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간 이라고 한글로 쓰자니 조금 이상해 보이는데 한국어 표기법을 따라서 쓰면 더욱 이상하다. 도그 곤. ㅎㅎㅎ [개가 사라졌다]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주말 저녁 한가한 시간 동안에 넷플릭스에서 가벼운 영화 한 편을 틀어놓고 뜨개질을 하기로 했다. 수 백 수 천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있는 넷플릭스에서 어떤 것을 볼지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한참을 스크롤 다운 하다가 귀여운 개와 친숙한 배우 롭 로우가 보이는 영화를 골랐다.
롭 로우는 둘리양과 내가 챙겨 보는 9-1-1 론스타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고 있는데, 그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이번 영화에서도 약간은 촐랑거리는, 그러나 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아버지 역을 맡았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잠시 검색을 해보니 롭 로우는 우리 동네에서 멀지 않은 샬롯스빌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마침 [개가 사라졌다] 영화도 버지니아를 주요 배경으로 삼았던지라 더욱 친근감이 느껴진다.
영화가 시작하고 첫 장면에서 롭 로우의 극중 아들 필딩의 대학교 생활을 보여주는데, 자막으로 버지니아 대학교 Virginia University 라고 나온다. 내 짐작으로, University of Virginia 를 실제 이름 대신 살짝 가명으로 바꾼 듯 했다. 버지니아 주 안에 Virginia University 라는 이름의 대학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University of Virginia가 소재한 샬롯스빌 (롭 로우의 출생지이기도 함) 에서 주인공의 본가가 있는 맥클레인 까지는 두세 시간 운전 거리인데, 영화 속에서 대학을 졸업한 필딩이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 정도 거리를 운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졸업 전에 취직을 해서 자기 인생을 찾아 떠나는데, 아직도 무얼 하며 살지 확실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 필딩은 졸업식을 마치고 대학교를 다닐 때 입양한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와서 백수 생활을 한다. 여유로운 환경을 제공하며 자상하기까지 한 필딩의 부모는 백수인 아들이 다소 못마땅할 때도 있겠지만 절대 내색하지 않고 군식구인 개 까지도 받아들인다. ‘사라진 개’ 역을 맡은 동물 배우는 극중 이름이 공커 이고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다. 털이 아이보리 색이어서 둘리양의 친구인 매디네 개 데이지와 비슷하게 생겼다.
부모가 잔소리를 하는 것도 아닌데, 필딩은 스스로 초라하고 한심한 자신의 모습으로 위축되고, 공커와 친하게 지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원을 다니는 친구 네이든과 공커와 함께 애팔래치안 등산로를 걷다가 공커를 잃어버리게 된다. 처음에 공커를 집으로 데리고 왔을 때는 털이 날리고 짖고 물건을 망가뜨리는 개를 성가시게 여기던 필딩의 부모는 금새 공커를 좋아하게 되었고, 사라진 공커를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한다.
맨처음 개를 찾기 위해 자료를 모은 것이 동네 도서관에 가서 버지니아주 모든 카운티의 전화번호부를 빌려온 것이었다. 필딩의 엄마는 SNS 어카운트도 없고 컴맹이어서 인터넷 검색도 할 줄 모르니 요즘 세상에 구하기도 힘든 종이로 된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쌓아놓고, 거실에 칠판을 갖다놓고 어디에 누구를 먼저 컨택할지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다소 한심하게 지켜보던 필딩에게, “너는 네가 잘 하는 인스타그램이나 구글 검색 같은 것으로 공커를 찾아봐.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을 할테니” 하고 말한다. 엄마가 집에서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연락을 받는 일을 하는 동안에 필딩과 아빠는 애팔래치안 등산로를 일주일간 걸어다니며 공커 수배 전단지를 돌렸다. 공커는 지병이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공커가 사라진 날로부터 18일 안에 찾아서 주사를 맞히지 못하면 공커는 죽게 되기 때문에 가족들의 조급함이 컸다.
영화의 대부분은 그 날로부터 하루 하루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필딩과 아빠의 관계가 회복되고, 컴맹이던 필딩 엄마가 마침내 구글 문서로 조력자의 명단을 작성할 수 있는 실력을 쌓게 되는 등의 변화를 보여준다. 사실 필딩의 엄마는 어릴 때 사랑했던 반려견을 사고로 잃었던 슬픈 기억 때문에 처음에는 공커를 꺼려 했었고, 공커가 사라지자 어릴 때 키우던 개를 잃어버린 기억이 다시 떠올라 더욱 힘들어 했다. 그런 절절한 마음을 담아 지역 신문사에 개를 찾는 광고를 내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냈는데, 그 글이 신문사 편집장의 심금을 울려서, 광고가 아니라 기사로 쓰겠다고 한다. 필딩은 고작 6000부가 팔리는 지역 신문 기사가 도움이 될까 싶은 의구심을 품었지만, 그 기사는 AP 통신을 타고 다른 신문사에도 널리 퍼져간다. 애팔래치안 등산로 어느 구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로아녹 타임즈 (우리 동네 지역 신문이다) 에서 기사를 봤다며 함께 개를 찾아주려고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필딩과 아빠가 내내 걸어다니던 애팔래치안 등산로는 우리 가족이 캠핑이나 자전거 여행을 다니며 보았던 풍경을 그대로 다시 보여주는 듯 했다.
결말은 해피엔딩. 필딩의 집인 맥클레인에서 가까운 애팔래치안 등산로라면 아마도 루레이 동굴 근처였을텐데, 공커는 차로 가도 몇 시간을 가야 할 만큼 먼 웨스트 버지니아 주 넬리스포드 라는 마을에서 주인과 재회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개를 찾아 다니느라 아픈 내색도 못하던 필딩은 개가 집으로 돌아온 날 쓰러져서 응급 수술을 받지만 다행히도 건강하게 회복한다. 자기를 부끄럽게 여길거라 생각하던 아빠의 속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앞날을 아직도 개척하고 있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게 된다. 컴맹 탈출 뿐만 아니라 유년기의 슬픈 기억으로부터도 탈출할 수 있었던 필딩의 엄마도 해피 엔딩을 맞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나중에 칠레로 가서 취미로 즐기던 카약 투어 가이드를 직업으로 삼아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영화의 제작진들이 자기 개와 함께 찍은 사진이 나오는 것도 재미있었다.
애팔래치아 등산로의 풍경이 보고 싶은 사람이나 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2023년 2월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