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날까지 3주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승선하는 것은 토요일이지만 그보다 이틀 먼저 플로리다로 내려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느긋하게 여행 준비를 하면서 방학이 시작되는 것을 즐겨야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여행 준비하랴, 다른 일 하랴, 무척 분주하다. 다시 한 번 역동적인 삶이다 🙂
이번 여름에는 원래는 강의를 할 계획이 없었는데, 새로 시작하는 대학원 프로그램에 학생 모집이 잘 되어서 여름 방학 후반부에 한 과목을 가르치게 되었다. 요즘 우리 학교는 학생 모집이 안되어서 모두들 고심하고 있는데, 열심히 노력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마침내 그 첫 과목을 개설할 수 있을 만큼의 학생을 모집했던 덕분이다. 후반부 5주간 하는 이 강의는 크루즈 여행을 다녀온 뒤에 시작하는 것이어서 시간은 넉넉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과목이다보니 아무도 한 번도 가르쳐본 적이 없는 과목이어서 준비를 할 것이 아주 많다. 그래도 여름 방학 동안이니 열심히 준비하면 되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학과장이 전반부 여름 학기 강의도 하나 맡아 달라고 간절히 부탁을 했다. 원래 가르치려고 했던 강사가 갑자기 일이 생겨 펑크를 내버리고 가르칠 사람을 못구했다는 것이다. 나는 휴가 여행을 해외로 다녀올 예정인데 어쩌지? 하고 슬쩍 흘리며 간을 보니, 학과장은 온라인 비실시간 강의이니 여행을 가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해놓고 가면 되지 않겠느냐며 간절함을 내비추었다. 어지간히 급한 사정인가보다. 그렇다면 내가 생색을 좀 내면서 가르쳐보기로 했다. 이 과목은 늘 가르치던 것이라 별 준비가 필요없었어야 하지만… ㅠ.ㅠ 이번에 개정된 교과서를 채택하는 바람에 새로운 교과서에 맞추어 강의 자료를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게다가 이 과목은 다다음주에 바로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도 빠듯하다.
한명숙 선생님과 책을 쓰는 일은, 출판 공모전에 도전해보자는 결정을 하게 되면서 5월 안으로 글쓰기를 다 마쳐야 하는 마감일이 생겼고, 아직도 학기말 평가는 진행중이다. 교생 실습 최종 평가에서는 각 실습지마다 방문해서 교생과 지도 선생님과 내가 평가 회의를 하고, 그 회의를 바탕으로 평가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일이 제법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게다가 신경치료를 받으러 갔더니 이에 금이 가버려서 신경치료가 불가능하고 발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신경치료 의사는 발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미미센 치과로 돌아가서 이를 뽑아야 한다. 그게 바로 내일이다. 지난 주에 둘리양은 유치 세 개를 뽑고 충치 치료를 한 개 했는데, 다음 주에는 반대방향에 있는 유치 하나를 더 뽑고 충치 방지 처치를 받아야 한다. 2주 전부터 다음주 초까지 3주일 정도 되는 기간 동안 나와 둘리양의 검진과 치료를 위해 미미센 치과에 가는 것이 모두 다섯 번이다. 한 주에 두 번 꼴로 가는 셈이니, 정말 단골 손님이다 ㅠ.ㅠ
오늘은 집에서 일을 하다가 지루해지면 틈틈이 단체 셔츠를 만들었다. 며칠 전부터 일을 하다가 쉬는 시간이면 셔츠 프린팅 디자인을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 디자인을 크리컷으로 오려내서 다림질로 셔츠에 붙이는 작업을 했다. 크리컷으로 셔츠 만드는 일은 늘 하는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매번 만들 때마다 이게 맞나? 아닌가? 헷갈리는 일이 생긴다. 다음에 셔츠를 만들 때 헷갈리지 않도록 기록을 남겨두려 한다.
- 다림질로 옷에 붙이는 스티커 용지는 반드시 문양을 뒤집어서 오려야 한다.
- 스티커 용지는 두꺼운 비닐 말고 스티커 방향이 오려지도록 기계에 넣어야 한다.
- 다림질을 한 다음에는 스티커가 완전히 식은 다음에 비닐을 떼어야만 문양이 일그러지지 않는다.
- 만약에 문양이 일그러지거나 작은 부분이 잘려나가도, 다시 다림질을 하면 어느 정도는 되살릴 수 있다.
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셔츠 여섯 벌을 만들었다. 우리 가족과 주주엄마와 주주를 위한 것이다.
주주의 중국 이름은 양만주 인데, 만 개의 구슬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다림질 후 비닐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구슬 주 한자에서 구슬 옥 변이 떨어져 나가버리는 참사가 일어났다. 게다가 아직 식지 않은 스티커를 떼어내다가 글자가 약간 쭈글쭈글해졌다. 주주 미안! 그래도 구슬 옥 변은 새로 오려서 감쪽같이 붙여두었단다 ㅎㅎㅎ
가장 먼저 시작한 주주의 셔츠가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고, 그 이후로 만든 것은 경험치가 쌓여서 그런대로 잘 만들어졌다. 소매에는 가족 이름을 쓰고 뒷덜미에도 귀여운 포인트를 주기 위해 미키 마우스 모양 앵커 문양을 넣었다.
남편과 코난군은 짙은 네이비 블루 셔츠인데 조명 때문에 무척 밝은 색으로 보인다. 이 셔츠들은 월마트에서 10달러 정도 주고 구입한 스포츠 셔츠이다. 아주 가볍고 매끄러운 재질이어서 여름에 입기 좋고 땀이나 세탁후 물기가 빨리 마른다. 남자 셔츠와 여자 셔츠가 디자인이 다르고, 여자들의 셔츠는 각기 다 다른 색이지만, 같은 문양을 붙여두어서 단체 셔츠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주주 엄마에게 완성된 셔츠 사진을 보내주니 따봉 이모티콘을 아주 많이 보내왔다.
이제 피쉬 익스텐더 선물도 다 만들어졌다. 아홉 가족 각 구성원에게 선물을 착오없이 전달하려면 (어떤 선물은 바뀌어도 괜찮지만 어떤 선물은 받을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어서 헷갈리면 안된다) 굳이 이쁜 포장은 아니더라도 작은 봉지에 각기 담고 겉에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선실 번호와 이름을 써두어야 한다. 내가 다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둘리양과 주주에게 시키기로 했다. 출항일 보다 이틀 먼저 플로리다로 내려가서 호텔에 머무는 시간 동안에 둘이서 놀이삼아 선물을 포장하고 이름을 쓰는 일을 시키면 재미있어 할 것 같다. 짐을 싸기에도 개별 포장이 된 선물 보다는 같은 종류의 물품끼리 차곡차곡 담는 편이 더 편하다.
2023년 5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