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오신 손님들과 지내는 한 달 동안은 매일매일이 즐거운 파티였다. 멀리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집에 있는 날은 맛있는 별식을 만들어 먹고 저녁마다 와인과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놀았다. 그러다보니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를 잊고 살 정도였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즐겁게 놀다보니 시간 감각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지난 수요일에 손님들이 돌아가고 갑자기 조용해진 집안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며칠 시간이 걸렸다. 한 달 동안 참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 내 귀에 남아있던 칭찬의 말, 아직도 냉장고에 남아있던 맛있는 밑반찬 (물론 내가 아니라 손님들이 만든 것) 등등이 사라지는 것이 아까워서 블로그 쓰기도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 것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 내 사고력을 다른데에 쓰지 않고 온전히 좋았던 기억을 즐기는 데에만 쓰기로 한 것이다.
손님들이 돌아가고난 다음날부터 둘리양의 마칭밴드 캠프가 시작되었고, 내가 온라인으로 가르치던 여름학기 강의도 마쳤다. 이번 주의 마칭밴드 캠프는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종일 진행되기 때문에 둘리양은 내게 심심하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 코난군은 친구네 호숫가 별장에 놀러가서 내일 돌아오고, 남편은 집에서 혼자 조용히 쉴 수 있으니, 오랜만에 출근을 해서 개강 준비를 하고 있다. 한 달 동안 신나게 놀았더니 다시 일로 복귀하는 것에 불만이 없다.
이번 가을 학기에는 세 과목을 가르치고 실습 지도가 두 과목이 있다. 늘 가르쳐오던 과목이라 준비할 것이 많지 않지만 강의 주제와 과제를 업데이트하고, 나는 20년째 가르치지만 학생들은 난생 처음 수강하는 과목이니 효과적으로 강의를 전달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주요 개강 준비이다. 남편의 개강 준비도 비슷할 것이라 짐작한다.
둘리양은 지금부터 가을 학기 내내 마칭밴드 연습과 경기가 거의 매일 있다. 이번에도 월반한 수학 수업을 받고, 피아노 레슨도 계속 받을 예정이라 무척 바쁜 학기가 될 것 같다. 코난군은 전혀 관심이 없었던 마칭밴드나 육상팀 활동을 둘리양은 참 좋아하고 있다.
코난군은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학년이 되었고 그 일환으로 테니스는 조금 줄이고 다섯 과목이나 되는 AP 클래스 (보통의 수업보다 높은 수준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대학에 가서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도 바이올린 레슨과 아트 레슨, 오케스트라 활동은 계속 하기로 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시간이 날 때 마다 즐거운 시간 동안 찍었던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해서 블로그에 올리려고 한다.
2024년 7월 29일
여름휴가 잘 보내셨군요~! 주주 아버지께 아마 들으셨겠지만 저는 이번에 스탠퍼드에 세미나 들으러 갔다가 주말에 금문교 앞에서 주주양 가족을 정말 우연히 만났어요… 소년공원님을 블로그로 알게 되었다고 하고 이상한 사람 아니라고 명함도 드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주주양 입장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거니, 공원님이 난처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ㅜ.ㅜ 미국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익숙한 얼굴을 보니 반가워서 무작정 인사했네요..
어머, 그렇지 않아도 바로 어제 그 이야기를 들었어요! 누굴까? 궁금했는데 hhh님이셨군요!
미국까지 세미나 들으러 오셨다니 (그것도 스탠포드 대학교!!) 여름 방학을 알차게 보내는 인텔리 이십니다. 놀고 먹기만 한 제가 부끄럽군요 ㅎㅎㅎ
주주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충분히 설명하시고 또 명함까지 주셨다고 하니 주주나 가족이 기분나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세상이 좁네요 🙂
주주 엄마에게 이 댓글을 Chat GPT로 번역해서 보내주었더니 이런 답장이 왔네요:
Hi Boyoung,
Please tell her-No worries at all. We just amazed about your blog and world become small 🙂
Thank you so much for the translation
앗 주주 어머니께도 전달해주시다니 감사해요! 괜찮다고 해 주시니 다행이어요. 저도 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주주양을 보고 정말 세상이 좁다고 생각했어요ㅎㅎ