은 둘리양이 탈락한 후에 3-4라운드를 더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대회가 끝났다. 초반에 탈락한 여자 아이들 중에는 속이 상해서 우는 아이도 있었는데, 둘리양은 치열한 막판까지 버티다가 와서 그런지, 공부한 단어는 다 맞추어서 그런지, 속상해 하지 않고 후련해 하는 느낌이었다. 나역시 저녁 강의에 늦을까 걱정되고 둘리양 테니스 클리닉에 늦을까 걱정했는데 이쯤에서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오늘 우승자는 다음달에 지역 대회에 나간다고 하는데, 만약에 둘리양이 우승을 했더라면 나는 또다시 매일 저녁 둘리양과 함께 스펠링 연습을 해야 하니 얼마나 지겨웠을까… 탈락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

참가 기념 리본을 받은 둘리양

남편과 나는 원래부터 스펠링비 대회가 썩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다만, 둘리양이 열심히 준비해서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을 응원하고 도와주고 싶었다. 전교 대회, 교육청 대회, 등의 큰 자리에 나가서 강호의 고수들과 실력을 겨루는 과정에서 담력을 키우는 이득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둘리양이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자존심이 센 아이라서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1학년때 자신의 잘못으로 전교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일이 이번 일로 설욕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응원하러 일부러 찾아온 교장선생님과 함께

무언가를 도전하고 이기기 위해 연습하고 하는 과정을 즐겼다. 혼자가 아니라 엄마와 함께여서 덜 힘들고 행복했으리라 생각한다. 나에게도 새롭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2023년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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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ageno

스펠링 비 대회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비슷한 대회를 다른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음과 알파벳이 거의 일치하는 언어에서는 듣는 데로 써도 별 문제가 없고, 약간의 규칙만 읽히면 단어의 스펠링을 쉽게 알 수 있다. 유독 영어만 규칙적이지 않는 발음 때문에, 제대로 읽고 쓰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제대로 스펠링을 익히라고 장려하는 의미에서 이런 대회를 치르고 있는 듯하다. 언어의 비효율성 때문에 치뤄지는 대회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이 대회에 약간의 의미를 둔 것이라면, 가까운 목표를 두고 그것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아이들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가까운 목표가 무엇이 되었던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배움의 점들이 이 나중에 선으로 연결이 되어서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 같다. 이방인으로서 이곳 사람들과 사귀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방면에서 대화를 하면서 끼워들 수가 있어서 외톨이가 되지 않은 까닭은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려 나름 노력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도 이런 작은 경험들을 통해서 뭐가 되었던 스스로 발전해 갈 수 있는 기회로 앞으로 계속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중학생과 겨루어서 3등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취인 것 같다. 배운 것을 십분 발휘했으니…….
들어본 적도 없는 단어의 스펠링을 어떻게 맞추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