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것 같았던 여름 방학이 어느새 끝나가고 있다. 방학 초반에 디즈니 크루즈 및 플로리다 지역 여행을 거하게 다녀온 이후, 남편은 여름 학기 강의로 바쁜 와중에도 매일 아이들 수학 공부를 봐주고, 코난군의 테니스 연습을 시키고 있다. 몇 주 전에는 코난군과 친구들의 캠핑 여행에 보호자로 다녀오기도 했다.
작년에 처음으로 코난군과 친구들이 계획을 세워서 다녀온 캠핑이 무척 재미있어서 올해에도 다녀온 것이다. 작년에는 철없는 머슴애들이 좌충우돌 하면서 준비를 하더니, 이번에는 한 번의 경험이 있어서 제법 수월하게 캠핑을 한 것 같다. 코난군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매년 여름 마다 이렇게 친구들과 캠핑을 가고 싶다고 하는데, 보호자로 따라간 남편은 너무 피곤해서 내년에는 안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들 무리가 아직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제 여름 방학이 끝나면 모두들 블랙스버그 하이스쿨 10학년이 된다. 미국 고등학교는 9학년부터 12학년 까지 4년을 다니기 때문에, 마치 대학생처럼 1학년은 freshman, 2학년은 sophomore, 3학년은 junior, 4학년은 senior 라고 부른다.
캠핑을 갔던 주말과 오케스트라 캠프가 있었던 주의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 주말마다 코난군은 다른 주에서 개최하는 테니스 대회를 참가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코난군은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열리는 테니스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16세 이하 아이들이 참가하는 대회는 토너먼트 식으로 진행되는데, 경기 결과에 따라 전국 랭킹이 정해진다.
남편은 코난군의 운동신경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우리 동네에서 또래 아이들 중에서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잘 하는 실력이다. 다른 아이들은 비싼 레슨비를 내고 코치에게서 테니스를 배우지만, 코난군의 테니스는 오로지 남편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 동네에서 자기보다 못한 실력을 가진 아이들과 테니스를 치면 이기는 재미는 있겠지만 실력과 경기 진행 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안되니, 참가비를 내고, 호텔비를 들여서 두 세 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어떨 때는 실력자와 맞붙어서 처참하게 지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실력과 운이 동시에 작용해서 최종 결승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아래 사진의 상품을 받아온 대회에서는 조금만 더 신중하게 경기에 임했더라면 결승전의 최종 승자가 될 수도 있었는데 안타깝게 준우승으로 그쳤다. 코난군이 마음이 여리기도 하고 대회 경험이 짧아서 그런 것 같다.
코난군이 주말마다 아빠와 함께 테니스 대회를 다니는 동안 둘리양과 나는 여자들끼리 오붓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아빠가 없어서 수학 공부를 안하는 대신에 내가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고, 다운타운을 함께 거닐다가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도 하고 쇼핑을 하기도 한다.
이제 방학이 끝나면 둘리양은 중학교에 다니게 되어서 아침 등교 시간이 코난군과 같아진다. 로아녹 까지 운전해야 하는 남편이 가장 먼저 집을 나서고, 두 아이들은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기 위해 집을 7시 40분 쯤에 나서게 된다. 이전에는 둘리양의 초등학교 버스를 태워보내야 해서 한 시간 정도 아침 시간을 허비해야 했는데, 이제는 아침 7시 40분 이후부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아침 일찍 회의가 있더라도 참석하는데 문제가 없고, 심지어 아침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해도 될 것 같다. 저녁에도 아이들끼리 하교하면 되니까 서둘러서 퇴근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서 벌써부터 마음이 가볍다.
나역시 여름 학기 강의를 두 개 가르치는 바람에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훌쩍 두 달이 가버렸다. 그래도 온라인 강의라서 일을 하는 틈틈이 가족에게 밥을 해먹이고 티비도 보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다음주 부터는 출근을 해서 본격적으로 새학기 준비를 하려고 한다.
2023년 8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