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의 홈커밍 행사와 뒷풀이

코난군의 홈커밍 행사와 뒷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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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끈을 매고 있는 코난군

파리가 미끄럼을 탈 정도로 반질반질 윤이 나는 구두끈을 매고 있는 것은, 올해의 홈커밍 댄스파티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 코난군이다. 해마다 이맘때는 학교의 홈커밍 행사가 있는데, 단어로만 번역하자면 총동창회 쯤이 되겠지만, 사실상 졸업한 동문들이 학교를 찾아오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고, 재학생들이 다함께 홈게임으로 진행하는 미식축구 경기를 응원하면서 관람하고 주말 저녁에는 학교 체육관을 장식해서 댄스파티를 하는 것이 하이라이트인 고등학생들의 축제이다.

빨간 나비 넥타이는 친구에게서 빌렸다.

작년 홈커밍 댄스파티는 여자친구를 비롯해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 무리와 어울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우리집 뒷마당에 와서 다같이 사진을 찍고 걸어서 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댄스파티장으로 갔었다. 이번 해에는 테니스를 함께 치며 어울리는 아이들과 그룹을 정해서 함께 하기로 했다고 한다. 테니스 실력이 우수한 코난군은 고등학교 졸업반인 형 누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테니스를 하는데, 현재 블랙스버그 고등학교에서 가장 테니스를 잘 치는 래리 형이 운전을 해서 코난군을 데리러 오기로 했다.

쫙 빼입은 멋진 모습

코난군도 11월에 생일이 지나면 만 16세가 되어서 운전면허를 딸 수 있게 되는데, 고등학교 졸업반 아이들 중에는 직접 운전해서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이 많다. 평소라면 아무리 선배라도 고등학생 아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게 하고 싶지 않겠지만, 댄스파티를 즐기는 과정 중 하나인 ‘차타고 레스토랑에 가서 밥사먹기’ 활동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서 허락을 했다. 지켜본 바로 래리는 다른 또래 아이들 보다도 어른스럽고 침착해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데리러 온 선배의 차를 타러 가고 있다.

버지니아주의 운전면허 법규상 만 18세 이전에는 운전면허가 있어도 혼자 운전하거나 성인 동승자만을 더 태울 수 있고, 만 21세 미만의 동승자는 오직 한 명만 태울 수 있다. 코난군을 아끼는 래리 형 덕분에 딱 한 명의 동승자 자격을 코난군이 얻었다. 어른처럼 양복을 쫙 빼입고 선배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운타운에 나가서 레스토랑에서 자기들끼리 음식을 주문해서 사먹고 댄스파티에 가는 것이 이 또래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놀이였을게다.

테니스부 선배인 중국계 미국인 래리

우리집에서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하는 댄스파티는 저녁 7시에 시작해서 10시에 끝나는데, 코난군은 댄스파티 이후에 바로 헤어지기 아쉽다며 우리집에 와서 더 놀아도 되겠는지 물었다. 같이 어울린 선배들이 모두 차가 있어서 밤늦게 귀가해도 괜찮은데다 (부모에게 라이드를 부탁하지 않아도 되니까), 우리집이 학교와 가깝고, 또 우리집 지하실을 보여주고싶은 마음이 있는 듯 했다. 주말이니 밤늦게까지 놀아도 다음날 지장이 덜 할 것 같아서 그러라고 허락했다.

시럽 없는 탕후루 🙂

밤 10시에 찾아오는 손님이지만 코난군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준비를 좀 했다. 춤을 추고난 후라 출출할 것 같아서 음료와 간식을 지하실에 차려두었다. 요즘 한국에서는 탕후루 라고 하는 길거리 음식이 인기라는데, 이미 과당이 많은 과일에 굳이 설탕시럽을 왜 바르나 싶다. 나는 아이들이 들고 먹기 편하게 과일을 꼬지에 끼워두었는데 과일의 색감이 화려해서 그냥 썰어 담아놓은 것보다 멋있게 보였다. 사과만 갈변 방지를 위해서 설탕물에 한 번 담궜다 건졌다.

우리집 지하실에서 뒷풀이 준비 끝

끈적한 음료를 카펫에 쏟으면 치우기가 힘드니, 음료는 물과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를 작은 병으로 준비했다. 큰 병과 컵을 내주면 컵에 따르다가 흘릴까봐 그런 것이다. 내가 준비를 잘 한 것도 있고, 아이들이 어른스러워서 다 놀고 간 뒤의 지하실이 아주 깔끔했다. 코난군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갑내기 아이들에 비해 아주 수월한 손님초대였다.

티비를 보거나 탁구를 해도 되고…
다트나 당구를 치며 놀 수도 있다.

우리집 지하실은 대략 40평쯤 되는데 여러 가지 운동기구와 놀이시설을 마련해 두어서 여러 명의 아이들이 심심하지 않게 놀 수 있다. 이 날 온 손님들은 모두 우리집에 처음 와보는 것이어서 운동기구가 많다며 감탄을 했다. 코난군의 어깨가 으쓱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우리집에 처음 와본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모두들 테니스를 함께 치는 친구들이다.

2023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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