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아이들이 늘 집에 있으니 쌀이 팍팍 줄어들고 먹거리 쇼핑도 자주 하게 된다.
어제는 둘리양과 함께 그로서리 쇼핑을 나갔는데, 필요한 먹거리를 고른 다음 둘리양에게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더니 과일을 좋아하는 둘리양이 배를 사자고 했다. 세 가지 품종이 있는데 가격은 비슷했지만 생김새가 다른 것으로 보아 맛도 다 다를 것 같았다. 셋 중에 한 가지만 고르기 보다는 각기 다른 품종을 모두 사서 맛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그러면 다음 번에 배를 살 때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모양과 이름이 다른 배지만 깎아서 접시에 담아 놓은 모양은 눈으로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비슷했다.
아이들과 내가 각기 다른 품종을 한 조각씩 먹어보고 맛을 평가했다. 코난군은 보스크 배를 가장 좋아했고, 둘리양은 바틀렛 배가 가장 맛있다고 했다. 물이 많고 연한 한국의 배와는 아주 많이 다른 느낌이지만, 그래도 한국 배맛에 가장 가까운 것은 보스크 배였다. 각 품종별 맛과 식감을 기록해둔다.
껍질은 연두색이고 식감은 약간 시든 사과와 비슷하다.
사과보다 물기가 적고 덜 아삭하다.
당도는 사과만큼 달다.
껍질이 밝은 노랑색인데 잘 익은 것은 붉은 빛이 돌기도 한다.
아주 얇은 껍질이 미끈한 느낌의 과육에 붙어 있어서 과도로 깎을 때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과육이 약간 미끈덩한 느낌이고 아주 부드럽다.
식감과 맛이 멜론과 비슷하다.
단맛이 강하지만 아주 약간의 상큼한 느낌이 있어서 둘리양은 좋아하고 코난군은 덜 좋아하는 것 같다.
(둘리양은 새콤달콤 상큼한 맛을 좋아하고, 코난군은 신맛나는 과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껍질이 한국배와 흡사한 느낌으로 거칠다.
생김새는 조롱박 모양으로 다르지만 속살을 자르거나 씹을 때 오돌도돌한 느낌은 한국배와 비슷하다.
당도가 높은 점도 한국배와 비슷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수분이 매우 적다.
한국배 중에서도 잘못 사면 입안이 퍽퍽할 정도로 수분이 없는 것이 있는데 그 맛과 흡사하다.
다음에 배를 살 때는 코난군이 좋아하는 보스크나 둘리양이 좋아하는 바틀렛을 고를 것 같다.
2024년 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