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디즈니 크루즈를 벌써 네 번이나 다녀왔기 때문에 여행 짐을 챙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여름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과, 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한국 독자들 중에 혹시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을 위해서, 종강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이용해서 연재글을 쓰려한다. 대략 잡아본 주제는 다음과 같다.
1편: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갈 때 가지고 가야할 것들
2편: 디즈니 크루즈에서 가지고 오면 안된다고 명시한 것들
3편: 따로 챙겨 가지 않아도 되지만 가지고 가면 좋은 것들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예약했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보통의 여행과 달리 크루즈 여행은 호텔방을 바꿔가며 매일 장소 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행 준비도 더 수월하다. 비행기 만큼이나 수화물 규격이 까다롭지도 않아서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여유롭다.
https://disneycruise.disney.go.com/guest-services/cruise-packing-list/#packing-list-for-bahamian-and-caribbean-cruises
디즈니 크루즈 공식 웹페이지에서 권장하는 여행 짐싸기 목록이다.
위의 링크로 가보면 여행지 별로 필요한 물건 목록을 제시하고 있는데 날씨에 따른 복장에서 차이가 있고 나머지는 비슷하다. 우리 가족이 이번에 갈 여행지는 바하마 이므로, 아래의 목록을 대략 번역하면서 내가 더 추가해서 목록을 써본다.

<출항시 필요한 기본 물품>
- 복용하고 있는 약은 봉지나 다른 통에 덜어담지 말고 원래 약병에 담아서 지참하기
혹시라도 분실하거나 의학적 응급 사태에 대비해서 그러는 것 같다. 물론 혹시 모를 불법적인 약물 소지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 여권을 비롯한 해외여행시 필요한 모든 서류
미국 시민으로 16세 이상인 나와 남편과 코난군은 미국 여권이 필요하고, 만 16세 미만인 둘리양은 출생증명서를 준비한다.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은 미국으로 입국하기 위해서 당연히 여권이 필요하고, 아마도 ESTA나 미국 관광 비자를 받았을테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만약에 유럽이나 호주 등지로 크루즈를 간다면 필요한 서류가 달라질 수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 - 카메라와 부속품 (충전 케이블이나 메모리 칩 등)
멋진 사진을 찍고 싶다면 고프로 같은 카메라를 따로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디즈니 크루즈에서 찍어주는 전문 사진사의 사진을 무제한으로 다운로드 받는 상품은 객실당 200달러 정도 하는데 (3박의 경우이고, 일정이 길어지면 사진값도 더 오른다), 온 가족이 다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다양한 포즈와 캐릭터와 함께 찍어주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고프로 카메라가 있다면 스노클링을 하면서 바닷속 풍경을 찍을 수도 있고, 아쿠아 마우스 (워터 슬라이드)를 타는 역동적인 장면도 찍을 수 있겠다. - 시력이 나쁘다면 여분의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
혹시라도 안경을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리면 멋진 쇼를 관람하기 힘들고 레스토랑의 메뉴를 읽기도 어려워지니 여분을 준비하라고 하는 것 같다. 남편과 나는 돋보기 안경을 챙겨갈 계획이다. ㅎㅎㅎ - 썬스크린이나 모자
라고 웹페이지에 적어두었지만, 내 견해로는 썬스크린”과” 모자 둘 다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플로리다만 해도 아열대성 기후여서 6-7월의 햇빛은 무척 강한데 거기서부터 더 남쪽으로 내려가는 바하마는 햇빛이 그보다 더 위력이 세다. 게다가 크루즈의 수영장이나 캐스트어웨이 섬에서는 수영복이나 가벼운 복장으로 피부 노출이 많기 때문에 화상을 방지하려면 썬스크린 로션을 잘 바르고 그 위에 챙이 넓은 모자도 착용하는 것이 좋다. - 수영복과 커버업
“나는 수영을 안할건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수영복은 지참하는 것이 좋다. 크루즈 풀에서 수영은 안하더라도 자쿠지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려면 수영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쿠아 마우스를 타려고 해도 수영복이 필요하고, 캐스트 어웨이 섬에서도 수영복이 편리하다. 수영복은 사람마다 천차만별 스타일로 입고, 몸매나 패션 스타일 같은 것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므로, 비키니를 입든, 중동 여인들이 입는 잠수복 같은 수영복을 입든, 상관없다. 수영복 차림으로만 다니기가 불편하다면 커버업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커버업은 강한 햇빛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만약에 한국에서 수영을 할 일이 없어서 어떤 수영복을 사야할지 모르겠다거나, 크루즈 여행 동안만 입고 다시는 더 입지 않을 것 같은 수영복을 비싼 값을 치르면서 사기가 아깝게 여겨진다면, 미국에 와서 저렴한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미국 마트에 가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수영복을 골라 구입할 수 있다. 나역시 수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변변한 수영복이 없는데, 10년도 더 된 원피스 수영복을 매번 ‘이번에만 입고 버려야겠다’ 하고 생각하다가 디즈니 크루즈를 갈 때 마다 그 수영복을 가지고 가고 있다 ㅎㅎㅎ
참고로, 비치타올은 필요없다. 커버업 대신에 비치타올로 몸을 휘감고 있으려 한다면 마음에 드는 색깔로 구입해서 가지고 가도 되지만, 디즈니 크루즈 수영장과 캐스트어웨이 섬 곳곳에는 깨끗하게 세탁한 큰 타올을 무제한으로 쌓아놓고 제공하기 때문에 집에서부터 챙겨가지 않아도 된다. 객실에도 타올은 항시 새 것으로 제공된다. - 이상 나열한 물품은 출항하는 날에 들고 다닐 가방에 넣기를 추천한다. 수속을 마치고 승선하면 두세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객실이 준비가 되는데,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 뷔페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로 치자면 수화물로 부치는 짐이 있고, 기내에 들고 타는 가방이 따로 있듯이, 크루즈를 탈 때에도 짐을 구분해서 싸는 것이 편리하다. 수화물로 부친 짐 (이하 러기지 라고 함)은 배에 타기 전에 직원에게 맡기면 객실 앞까지 배달해준다. 짐을 맡길 때 러기지 하나당 2-3달러 정도 팁을 현금으로 준비해서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다와 하나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의 풀에 몸을 담궈보려면 수영복은 필수이다.
<복장과 액세서리>
- 썬글래시스
강한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신체 보호 장구인 셈이다. 수영복처럼, 썬글래시스도 미국 마트에는 저렴한 것을 팔고 있으니 혹시 한국에서 빠뜨리고 왔다면 부담없이 저렴한 것으로 구입하도록 한다. - 평상복
6-7월의 바하마에서 긴 소매 긴 바지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갑자기 흐린 날씨에 바람이 불면 추위를 느낄 수 있고, 쇼를 관람하는 극장의 에어컨이 아주 강력하기도 해서 만일에 대비하는 정도로 긴 소매 옷을 한 벌쯤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객실에서 편하게 입고 있다가 언제라도 객실 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닐 수 있는 정도의 복장이면 충분하다.
디즈니 캐릭터 그림이 있는 셔츠나 여름 휴양지 분위기 물씬 풍기는 그런 옷을 추천한다. 온가족이 단체로 셔츠를 맞추어 입으면 가족 사진을 찍어서 기념으로 남길 수 있고 즐거운 가족 여행 분위기를 한층 더 돋운다. - 디너 복장
디즈니 크루즈 안에는 크루즈 비용에 포함된 레스토랑이 여러 개 있어서 그곳만 돌면서 먹어도 (로테이셔널 다이닝 이라고 부른다) 충분히 훌륭하지만, 그보다 더 멋진 식사를 원한다면 추가로 비용을 더 지불하고 가는 정찬 레스토랑이 있다. 거기는 만 18세 이하 어린이는 입장이 불가하고, 옷차림도 정장으로 입어야 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가족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
로테이셔널 다이닝은 드레스 코드가 엄격하지 않아서 수영복이나 과하게 노출을 한 복장이 아닌 다음에는 무엇을 입어도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식사 중에 사진사가 테이블로 와서 가족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의 기분을 더 즐기기 위해서 잘 차려입고 와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까 “재미로” 차려 입고 식사를 하는 것이다. 마치 공주놀이 왕자놀이 하는 기분으로. 그러니, 정장이라고 해서 너무 점잖은 진짜 정장 보다는, 화려하고 즐거운 분위기의 드레스가 좋다.
한국에서라면 생전에 입어볼 일이 없을 것 같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융숭한 시중을 받으며 코스 요리를 먹는 장면을 사진사가 찍어준다고 생각해보라. 마치 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을 것이다.
미드 장면 연출을 위한 드레스는 아무래도 한국에서 구입하기가 힘들테니, 미국에 와서 티제이맥스 같은 의류 전문 마트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키가 평균보다 작거나 팔다리가 짧은 사람에게는 맞는 싸이즈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여자들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는데 동반한 남자들의 복장이 허름하면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는다 🙂 넥타이까지 챙겨 입는 정장은 못하더라도 칼라가 있는 남방 셔츠 정도는 입어주기를 바란다.
참고로, ‘이건 좀 과한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드는 복장이라면 디즈니 크루즈 안에서는 아주 평범한 디너 복장이 될 것이다. 올림머리에 반짝이를 뿌리고 어깨와 등이 다 드러나는 드레스가 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로 화려한 공주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남자들도 턱시도에 나비 넥타이를 맨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 신발
한여름인데다 열대지역으로 가는 여행이니만큼 샌들이나 가벼운 신발이 필요하다. 물에 젖어도 금방 마르는 재질, 신고 벗기 편한 디자인…을 생각해보면 크록스가 아주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발가락을 끼워 신는 쪼리 (미국에서는 플립플랍 이라고 한다) 도 좋다.
디너 복장에 갖추어 신을 신발도 필요하다. 여자들은 예쁜 샌들이나 쪼리를 신으면 되지만, 남자들은 갖춰입은 복장에 어울리는 신발을 챙겨가기를 권한다. 식사 전후에 배 안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데, 모처럼 예쁜 가족 사진을 신발로 망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기항지에 내려서 걸어다니며 관광을 할 계획이 있다면 발이 편한 운동화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 가족이 이번에 가는 크루즈는 바하마에서 아주 잠시 걸어다닐 계획이어서 크록스나 샌들만으로도 충분할 듯 하다.

<내가 추가하는 아이템>
- 치약과 칫솔
비누와 샴푸 헤어린스 (미국에서는 컨디셔너라고 부른다) 바디워시는 디즈니 크루즈에서 제공하는데, 디즈니와 전속 계약을 한 브랜드 제품이 품질과 향이 아주 좋다. 그런데 치약은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꼭 챙겨 가야 한다. 디즈니 크루즈 안의 상점에서 구입하면 아주 많이 비싸다.
치아 건강을 위해 치실이나 치간칫솔 마우스워시액 등을 가지고 가는 것도 권장한다. 먹을 것이 흔하고 소다를 무제한으로 마시기 때문에 특히 자라는 아이들의 치아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비행기에서는 액체 소지품을 제한하지만 디즈니 크루즈에서는 그런 제한하는 규칙이 없고, 크루즈 여행을 하는 내내 한 객실에서 머물기 때문에 화장실에 사용하는 물품을 모두 늘어놓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 메이컵 리무버와 마스크팩
사진을 예쁘게 찍히기 위해서 매일 화장을 했는데, 그걸 지우려면 메이컵 리무버가 필요하고, 강한 햇살에 지친 얼굴 피부를 식히는데에는 마스크팩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고보니 색조화장품도 여자들에게는 필수 아이템이다. 화장을 안한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지만, 예쁜 사진을 남기려면 화장이 필수이다. 앞서 썼듯이 자잘한 짐을 호텔을 옮길 때마다 새로 챙기고 풀고 하는 수고가 없기 때문에 화장품을 얼마든지 가지고 가서 예쁘게 분장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 머리 손질 기구
위와 같은 이유로 머리도 매일 예쁘게 손질하고 싶다면 헤어 롤 같은 도구가 필요하다. 머리를 말리기 위해 강한 바람을 쏴주는 헤어 드라이어는 디즈니 크루즈 객실마다 제공하고 있다. - 트레블 머그나 휴대용 물병
배의 맨 꼭대기 층 수영장 옆에는 음료대가 있는데 커피, 핫초코렛, 여러 가지 티,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레모네이드, 스윗티, 생수 등등의 음료를 구비된 일회용 컵으로 무제한 따라 마실 수 있다. 객실로 가지고 가서 마시려면 일회용 컵보다는 트레블 머그나 물병이 편하다. 물론 일회용 컵을 객실로 가지고 가도 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에 쏟지 않으려면 물병을 사용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준비하기를 권한다. - 소화제와 밴드에이드
배 안에 의무실이 있고 멀미약을 포함한 비상약품을 받을 수 있지만, 객실에 구비하고 있으면 일부러 의무실까지 갈 필요없이 (배의 가장 아랫층에 있음) 사용할 수 있어서 편하다.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소화제를, 만성 두통이 있는 사람은 진통제를, 긁히거나 가벼운 상처에는 밴드에이드를, 필요한 만큼 준비하기를 권한다.
2024년 5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